[돌봄노동자, 돌봄이 필요하다⑤] 돌봄노동자 인권‧처우개선 방향...사례 ‘경남 돌봄노동자 지원센터’

김남기 기자
  • 입력 2022.08.3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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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충주시는 31일 요양보호사 1573명을 선별해 총 1억6818만 원의 처우개선비를 지급했다. 지난해 '장기요양요원 처우개선 및 지위 향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시가 요양보호사 처우개선비를 집행한 것이다. 처우개선비는 월 60시간 이상 3개월 이상 근무한 요양보호사가 3개월이 되는 달부터 매월 3만 원씩 지급한다.

충주시의 처우개선비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노인돌봄 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노인돌봄노동자의 처우를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지난 4월 권고한 내용을 실행한 결과이다.

국가인권위는 요양보호사의 공적 성격과 책임을 고려한 합리적 임금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표준임금을 제시하는 임금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의 관련 규정을 정비할 것과 노인돌봄노동자의 건강권, 휴식권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대체인력지원제도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노인돌봄 문제, 국가책임이 답이다’라는 토론회. 사진=공공운수노조 제공)

요양보호사 처우‧인권의 실태...성폭력 경험 22.9%

7월 1일 요양보호사의 날에 앞서 ‘노인돌봄 문제, 국가책임이 답이다’라는 토론회에서는 “요양보호사들에게 합리적 임금수준을 보장하고, 건강권·안전권 등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44.5%가 한 달 이상 부득이하게 일을 중단한 경험이 있었다. 74.2%는 ‘이용자 또는 가족의 통보에 따라 계약 해지를 당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16.4%가 근골격계 질환을 경험했고, 3.5%는 전염병에 걸린 적도 있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경험한 요양보호사는 22.9%나 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구미영 연구위원은 “요양보호사 인권침해의 심각성, 요양보호사의 공적인 지위를 고려해 각 지역별로 요양보호사 인권침해 관련 고충을 접수·해결을 지원하고 조사 권한을 센터를 두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요양보호사 등 사회서비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콘트롤타워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현욱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서울지부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시생활임금 노동자 증언대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전현욱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서울지부장이 3일 '서울시생활임금 노동자 증언대회'에 참석해 발언. 사진=뉴시스 제공)

노인돌봄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방향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장기요양보험제도가 공적 사회보험의 일환으로 도입되면서, 노인돌봄체계는 가족 및 비공식적 돌봄에서 국가 중심의 공적 돌봄 체계로 전환됐다. 그러나 제도 도입 초기에 장기요양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기반이 완비되지 않은 채 민간 주도의 서비스 전달체계가 형성되면서, 장기요양서비스의 민간기관에 대한 의존성이 심화됐다. 그 결과 2020년 기준 전체 장기요양기관 2만 5,384개소 중 민간기관이 2만 5,140개소에 달하는 반면, 국·공립기관은 244개소로 약 1% 미만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민간기관은 국가 재정에 의존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를 위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현재의 민간 장기 요양기관 주도의 노인돌봄체계는 장기요양서비스의 질적 저하 및 돌봄 공백 등 여러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양질의 서비스를 담보할 수 있는 공공인프라를 확충하고 국가 주도의 공적 노인돌봄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장기요양기관에 근무하는 노인돌봄노동자는 약 50만 명이며, 이 중 요양보호사는 약 45만 명으로 전체의 90%에 해당한다. 그런데 요양보호사의 절반 이상이 시간제 계약직이고, 월평균 근무시간은 108.5시간, 평균임금은 114만 원이다. 기관 특성에 따라 계약 형태의 차이는 있지만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시급제 임금체계 등으로 인하여 이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불안정한 고용에 따른 일자리·소득 위기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또한 민간기관은 이윤을 추구하는 속성상 비용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노인돌봄노동자의 저임금 문제로 귀결됐다. 코로나19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노인돌봄노동자는 대면노동이 불가피한 탓에 감염 위험을 감수하며 돌봄을 계속 제공해 왔다. 돌봄 외에도 방역 등 업무량 증가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소진이 심각한 상황인바, 이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 보호조치가 요구된다.

<br>(노인돌봄 문제, 국가책임이 답이다’라는 토론회. 사진=공공운수노조 제공)<br><br><br> (경남 돌봄노동자지원센터. 사진=서부권 돌봄노동자지원센터 제공)
 (경남 돌봄노동자지원센터. 사진=서부권 돌봄노동자지원센터 제공)

사례: 돌봄노동자를 돌보는 지원센터...‘경남 돌봄노동자지원센터’

경상남도 노인 인구는 7월 기준 62만 5천 명으로 우리 도 전체 인구의 19%을 차지한다. 돌봄서비스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노인인구의 증가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노동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경상남도에서는 돌봄서비스가 노동으로 존중받고 돌봄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전국에서 처음으로 어르신, 아동, 장애인 분야 통합 돌봄노동자 지원센터를 권역별로 운영하고 있다. 2020년에는 중부권, 2021년에는 동부권과 서부권에 각각 돌봄노동자 지원센터를 설치해 도내 4만 5천여 명의 돌봄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22년 3차 트로트 건강댄스 프로그램. 사진= 중부권 돌봄노동자지원센터 제공)

돌봄노동은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체·정신적 피로도가 높아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질환이나 정신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또한 그 동안은 돌봄서비스 관련 직무 및 소양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부족해 더 나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기에도 쉽지 않은 실정이었다.

돌봄노동자 지원센터에서는 ▲돌봄노동자의 실태조사 및 연구, 정책개발 ▲직업‧심리‧고충 상담 ▲건강관리 및 역량강화 ▲취업 관련 정보 제공 및 구직활동 지원 등 돌봄노동자의 권익보호와 돌봄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원센터에는 상담사가 상주하고 있어 고충, 심리상담 등 기본상담을 바로 받을 수 있으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분야별로 협약된 전문상담기관으로 연결해 준다. 돌봄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건강쉼터와 카페쉼터가 갖춰져 있으며, 교육지원을 위한 교육실, 운동실을 갖추고 있어 돌봄노동자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지원센터에서는 돌봄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수행기관과 돌봄노동자가, 노사관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관계가 되도록 힘쓰고 있다. 기관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수행기관에 찾아가는 교육을 제공하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노동취약계층 교육. 사진=중부권 돌봄노동자지원센터 제공)

중부권 돌봄노동자 지원센터 운영을 맡고 있는 김여용 센터장은 “처음에는 수행기관에서 지원센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지금은 서로 신뢰를 가지고 돕는 관계라는 인식을 하게 된 것 같다”며, “현장에서 돌봄노동자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점점 긍지를 느껴 가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한편, 경상남도 돌봄노동자 지원센터는 올해 3권역 공동사업으로 돌봄노동자가 노동자로서 자각 여부, 인권침해에 대한 이해도 등에 대한 돌봄노동자 스스로의 인식수준을 조사하는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실시하고 있다. 10월에는 돌봄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경상남도 돌봄노동자 한마당’을 개최할 계획으로, 그동안 돌봄으로 지친 돌봄노동자를 격려하기 위한 유공자 표창, 돌봄노동자 인식개선 표어 등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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