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용의 以目視目] 정신적 자부심은 몸에도 약이 된다

정해용 기자
  • 입력 2022.09.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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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정해용 기자] 사람의 몸은 정신의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것을 알고 있었다. ‘일체유심조’라든가 ‘건전한 정신에 건강한 몸’이라든가 하는 격언들도 그래서 나온 것일 게다.

최근에 미국 등의 최신 의학에서도 정신과 몸의 관계를 통한 질병의 치료나 건강유지법에 대한 연구는 가장 활발한 편에 속한다. 심신(心身)요법이니 심신의학(Psychosomatic medicine 또는 Mind-body medicine)이니 하는 용어들은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그 원리는, 이를테면 몸의 질병은 불안한 마음에서 심리적 기전을 통해 생겨나고, 거꾸로 심리적 기전을 통해 회복될 수 있다는 이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가 알고 있던 원리이지만, 최신 의학은 새로운 접근법으로 그 타당성을 확인하고 실제 질병치료에 적용할 새로운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의학이 밝혀내고 있는 기전은 주로 양자의학적 방식인 생체파동의 역할과 생리학 방식인 호르몬의 역할에 줄을 대고 있는 것이다. 즉, 몸이 건강상태나 즐거운 상태에 있을 때에 발생되는 생체전기의 파동이 잘못되어 있는(질병 상태의) 세포와 조직을 동조시켜 정상으로 회복되도록 작용할 수 있다는 관점, 그리고 몸이 즐거울 때 분비되는 호르몬(도파민과 같은 엔돌핀류)이 몸 안의 독소를 줄이고 다른 생리활성물질의 분비를 돕는다는 관점들이 실험실 연구를 통해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 연관된 연구에서는 신앙심에 의지한 치유기도나 주술 등의 효과도 더러 입증된 바 있다.

얘기가 좀 복잡해보이지만 간단히 줄이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기분이 좋아지면 몸도 좋아진다.’

우울하고 짜증나는 일을 멀리하고 즐겁거나 행복한 일을 가까이 하면 몸 건강에도 유익하다는 말이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젊은 사람이라면 연애를 시작하는 것, 나이 든 사람이라면 귀여운 손주들의 재롱을 보는 것이나 자식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거나 상을 받거나 좋은 자리에 취직하거나 승진했다는 소식을 듣는 것 등은 그 순간 보약 한 첩을 먹는 것만큼이나 몸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힘든 마음고생을 했을 때 사람들이 “그 일로 몇 년은 더 늙은 것 같애”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단지 기분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적 현상일 수 있다. 어릴 때 헤어진 친구들을 수십 년 만에 다시 만났을 때, 겉모습만으로도 거칠고 힘들게 산 사람과 유복하고 순탄하게 산 사람을 대략 서로 짐작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원리다.

어려서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날 갑자기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파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60-70년대에는 그런 현상이 ‘꾀병’ 취급을 받았으나, 80년대 이후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이라든가 ‘신경성 급성 대장염’과 같은 식의 진단서를 받을 수 있었다. ‘스트레스’라는 것이 엄연한 의학적 병인으로 승격(?)된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생리학‧의학자들의 진지한 연구 노력의 공로가 크다.

그렇다면 이러한 연구의 결과는 우리에게 어떤 유익을 주는가. 어렵게 말할 것 없이 ‘스트레스 받지 말고 행복하게 살자’는 교훈이다. 흥미롭게도 이 말은 병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모든 의사들이 빼놓지 않고 덧붙이는 말이기도 하다. 단순한 상식인 동시에 만병통치의 ‘의학적 처방’인 것이다. 건강 소비자인 보통 사람들이 다른 어떤 건강식품이나 묘약을 찾기보다 애써 연구할 일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사는 방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사는 방법이라니. 사실은 이것이 어려운 숙제다.

스트레스 요인은 대개 현실에서 피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하지만 그 요인들을 대하는 마음을 바꾸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한 면이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로 주행할 때 난코스가 있다면(요컨대 뱃길 한 가운데 있는 암초 같은 것), 그 암초를 제거하는 일은 개인만의 노력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부근을 지날 때 다른 곳에서보다 속도를 줄이고 조심해서 통과하는 것은 개개인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스트레스 요인을 대하는 데도 이런 마음가짐이면 되겠다.

스트레스는 대개 심리작용, 즉 감정의 작용을 통해 몸에 영향을 미친다. 불안과 경계심이 일차적으로 일어나면서 몸에 경계신호를 울리면 불안의 호르몬과 공격(방어를 위한)적인 호르몬들이 최대한 분출되면서 몸의 에너지 자원을 동원하게 된다. 지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잘 놀라서 화를 내거나 삐지거나 남을 공격하거나 스스로 달아나버리는 습관은 몸의 에너지를 쉽게 낭비하는 그릇된 습관이다. 이런 사람이 쉽게 허약해지고 병에도 잘 걸린다. 물론 주변에 친구도 적어질 터이니 즐거울 일도 그만큼 줄어든다. 건강하게 잘 살려면 감정 컨트롤을 잘 해야 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대개 감정 컨트롤에 유리하다. 한창 잘 나갈 때의 자부심 같은 것을 되새기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혹 지은 죄(?)가 많은 사람은 그 일이 생각날 때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수치심을 느끼고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기 쉽다. 무슨 ‘죄와 벌’을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그렇게 된다. 평소 많이 베풀고 떳떳하게 산 사람의 편안한 마음과 대조가 된다. ‘착하고 관대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 건강 장수에도 보탬이 된다는 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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