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케어제품] 세대를 아우르는 보드게임 '알팅고'...'휴와락' 인터뷰

고석배 기자
  • 입력 2022.09.13 11:56
  • 수정 2023.03.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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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 본 사람이 놀 줄도 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시대 노인들은 평생 ‘살기 위해’ 사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외쳤지만 결국 ‘놀기 위해’ 살기보다 ‘살기 위해’ 사셨다. 나이가 들어 ‘살기 위한’ 일을 멈추었을 때 노인들은 당황한다. 평생 놀아본 적이 없다. 놀아 본 적이 없어 놀 줄을 모른다. 무료하다. 일도 없고 놀이도 없으니 하루가 길다. 변화 없는 생활에 자꾸 깜박깜박한다. 가끔 손주들의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알팅고 베이직. 촬영=고석배 기자)

놀이는 치매 예방과 치료에 효과

[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놀이는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치매환자의 치료에도 성과가 있음이 각종 논문에서 발표되고 있다. 놀이는 몸 전체를 쓰는 대근육 운동과 신체의 일부를 쓰는 소근육 운동을 촉진한다. 운동은 치매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다. 특히 손과 손가락을 이용하는 소근육 운동은 감각 활동으로 이어져 신체의 균형감각과 인지의 발달에 효과적이다.

(알팅고 로고. 그래픽=휴와락(주) 제공)
알팅고 로고

알까기와 알팅고 

‘알까기’라는 놀이가 있다. 바둑과 장기는 할 줄 몰라도 ‘알까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유사한 놀이 ‘비석치기’가 대근육 운동을 하게 한다면 손과 손가락을 이용하는 ‘알까기’는 소근육 운동을 유도한다. 지난해 이태복 박사의 논문 ‘인지기능향상 체조와 디지털보드게임이 치매관련인자에 미치는 영향’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소근육 운동도 대근육 운동과 마찬가지로 치매 예방 및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다. 연구에 사용된 디지털보드게임은 ‘알팅고’였다.

알팅고는 ‘알까기’를 연상시킨다. 바둑알이나 장기알 대신에 카지노 칩처럼 납작하고 둥근 칩으로 바뀌었을 뿐 원리는 같다. 하지만 ‘알팅고’를 조금 더 지켜보면 알까기보다 당구에 가깝다. 당구 중에서도 포켓볼과 유사하다. 컬링과 구슬치기와도 원리가 비슷해 응용게임이 가능하다.

(인도의 전통게임 까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알팅고는 500년 역사, 까롬의 현대판 

알팅고는 인도의 500년 된 놀이 까롬에서 착안한 스포츠보드게임이다. 까롬은 바둑, 체스와 함께 세계적으로 공인된 두뇌게임이다. 가로·세로 90cm의 까롬보드 위에서 2~4명의 선수가 오로지 손가락을 이용해 스트라이커를 튕겨, 게임 말인 까롬멘 또는 퀸을 네 모서리의 구멍에 집어넣는 방식의 실내스포츠이다. 수많은 전략과 변수가 존재해 정교한 기술이 요구된다.

알팅고는 까롬을 재해석해서 현대의 디지털 기술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알까기로 홀컵에 칩을 타격하여 넣는 방식은 똑같다. 그렇지만 5감을 자극한다는 점은 아날로그인 까롬과 차별화된 장점이다. 전략을 세우고 ‘촉각’을 이용해 타격한다. 게임 칩이 홀에 빠지면 광학센서에 감지되면서 효과음과 LED가 발광한다.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알팅고 게임 모습. 사진=휴와락 제공)

고유수용감각의 중요성  

5감이란 시각, 청각, 촉각, 지각, 고유수용감각을 일컫는다. 특히 고유수용성감각(固有受容性感覺, proprioception)은 자신의 신체 위치, 자세, 평형 및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여 중추신경계로 전달하는 감각이다. 눈을 감고 음료수를 마실 때 우리는 시각 정보에 의지하지 않고도 어느 정도의 힘으로 음료수를 집어야 한다. 어떤 속도로 입에 가져가야 음료수가 쏟아지지 않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눈으로 확인하지 않더라도 정확하게 음료수를 입으로 가져갈 수 있다. 이와 같이 고유 수용성 감각은 몸의 각 부분이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뇌에 전달한다. 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고유수용감각은 ‘알팅고’게임의 핵심이다.

(알팅고는 고유수용감각을 증진시킨다. 촬영=고석배 기자)

어른들의 놀이문화가 없다

알팅고를 개발한 휴와락은 2015년부터 역사가 시작된다. 창업자 김영미 대표가 ‘소상공인 사관학교’에 1기로 참여하였다. 인생 이모작에 대한 고민이 계기였다. 그녀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기업 홍보실에서 근무했다. 미술학원과 오픈마켓을 운영해 보았지만, 본격적인 사업은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2016년 ‘어른들의 놀이문화’를 아이템으로 창업에 뛰어든다.

아이들에게는 놀이 문화는 많잖아요. 그런데 어른들의 놀이는 별로 없더라구요. 특히 함께 할 수 있는 놀이가 없어요. 할아버지는 바둑, 장기를 두고 할머니들은 노인정에서 고스톱치는게 전부인데 문제는 따로 놀아요. 핸드폰 게임에 빠진 손자와 놀고 싶어도 놀 방법이 없고... 그래서 세대가 함께 하고 남녀가 할 수 있는 놀이가 무얼까 고민했어요.

- 휴와락(주) 김영미 대표 

(휴와락(주) 김영미 대표. 촬영=고석배 기자)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놀이에 대한 고민은 2017년 강정원 이사를 만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여러 디지털 장비의 개발 경험이 있는 강 이사는 아이디어에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아날로그 ‘까롬’으로는 한국 사회에서 대중화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시청각 효과를 주었다. 21세기 비디오 게임 시대에 맞추어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공감할 수 있는 세대 통합형 ‘오감’ 게임기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사감’을 자극하는 게임은 많아요. 시각, 청각, 촉각, 지각 들 네가지 감각은 비디오 아케이드 게임으로도 가능하겠지만  ‘고유수용감각’까지는 자극할 수 없습니다. 인지개선 효과와 직결되는 게 ‘고유수용감각’인데 ‘알팅고’는 이 부분을 최대한 살리면서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계속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입니다.

- 휴와락(주) 강정원 이사 

(휴와락(주) 강정원 이사. 촬영=고석배 기자)

알팅고의 게임룰에 대한 저작권 특허도 이미 획득했다. 형태는 비슷하지만 까롬과 알팅고는 게임룰이 다르다. 강정원 이사는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선 500년 전의 룰이 아닌 21세기의 룰로 업그레이드 시켜야 된다고 생각했다. 강정원 이사가 여러 보드게임을 섭렵하면서 고심 끝에 만들어낸 게 알팅고 게임 룰이다.

(알팅고 게임 칩. 촬영=고석배 기자)

알팅고 게임 방법

알팅고는 알을 튕기고 노는 게임이란 뜻의 브랜드로 2017년 상표·디자인 공모전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았다. 현재 알팅고에서 가능한 게임은 9가지다. 알셈 3종, 알포켓 3종 그리고 구슬치기, 윷놀이, 미니컬링이다.

알포켓 – 같은 색상 칩 3개 또는 9개를 먼저 홀에 넣고 마지막에 빨간색 칩을 넣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주의할 점은 약속된 개수의 칩을 넣기 전에 빨간색 칩을 먼저 넣으면 몰수패당한다. 포켓볼과 룰이 같다.

알셈 – 알포켓과 함께 대표적 알팅고 게임 방법이다. 같은 숫자칩 3개를 홀에 먼저 넣고, 마지막에 빨간색 칩을 넣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만약 상대방이 먼저 넣은 숫자의 칩을 다른 플레이어가 넣으면 상대방에게 넘겨야 한다. 또 먼저 넣은 숫자칩이 두 종류가 될 경우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하고 나머지 칩은 중앙에 내려놓는다. 또한 공격권은 한 번 더 할 수 있다. 알셈 게임의 묘미는 숫자카드 활용에 있다. 자신이 넣은 칩을 다 더해 모은 카드의 숫자와 맞으면 이긴다. 중요한건 숫자를 초과하면 몰수패한다. 게임의 막판으로 갈수록 긴장과 흥미를 더한다.

(알팅고 숫자칩. 사진=휴와락(주) 제공)

협업이 가능한 놀이 

알팅고의 최대 장점은 협업이 가능한 놀이라는 점이다. 고스톱에서 협업하면, 협업이 아니라 사기다. 알팅고는 가족 놀이다. 많은 게임이 세대와 성별로 특화된 경우가 있지만 가족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놀이는 많지 않다. 또한 알팅고는 게임룰의 변형이 가능하기에 질리지 않고 룰이 쉬우면서도 직관적이어서 노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놀이이다.

알팅고를 하면 많이 웃고 말이 많아져요. 환호성을 함께 지르면서 처음 보는 사람과도 금방 친해지지요.
-휴와락 김영미 대표

얼마 전에는 결혼정보회사에서도 연락이 왔다. 처음 만난 남녀의 서먹함을 없애기 딱 좋은 게임이다. 그런데 알팅고 게임의 진짜 장점은 따로 있다.

고스톱을 치면 왠지 창피한 느낌이 드는데 알팅고를 하면 뭔가 품격이 올라가는 기분이 든다고 합니다. 집에 가서도 ‘알팅고’를 하고 왔다고 자식들에게 자랑하기도 해요. 한마디로 모양이 안 빠진다는 거죠. 요즘 어르신에게는 품위도 무척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고스톱을 치면 허리가 상하지만 알팅고는 오히려 허리운동이 됩니다.   

- 휴와락 강정원이사

(알팅고는 2인에서 4인까지 게임이 가능하다. 촬영=고석배 기자)

공공시설에 적합한 놀이 

알팅고의 단점이라면 개인이 구입하기에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다는 거다. 그렇기에 개인보다는 공공시설에 적합하다. 무엇보다 공공시설엔 함께 협업하며 게임을 즐길 사람이 많다. 실제 알팅고가 들어간 공공시설은 분위기가 바뀐다고 한다. 놀이에 환호하며 웃음소리가 넘친다. 지금까지의 납품처를 살펴보아도 주민자치회나 노인복지관, 치매안심센터, 장애인 주간보호센터 등이 주를 이룬다. 최근에는 교육기관과 학교에서의 구입 의뢰가 늘고 있다. 여수교육재단을 비롯해 전국의 초등학교에 주로 납품되고 있다. 얼마전 보급한 양평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방과 후 수업뿐 아니라 체육은 물론이고 과학, 수학 수업에서도 '알팅고'를 응용하고 있다. 휴와락(주)은 알팅고가 대중화 되면 가정용 보급 제품도 공급할 계획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공공시설을 통해 먼저 알팅고와 친숙해지는 게 필요하다.

(노인복지관의 알팅고 게임 모습. 사진=휴와락(주) 제공) 

알팅고도 언덕을 만나면 힘들다 

알까기가 그렇듯이 알팅고도 평면에서는 잘 튕겨진다. 하지만 언덕을 만나면 정확히 타격할 수 없다. 알팅고를 탄생시킨 휴와락이 평평한 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알팅고는 초기 나무로 만들었다. 그리고 2019년 제1회 알팅고 게임대회를 치루면서 마케팅에 박차를 가했다. 전국 치매안심마을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본격적인 매출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다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다. 안타까운 것은 사람과 부대끼며 활동하면서 치료를 해야 할 치매 어르신들이 격리 1순위가 된 것이다. 놀이 제품이 놀 사람이 없으니 매출을 기대 할수 없었다. 김영미 대표는 작년에 가장 큰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수익이 없으니 생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되고 초기부터 함께 참여한 강정원 이사가 사의를 표할 때는 사업이 이대로 끝나는 줄 알았다 한다.

(휴와락(주)이 있는 성남 SK타워 옥상에서. 촬영=고석배 기자)

하지만 ‘휴와락‘은 고비를 넘어가며 새로이 업그레이드되어가고 있다. 알팅고도 목재에서 플라스틱으로 바꾸어 대량 양상체계에 대비했다. 마케팅 방향도 시니어 시장만 기대지 않고 초등학교 방과 후 시장까지 확대했다. 기대보다 반응이 좋아 올 9월과 내년 1월의 교육박람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초심도 잃지 않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면 어른들도 다시 찾아뵙고 대회도 계속해서 치르려고 합니다. 그런데 걱정이어요. 2023년 노인 관련 복지 예산이 줄어든다는 소문이 있어서 ’알팅고 게임지도사 양성 사업‘ 등이 쉽지 않을 듯 해요.

- 휴와락(주) 강정원 이사 

휴와락(주)은 알팅고 게임지도사 양성도 기획하고 있다. 기존 보드게임 강사들도 있지만 알팅고 게임지도사는 ’노노케어‘ 차원에서 노인들을 직접 고용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노인들이 수요자이면서 일자리 공급자 역할까지 하는 그림이다.

(휴와락 로고. 그래픽=휴와락(주) 제공)

’휴休 와 락樂‘의 세상을 꿈꾸다

에디슨은 평생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발명가로서 했던 평생의 행위들은 모두 재미있는 놀이였다고 했다. 사실 일과 놀이는 반대의 개념이 아니다. 일에서 놀이가 나왔다. 일하면서 노래가 생겼고 일하면서 춤이 나왔다. 일과 놀이의 차이는 백지 한 장 차이다

’노인은 움직이면 살고 누워 있으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어르신들도 일을 할 수 있고 일을 하고 싶어 한다. 또 치매노인도 노동이 가능하고 실제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살기 위해‘ 일하지 않고 놀기 위해 일했으면 한다. 휴와락은 일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일이 되는 세상을 꿈꾼다. ’휴休 와(and) 락樂‘은 우리 사회의 공동체 회복을 꿈꾼다.

알팅고는 상호 소통과 유대관계 확대를 위해 개발된 게임기입니다. 인지기능 발달과 강화는 기본이고 알팅고를 통해 인간적 소통의 문화가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알팅고를 통해 청소년과 노인 간의 세대 공감이 이루어지고 나아가 장애인, 이주민과도 소통한다면 우리 사회의 공동체 삶도 복원되지 않을까요?  회사가 궤도에 오르면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관심을 갖고 싶습니다. 그게 창업 목적이었으니까요.  

- ’휴休 와(and) 락樂‘ 대표 김영미

(촬영=고석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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