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플러스재단 폐지위기...서울시는 50+ 세대에게 먼저 물어야

고석배 기자
  • 입력 2022.09.05 10:31
  • 수정 2022.09.0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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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9일, 서울시 '인생이모작국' 사라지고 '평생교육복지팀'으로 업무 이관
11월 29일까지 도심권 50플러스센터 업무 종료
10월 중순, '50플러스 재단 통폐합'에 관한 외부 용역 결과 나와

[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서울시는 최근 '도심권 50플러스센터' 업무를 11월 말에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 19일에는 인생이모작국을 평생교육국 산하에 평생교육복지팀으로 업무를 이관시켰다. 인생이모작국에 속해 있던 50플러스재단이 축소되어 평생교육국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또한 서울시는 '50플러스 재단 통폐합'에 관한 연구용역을 외부기관에 위탁해 10월 중순이면 결과를 볼수 있다. 50+세대의 일자리, 커뮤니티, 교육공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사진=도심권50플러스센터 홈페이지)

서울시 중장년 사업 1호점 

7살이 되면 아이는 학교에 갈 준비를 한다. 이때가 아버지의 관심이 가장 필요한 때라고 한다. 더 넓은 세상에 대한 도전,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나이다. 아버지의 든든한 지원이 필요하다.

서울시 도심권 50플러스센터는 작년에 7살 생일을 맞았다.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으며 8살 더 넓은 세상을 향한 도전의 설렘에 꿈이 부풀었다. 이제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7년 전 대한민국 최초의 지역 50플러스센터로 출발하며 좌충우돌 시행착오도 많았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며 맏형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동안 동생들도 많이 생겼다. 노원, 서대문, 성북, 강서를 비롯해 11개의 50플러스센터가 도심권 50플러스센터 개관 이후 생겼다.

도심권 50플러스센터는 8년 차다. 그런데 올해에는 생일잔치가 없다. 집안 분위기는 가라앉았고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로부터 11월 29일 자 센터 운영 종료를 통보 받았다. 청천벽력이다. 직원들은 말을 잃었고 누구보다도 실망한 사람들은 그동안 도심권 50플러스에서 인연을 맺고 센터를 활용하며 인생 이모작을 설계해온 시민들이다.

도심권 50플러스센터에서 젊은 날 생계와 자녀 교육 때문에 접어야 했던 꿈을 다시 펼칠 수 있었습니다. 제 꿈은 배우였습니다. 센터에서 기획한 연극교실 프로그램에서 뜻을 같이하는 분들을 만나 커뮤니티를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센터에서 연습 장소를 제공해 줘 오는 11월에 ‘허생전’ 뮤지컬도 올립니다. 그런데 11월을 마지막으로 도심권 50플러스 센터가 없어진다니 고별 공연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루아침에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것처럼 서럽고 황당합니다.

- 도심권 50플러스 센터 연극 커뮤니티 관계자

(서울시 50+센터 위치도. 그래픽=50플러스 재단 홈페이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민들은 처음에 건물주가 재계약을 거부한 줄 알았다. 더 넓고 좋은 장소로 옮긴다는 낙관적인 생각도 했다. 순진했다. 알아보니 건물주의 의사가 아니었다. 시민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도심권 50플러스센터 이용 시민들뿐 아니라 타 센터의 시민들도 동참했다. 남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심권 50플러스센터 폐쇄는 시작일뿐이고 언제 자신이 속한 센터가 같은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타 센터 커뮤니티 회원으로서 공동 대책위원장을 맡은 이영욱 씨는 지난 1일 서울시 평생교육국 이회승 국장을 만났다.

한마디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도심권 센터가 민간 위탁 사업으로써 평가에 하위등급을 받아서 문제 개선 차원으로 센터 운영 종료 결정을 내렸다고 하는 데 실질적으로는 평가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비상대책 위원회 공동 위원장 이영욱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지만 국민의 힘이 다수당인 서울시 의회에서는 임기 초부터 급하게 조례를 개정하였다. 조례 개정의 후속으로 서울시는 지난 8월 19일 인생이모작국을 없애고 ‘국’ 차원의 업무를 ‘팀’ 차원으로 낮추어 평생교육국 산하에 평생교육복지팀으로 업무를 이관시켰다. 이영욱 위원장은 서울시 인구의 4분의 1이 50플러스 세대라며 ‘평생교육’과 ‘중장년 세대 일자리 창출’을 혼동하는 이번 조치가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 주장한다.

계속해서 노령인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통폐합으로 축소하는 것을 이해 못하겠어요. 평생교육은 시민들의 교육사업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50플러스 재단은 교육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재창출하고 여러 가지 커뮤니티를 구성해 새로운 사회활동을 하는 기반 마련에 있기에 성격이 전혀 다른데 통폐합한다는 것은 다시 한번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대책위는 시민들로 이루어졌지만 50플러스 재단 구성원분들도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이라 말은 못 하고 속으로는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도심권 50플러스 센터가 50플러스 재단의 운명을 가르는 시발점이라고 다들 생각합니다.

- 비상대책 공동 위원장 이영욱 

(그래픽=서울시 도심권 50플러스센터 홈페이지)  

집은 없지만 밥은 먹을 수 있다? 

도심권 50플러스 센터는 50플러스 재단의 임계선이다. ‘도심권 50플러스 센터’의 운영 종료를 막지 못하면 결국 ‘50플러스 재단’마저 사라진다는 위기감에 시민들은 대책위를 만들고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얼마 전에는 1차로 1,340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에 전달하기도 했다.

실제로 50플러스 재단의 존폐문제를 놓고 서울시 기획조정실에서는 현재 외부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현재 관련 절차와 논의과정을 거쳐 검토 중입니다. 통폐합 타당성에 대해서 외부 용역에 의뢰한 상태이고 10월 중순쯤이면 용역업체의 결과가 나올 예정입니다. 9월에도 그런 절차들을 밟을 것이며 여론도 감안해 종합적으로 검토해 진행할 계획입니다.

- 서울특별시 기획조정실 관계자

서울시 기조실 담당자도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답변이다.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50플러스 재단의 존폐에 대한 외부 용역 의뢰가 들어가 있는 것은 맞고, 그 결과가 10월 중순이면 윤곽이 확실히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도심권 50플러스센터의 운영종료 문제는 이번 외부용역과도 상관없고 기조실 관할이 아니라 평생교육국 관할이라는 답변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평생교육국에 다시 물었다.

정확한 결론은 아직 내려온 것이 없습니다. 현재로선 평생교육국에서 관리하는 가까운 시민대학본부(종로구 송월길 52)나 인근 50플러스 캠퍼스에 연계해서 일부 공간을 활용해 유지하는 걸 검토 중이지만 지금으로선 확실한 게 없기에 답변이 곤란합니다. 이전해도 기존 이용했던 100% 공간을 다 마련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서비스는 유지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서울특별시 평생교육국 관계자

(사진=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홈페이지)

'서비스'가 필요한게 아니라 '일자리'가 필요하다

‘서비스’라는 의미는 사실 관념적일 수밖에 없다. ‘강좌’ 중심 교육은 대체로 유사하기에 도심권 50플러스 센터만의 고유성이라고 말할 수 없다. 문제는 커뮤니티 공간이고 그게 실체다. 현재 도심권 50플러스 센터의 공간 폐지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일단 건물주와 재계약 자체가 끝났다.

인근 시민대학이나 타 50플러스 센터에 흡수합병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물론 제3의 장소로 이전하는 것도 염두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예산을 보면 알 수 있다. 원래 서울시는 25개 지역의 구청과 함께 50대 50으로 지역 50플러스센터를 만들 계획이었다. 내년도 예산에 관련 예산의 유무를 알아보았다.

보통 국가 예산이 발표되고 그것을 기준 해 서울시 예산이 발표됩니다. 아직 내년도 서울시 예산은 미확정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분위기상 예산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확실한 답변을 하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50플러스 재단의 존폐가 놓인 마당에 센터의 확대를 기대하는 것은 떡 줄 생각 없는 주인에게 김칫국 좀 많이 달라는 요구일 것이다. 앞서 공개된 2019년 민간위탁 운영평가위원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지역 기반 사업인 센터 운영은 자치구 단위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재위탁 기간 중 50+재단으로 고유사업화하거나 구립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시설폐지를 권고하는 내용은 없었다.

종로구나 중구에서 가져가는 것도 검토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답변받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 서울시 평생교육국 관계자

(성과공유회 개회식, 사진 : 김남기기자)
(2019년 성과공유회 개회식. 촬영=김남기 기자)

 시민은 정치적 볼모가 아니다 

종로와 중구 자치단체장은 올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으로 주도권이 교체된 상태다. 서울시 50플러스재단은 2016년 박원순 시장 재직 시 충분한 검토 끝에 설립됐다. 2019년에는 OECD가 선정한 대한민국 혁신사례 10개 중 하나에 선정되기도 했다.

50플러스재단을 따로 독립시킨 이유는 명확합니다. 사회적 기여가 가능한 중장년층의 자원을 썩히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봉사와 복지 위주의 평생교육 시스템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죠. 이건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50플러스 재단 보람일자리 참여자 

50플러스 재단은 교육뿐 아니라 재취업과 창업, 상담 등과 관련된 지원을 주 업무로 하며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모범이 되어왔다. 지난해 소위 인생이모작 육성법이 발효되면서 전국적 귀감 사례로 지방 자치단체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합리적 정책 개선이라기보다 다분히 정치적입니다. 전임 시장의 ‘이름지우기’죠. 많은 시민은 정치보다 민생이 더 중요합니다. 좋은 정책은 받아들이고 나쁜 정책은 고치라고 새로 시장을 뽑는 건데 바뀔 때마다 무조건 ‘이름지우기’만 하는 것은 시민들의 뜻을 너무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중요한 건 시민들은 생각보다 똑똑하니 ‘눈 가리고 아웅’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시민들의 전면적인 저항에 부딪히면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50플러스 재단 뉴딜일자리사업 참여자 

(2015년 서울50플러스재단 창립식. 사진=뉴시스 제공)

아니 땐 굴뚝에서 갓끈 고쳐 매기  

일각에서는 50플러스 재단이 TBS(교통방송) 개편과도 연관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TBS를 50플러스 재단과 통폐합한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고 답한다. 다만 TBS를 평생교육 방송으로 전환한다는 이야기를 지난 선거 공약으로 듣기는 했는데 이 때문에 생긴 소문 같다고 밝혔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난다고 헛소문이 사실로 바뀌는 경우도 많다. 처음에는 50플러스 재단 통폐합도 헛소문이라고 했지만, 현재 외부 자문 중이다. 공공기관의 용역컨설팅 업무 경험이 있는 한 시민은 용역컨설팅의 신뢰도에 회의적이다.

경험상 외부 용역은 발주청의 의도에 맞출 수밖에 없어요. 외부 컨설팅 용역이 들어갔다는 건 이미 답이 나왔다는 이야기입니다. 뒤집히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 서울 시민

서울시민들은 ‘도심권 50플러스 센터의 폐쇄’는 ‘50플러스 재단의 업무 영역 축소 및 폐지’의 일환에 불과하다는 것에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배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서울시는 정치적 의도의 의심을 살 정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TBS 영어FM방송 개국식, 오세훈(좌), 최시중(우). 사진=뉴시스 제공) 

외부 용역 업체보다 50+ 세대에게 직접 물어야  

취재 내내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였다. 그리고 모두 본인 이름을 밝히는 것에 주저했다. 자유로운 의사 개진이 두려운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당당히 이름을 밝힌 비상대책위원회는 서명운동하며 50플러스의 문제는 50플러스 세대에게 먼저 물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정책의 대상인 50+ 세대에게 먼저 물어야 합니다
갑작스런 일방적인 통보로
50+세대의 든든한 디딤돌이자 성장의 원동력인 센터를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운영 종료를 반대합니다.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동조합협의회 대자보. 사진=50플러스 재단 시민기자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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