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마저 소외된 죽음...10월 1일, 종묘공원 추모제 열린다

고석배 기자
  • 입력 2022.09.02 15:57
  • 수정 2022.09.0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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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노인의 날에 뒤주에 들어가며 노인복지 향상을 외친 '사도노인' 퍼포먼스. 사진=노후희망유니온 제공)

[이모작뉴스 고석배기자] ‘사도노인(思悼老人)’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노인을 생각하면 슬프다는 뜻이다. ‘사도 세자’를 빗대어 몇 해 전 ‘노인의 날’에 노인이 뒤주에 들어가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생긴 말이다. 더 이상 노인을 죽게 하지 말라는 퍼포먼스였다.

2022년 10월 1일, UN이 정한 ‘노인의 날’에 종묘공원 앞에서 ‘제1회 무연고 사망 노인과 자살한 노인들을 위한 추모제’가 열린다. 그동안 무연고 노인의 사망이나 자살 노인은 사회적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들의 죽음은 노인의 소외와 빈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결과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 있을 때도 우리 사회구성원의 일인이었음을 누구 하나 기억해 주지 않았고, 죽음도 그랬다. 또한 죽음 이후에도 그들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영혼마저 소외된 존재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노후희망유니온’은 이들을 기억해 내고 소환함으로써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작은 메시지를 주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전한다. 올해가 1회 행사로 매년 공동제사 방식으로 계속할 계획이다.

오랫동안 ‘종로 탑골 떡잔치’등을 마련해 노인과 소통해왔습니다. 올해부터는 이러한 봉사와 시혜적 활동에서 한 발 나아가 노인들의 실질적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을 행동적으로 찾기를 노력하려고 합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무연고 사망 노인의 추계를 발표하고 이 문제의 근본 해결방안을 마련하려는 정책토론회 등이 사회 전반적으로 이루어져 정부 당국이 관심 두고 정책에 반영하기를 기대합니다.

- 전대석 노후희망유니온 사무총장

(포스터=노후희망유니온 제공)

UN이 정한 노인의 날은 10월 1일이지만 한국은 10월 2일이다. 10월 1일이 국군의 날이기 때문이다. 매년 국가에서는 10월 2일에 대한노인회와 함께 행사를 치루지만, 기층 노인들의 현장 목소리를 담아내는 자발적 행사로는 그동안 부족했다.

‘제1회 무연고 사망 노인과 자살한 노인들을 위한 추모제’는 기층 노인들이 주인공인 주체적 행사다. 10월 1일 2시에 종묘공원을 도는 풍물 길놀이와 함께 시작된다. 초청 외빈으로 판소리 소리꾼 임진택 경기아트센터이사장과 김준기 한국노년단체 총연합회장이 추모사를 하며 연대 외빈으로 청년유니온 위원장과 기본소득당 대표도 참석한다.

참가한 모든 시민과 함께 헌화와 헌향도 하며 뒤이어 ‘추모 살풀이’를 공연한다. 그리고 ‘붓글씨 퍼포먼스’, ‘넋전춤’, 추모시와 추모곡 공연도 준비되어 있다. 

주최 측은 행사를 통해 두 가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첫 번째는 정부가 매년 무연고 사망 노인과 자살한 노인의 실태를 조사하여 발표하라는 요구다. 놀랍게도 지금까지 실태조사마저 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는 정부와 지자체는 3년 안에 무연고 사망 노인과 자살한 노인의 숫자를 반으로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무연고로 사망한 노인과 자살노인의 문제는 대한민국 노인정책의 가장 부끄러운 치부다. 또한 ‘노인 빈곤’과 ‘노인 소외’가 야기한 사회적 타살이다. 언제까지 사도노인, 노인을 생각하며 슬퍼만 할 것인가? ‘울음’이 ‘목소리’로 바뀌지 않으면 슬픔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포스터=노후희망유니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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