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엔딩] 좌담회1.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을 위해...어떻게 웰엔딩을 할 것인가?

김남기 기자
  • 입력 2022.09.08 18:57
  • 수정 2022.09.14 17: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웰엔딩'

한 사람의 삶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때, 좋은 마무리라고 이야기한다.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상처가 아닌 좋은 기억으로 승화될 수 있는 것이 좋은 죽음이다. - 박중철

죽음 이후 처리할 일들과 장례방식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고인을 기억, 애도, 추모하여 상실을 위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족들에게 지나친 비용 부담을 지우지 않는 것이다. - 전승욱

90% 중증환자는 병원이나 요양원 등에 들어가게 되고 다시는 퇴원하지 못하고 임종을 맞게 된다. 우리는 ‘자신의 마지막 돌봄 장소를 어디로 할 것인가’의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다. - 고치범

제3회 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정책좌담회
초고령화 사회를 맞아 어떻게 웰엔딩을 할 것인가?

‘제3회 돌봄정책좌담회’ ▲전승욱 한겨레두레협동조합 부장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원장 ▲박중철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촬영=김남기 기자)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2025년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어떻게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크다. ‘웰엔딩’은 보다 존엄하고 품위 있는 생의 마무리 활동이다. 웰엔딩이 사회‧문화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단체와 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들은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개념으로 ‘살던 지역에서 안심하고 나이 들어 갈 수 있도록’ 주택, 지역 돌봄, 모빌리티, 건강관리 등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생을 잘 마무리하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의료, 간병, 상속, 장례 등 일련의 웰엔딩 과정과 절차를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을 본격적으로 고민할 때이다.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을 위해 병원 치료부터 장례 절차까지 새롭게 재정의하고 구체적인 실천 전략이 필요하다.

2022년 9월 5일. 제3회 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정책좌담회에서는 “초고령화 사회를 맞아 어떻게 웰엔딩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 패널과 함께 한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원장 ▲박중철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 ▲전승욱 한겨레두레협동조합 부장이 패널로 참석하고,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사회를 맡아 진행됐다. ‘어떻게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고 생을 품위 있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해 변화를 꿈꾸고 있는 활동가들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큰 변화를 일궈 내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논의해보자.

웰엔딩 관련 활동내용

(웰엔딩 좌담회,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촬영=김남기 기자)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늘은 ‘어떻게 하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웰엔딩 할 것인가’의 주제로 정책좌담회를 논의한다. 오늘 주제를 잘 담아낼 귀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세 분을 모셨다. 각자 소개 부탁한다.

(웰엔딩 좌담회, 박중철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 촬영=김남기 기자)

박중철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를 담당하고 있는 박중철 교수이다. 현재 호스피스 완화의료 센터에서 말기 암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의사로서 말기환자 돌봄을 주된 역할로 삼은 지는 13년 됐다. 현재 입원환자뿐만 아니라 자택에 계신 환자분들을 위해 가정호스피스 방문 진료도 더불어 시행하고 있다.

성지은: 호스피스활동으로 ‘가정방문’도 직접하고 있는데, 호스피스의 영역은 어떻게 되나?

박중철: ‘호스피스’라고 하면 보통 다들 ‘어떤 기관에 입원해서 말기 암 환자를 돌보는 것’을 생각한다. 가장 친숙하고 존엄한 죽음의 형태로, 내가 가장 익숙한 내 공간, 즉 집에서 삶을 마무리하는 것을 많은 사람이 바란다. 그래서 최근 호스피스의 영역이 병원뿐만 아니라 가정까지 돌봄을 확대시켜서 가정 호스피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가정을 방문을 통해 집에서 말기환자를 돌보는 일까지 함께하고 있다.

박중철 교수의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박중철 교수의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성지은: 박중철 교수의 책을 읽고, 병원에 계신 저희 아버지를 집으로 모셨다. 박 교수가 쓴 책 한 권이 어떤 사람한테 좋은 영향을 끼쳤다. 책 소개 좀 부탁한다.

박중철: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라는 책을 4월에 출판했다.

의사가 된지 22년 정도 흘렀다. 계속 임상의사로 살아야 할지 아니면 다른 진로를 모색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쯤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계속 의사 생활을 지속하게 되면서, 제 나름대로 지난 시간을 정리하는 기회를 가져보자는 의미에서 책을 내게 됐다.

제가 계속해 왔던 일이 삶과 죽음 사이에 끼어서 ‘어떻게 하면 인간을 보다 존엄하게 만들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호스피스 의사가 10년간 겪은 기록과 생각을 정리해서 책으로 냈다.

성지은: 책 속에는 ‘삶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박 교수가 생각하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박중철: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다’, ‘모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 그리고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나 자신을 증명 받을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놓고 생각하면 유한한 삶에서 내 행복을 타인과 함께 만들어가는 게 인생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나답게, 내가 후회 없게 살 것인가, 그런 행복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끝없는 고민이 쌓이면서 나를 완성하는 것이 삶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성지은: 삶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된 계기는?

박중철: 의사가 되고 처음에 근무했던 곳이 ‘신안군 흑산도’라고 오지였다. 그곳에서 근무한 지 3개월 만에 8개월의 조산아가 태어났다. 경험이 없던 의사로서 헬기를 요청했지만, 야간헬기가 뜨지 못해서 결국 아이가 3시간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 아이의 할아버지가 하늘색 배냇저고리에 아이를 싸서 바로 뒷산에 달려가서 묻었다. 그리고 딱 한마디 하셨다. “너희 자식이 될 운명이 아닌가 보다.” 그 한마디에 모든 게 다 정리됐다.

그때부터 ‘아, 삶과 죽음에 있어서 어떤 것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죽음이고, 어떤 것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죽음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그 이후로도 의사로 살면서 끝없이 만나는 게 삶과 죽음이었다. 그래서 내 자신의 의사로서의 정체성, 나 역시 삶과 죽음 사이에 떠다니는 하나의 존재로서의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웰엔딩 좌담회,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원장. 촬영=김남기 기자)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원장: 한국장례문화진흥 원장 고치범이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장례문화에 대한 연구, 콘텐츠 개발, 친자연적 장례문화에 대한 홍보, 우리나라 전국에 있는 화장시설 예약 시스템 운영, 종사자 교육 등 장사지원센터로서 장례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서는 죽음과 장례를 부정적으로 보고 회피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개선하고자 ‘장례문화 국민인식개선 홍보’사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미리 장례를 준비하자는 취지로 ‘사전장례의향서’인 ‘이별준비노트’를 작성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지은: ‘이별준비노트’는 어떤 내용인가?

고치범: 우리가 삶의 마지막에, 나의 죽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매장을 할 것인가?, 화장을 할 것인가?, 화장 이후에 내가 봉안당을 할 것인가?, 자연장을 할 것인가? 등 구체적인 준비를 그동안에는 본인이 아니고 유가족이 해왔다. 본인이 살아생전에 나의 장례 방법에 대한 여러 가지 항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유언처럼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이다.

성지은: 고 원장은 우리나라 장례 문화에 대한 인식개선을 하고 있다. 어떤 내용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고치범: 최근 장례문화 인식개선 사업으로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서 여러 가지 홍보를 하고 있다. ‘이별준비’ 사연을 모집하여 9월 7일 <여성시대, ‘이별준비노트’ 편>이 사례중심으로 나간다. 작년 처음으로 기획해서 ‘여성시대’에 ‘이별준비’에 대한 방송을 했다. 올해도 사연을 모집해서 여러 가지 사연을 1시간 정도 특집방송을 한다.

(‘죽음과 장례’에 관한 다양한 도서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책 전시회. 사진=한국장례문화진흥원 제공)

서울 강남구에 있는 <최인아 책방>과 함께 9월 한 달간 ‘죽음과 장례’에 관한 다양한 도서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책 전시회를 마련했다.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죽음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준비했다. 도서 중에는 박 교수의 책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도 전시돼 있다.

('나를 위한, 이별준비' 찾아가는 장수사진 촬영 프로젝트. 사진=한국장례문화진흥원 제공)

또한 진흥원은 경기의료사협재활주간보호센터 어르신을 대상으로 '나를 위한, 이별준비' 찾아가는 장수사진 촬영 프로젝트를 9월3일에 마련했다. 이날 어르신들은 자연장, 사전장례의향서, 이별준비노트 등 이별준비를 위한 다양한 장례문화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드렸다.   

성지은: 우리나라 장례문화 일을 하게 된 동기는?

고치범: 저는 20여 년 동안 죽음이라는 문제를 제 삶에서 하루도 놓치지 않았다. 결국 죽음은 피할 문제가 아니다. 죽음은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 수 있는 힘을 주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죽음에 소홀해 왔다. 죽음과 이별에 대한 공부는 더 아름답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힘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웰엔딩 좌담회, 전승욱 한겨레두레협동조합 부장. 촬영=김남기 기자)

전승욱 한겨레두레협동조합 부장: ‘서울’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이사이고,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에서 상포계 부장을 맡고 있는 전승욱이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전국 9개 지역 협동조합을 가지고 있는 연합회이다. 우리나라의 장례, 상조시장이 왜곡되어 있고, 유족한테 큰 비용 부담을 주는 시스템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2009년에 시민들이 모여서 공제조합을 설립했다. 2012년도에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면서 협동조합으로 법인등록을 했다.

우리는 ‘죽음의 현장에 추모와 애도가 전혀 없다’는 문제점에 주목했다. 병원 장례식장의 3일장은 빈소를 차리고, 조문하고, 식사하는 것이 전부였다. 고인은 다 뒷전이고 고인에 대한 추모는 볼 수 없다. 고인에 대한 추모와 애도가 정신없이 치러지는 장례문화로 인해, 유족들이 상실감에 대한 위로를 받지 못하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조합은 2019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장례문화 선진국인 일본 현지 장례업체 기관 탐방과 종활박람회도 참석했었다. 오랜 연구결과로 ‘추모식이 있는 작은장례’를 만들게 됐다.

2020년도 6월부터 ‘작은추모장례’를 발족시키고, 지금 충무로에 ‘공간채비’라는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그 공간에서 추모식이 있는 작은장례를 지금까지 12건 정도 진행해 오고 있다. ‘작은추모장례’는 유족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깊은 애도와 추모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서 만족도가 높다.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채비 외관. 촬영=고석배 기자)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채비 외관. 촬영=고석배 기자)

성지은: ‘상포계’ 부장인데, 상포계는 어떤 일을 하는가?

전승욱: ‘상포계’란 옛날 전통 장례문화로 마을에서 장례를 치를 때 마을공동체에서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조합의 상포계는 ‘상장례’ 전체를 같이 기획하고 준비하는 팀이다. 전문 장례지도사는 장례 현장서비스를 담당하고, 저는 추모식이 있는 장례의 기획과 진행, 장례교육을 담당한다.

성지은: 추모장례를 12건을 진행했는데, 어떤 내용인가?

전승욱: 추모장례는 보통 ‘공간채비’라는 추모공간에서 1일 빈소를 차리거나, 빈소 없이 1시간 30분 정도의 추모식만 진행한다. 추모식의 핵심은 ‘고인을 기억하는 것’, ‘고인에 대한 기억을 같이 나누고 고인에게 인사’하는 시간이다. 추모내용은 애도편지를 읽거나 유품을 소개하고, 고인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 나누거나, 추모하는 노래를 불러 드리는 등의 예식으로 진행한다.


웰엔딩이란 무엇인가?

성지은: 웰엔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공간채비'에서 진행된 추모장례식 모습. 사진=한겨레두레협동조합 제공)

웰엔딩의 세 가지 요소...‘장례준비교육’, ‘추모가 있는 장례’, ‘상실치유’

전승욱: 인생에 있어 좋은 마무리는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특히 장례 방식은 미리 정해서 준비해 놓은 것이 좋다. 육체의 죽음이란 인간의 실존적 마무리이기 때문에 장례는 고인 자신에게나 남은 유족들에게 무척 중요한 과정이다. 웰엔딩은 ‘죽음 이후 처리 할 일들과 장례방식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고, ‘고인을 기억, 애도, 추모하여 상실을 위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유족들에게 지나친 비용 부담을 지우지 않는 것’이다.

저희 조합은 ‘채비플랜’이라는 장례준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프로그램은 ‘예비상주학교’, ‘채비플랜교육(추모식 준비)’, ‘애도모임’처럼 실질적인 준비와 더불어 죽음에 관한 그림책 읽기나 청년 독서모임 등 인문학적인 프로그램들도 운영하고 있다. 장례준비와 장례 이후 상실 치유까지 서비스와 교육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장례지도사 중 한 분이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어떤 분의 장례식 이후 연이어 가족들의 장례식을 치렀다. 고인에 대한 자책이 부른 결과였다. 그때 조합원들은 ‘상실치유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계속 어려운 일이 닥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우리 조합은 웰엔딩을 위해서는 ‘장례준비교육’, ‘추모가 있는 장례’, ‘상실치유’ 이 세 가지를 함께 병행하고 있다.


(우수상 [캘리그라피] - 아낌없이 주는 나무아낌없이 주는 나무
(수목장 홍보물, '아낌없이 주는 나무'. 사진=한국장례문화진흥원)

90% 병원에서 사망...‘자신의 마지막 돌봄 장소를 어디로 할 것인가’

고치범: 웰엔딩은 단순히 삶을 잘 마무리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준비를 통해 지금의 삶을 더 의미 있게 살기 위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 웰에이징, 웰엔딩이라 말이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이는 개인적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웰엔딩은 개인의 영역을 넘어 사회적·문화적 환경과 국가적 차원의 제도적 기반 마련도 중요하다. 우리사회는 이를 위한 실체적 모습은 아주 미흡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90%의 사망자는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숨을 거둔다. 대부분의 중증환자는 병원이나 요양병원 등에 들어가게 되고, 다시는 퇴원하지 못한 채 임종을 맞게 된다.

우리는 ‘자신의 마지막 돌봄 장소를 어디로 할 것인가’의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다. 우리가 웰엔딩을 말하지만, 실제 노후의 삶을 마무리하는 공간에서 인간의 존엄은 소홀이 다뤄지고 있다. 유럽의 요양시설 돌봄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존엄한 대우와 사생활 보호이다. 우리사회에서 웰엔딩을 위해서는 돌봄 시설에서의 학대방지와 존엄한 문화가 정착되는 것도 우선시돼야 한다.

2018년도 연명의료치료법, 존엄사법이 제정되어서 ‘소극적 안락사’ 등으로 협소하게 준비되어 있지만, 우리가 웰엔딩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는 너무 미흡하다.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 옥상에 작은 정원, 볕이 좋은 날 침대째 옮겨서 가족들과의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 사진=박중철 교수 제공)

삶이 좋은 기억으로 남기위해...건강, 돌봄, 자존감 필요

박중철: 삶의 속성 자체가 이야기라고 한다. 삶의 이야기에는 결말이 필요하다. 나와 가족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결말에는 의례가 반드시 따른다. 나 혼자만 살고 나 혼자만 소멸된다면 사실 의례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야기는 결국 전승되고 기억되기 때문에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기 위해서는 어울리는 좋은 의례가 필요하다.

호스피스에서는 한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환자 자신과 남겨진 보호자, 심지어 의료진과 함께 참여하는 자원봉사자 모두가 기억하는 좋은 이야기를 남기는 것이다. 한 사람의 삶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때 좋은 마무리라고 이야기한다.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상처가 아닌, 좋은 기억으로 승화될 수 있는 것이 좋은 죽음, 즉 ‘웰엔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웰엔딩을 위해서는 3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황혼기의 건강상태이다. 오랜 시간 투병으로 질질 끄는 고통을 겪다가 죽음을 맞는 것은 결코 행복한 마무리로 이어질 수 없다.

두 번째는 황혼기의 돌봄 환경이다. 인간은 늙고 쇠약해지면 필연적으로 주변의 도움과 돌봄을 받아야 한다. 인격적인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낯선 시설이나 병원, 또는 홀로 고립되어 죽음을 맞는 것은 비참하고 쓸쓸하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자존감을 잃지 않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병에 시달리고, 쇠약해져 간다. 의존적인 존재가 되어 갈수록 점점 잘 살아왔던 지난 시간의 기억과 함께 현재의 자존감도 사라진다. 비참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나라는 정체성 즉,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일상의 과제를 손에서 놓으면 안 된다.

좌담회 2편. 웰엔딩 실천방법과 제도 개선이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