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엔딩] 좌담회2. ‘존엄한 죽음’을 방해하는 불편한 진실들...어떻게 웰엔딩을 할 것인가?
[웰엔딩] 좌담회2. ‘존엄한 죽음’을 방해하는 불편한 진실들...어떻게 웰엔딩을 할 것인가?
  • 김남기 기자
  • 승인 2022.09.1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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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죽어야겠다는 자기 결정이 필요하다. 그것을 저는 ‘조기 종결’이 아닌 ‘자연사’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법적‧의료적‧문화적으로 자연사를 막고 있다. - 박중철

우리도 이젠 주거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주 찾아갈 수 있도록 유골을 산분(散粉)해 유럽처럼 공원묘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화장시설, 공원묘지 등 죽은 자와 관련된 모든 장소가 기피 시설이다. - 고치범

생전장례식은 마지막 ‘생일잔치’처럼. 지인들을 초청하고, 맛있는 음식 준비하고,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준비해서 작별인사 나누는 것이다. 참여자는 죽음을 일상 담화로 나누며, 존엄하고 아름다운 죽음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 - 전승욱

제3회 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정책좌담회
초고령화 사회를 맞아 어떻게 웰엔딩을 할 것인가?

‘제3회 돌봄정책좌담회’ ▲전승욱 한겨레두레협동조합 부장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원장 ▲박중철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촬영=김남기 기자)
‘제3회 돌봄정책좌담회’ ▲전승욱 한겨레두레협동조합 부장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원장 ▲박중철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촬영=김남기 기자)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제3회 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정책좌담회에서는 “초고령화 사회를 맞아 어떻게 웰엔딩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 패널과 함께한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원장 ▲박중철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 ▲전승욱 한겨레두레협동조합 부장이 패널로 참석하고,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사회를 맡아 진행됐다. ‘어떻게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고 생을 품위 있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해 변화를 꿈꾸고 있는 활동가들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큰 변화를 일궈 내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논의해보자.

1편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을 위해‘에 이어, 2편 ‘존엄한 죽음’을 방해하는 불편한 진실들을 연재하다.

웰엔딩을 위한 실천 방법

(웰엔딩 좌담회,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촬영=김남기 기자)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웰엔딩으로 가기 위한 실천적인 부분을 논의하겠다. 박중철 교수는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에서 웰엔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다뤘다. 박중철 교수는 “병원에서 죽는 것은 최악의 죽음이다”라고도 했다. ‘어떻게 하면 웰엔딩에 한 발짝 나갈 수 있는가?

(웰엔딩 좌담회, 박중철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 촬영=김남기 기자)

박중철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 좋은 죽음을 방해하는 가장 커다란 문제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제가 만난 많은 환자들은 삶의 위기를 겪고 있는 분들이다. 위기 속에서 사람은 고독하게 되고, 좋은 마무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와 용기를 갖지 못한다. 그동안 우리의 ‘생존’은 경제적으로 더 풍요로워지는 것만을 추구하고 살아왔다. 우리가 급격한 산업화와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과 변혁을 겪으면서 원래 가지고 있던 문화를 다 잃어버렸다.

어르신에게는 수많은 지혜와 역할이 있다. 사회 분위기는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그분들의 가치를 우리 생존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것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고,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웰엔딩과 관련해 의학적으로 중요한 연구가 있다. 850여 명의 인간을 80년 넘게 일생 동안 추적한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가 바로 그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늙어서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징으로 7가지 요건을 제안한다. 크게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성숙으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신체적 건강요인으로 ▲금연 ▲적정음주 ▲적정체중 ▲규칙적 운동 이렇게 4가지가 있다. 정신적 요인으로 ▲안정적인 결혼생활 ▲꾸준한 공부 ▲성숙한 방어기제이다. 그리고 이 7가지 중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성숙한 방어기제가 꼽혔다.

성숙한 방어기제란 외부의 스트레스를 좀 더 침착하고 대응하고, 자신을 절제하며, 성실하고 긍정적으로 대응하여 자신의 성장을 만들어가는 삶의 태도이다. 이러한 태도가 일생의 건강뿐만 아니라 노년기의 행복과 삶의 만족으로 이어진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한편으로는 흡연과 과음을 피하고, 운동을 하며,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는 자기 절제력 역시 인간의 성숙한 방어기제를 만드는 수양이 된다. 결국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완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실천은 매일 배움을 멈추지 않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나쁜 습관은 끊어내고 성실하게 건강을 가꾸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성지은 우리 사회는 그동안 생을 살아가는 부분만 중요시했다. 생을 마감하는 부분들은 눈을 감고 있다. 우리는 ‘존엄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솔직하게 논의해야 한다. 우리는 중환자실과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어르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불편해 한다. 고치범 원장은 ‘작은 묘지를 우리 문화로 어떻게 정착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어떤 방법이 구체적으로 있는가?

(웰엔딩 좌담회,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원장. 촬영=김남기 기자)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원장 저는 선진국의 요양시설을 여러 번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또 우리나라의 요양시설도 여러 번 봤다. 우리나라에도 몇 개의 공공 요양시설은 선진국 못지않게 좋은 시설이 있다. 그런데 극히 들어가기 힘들고 얼마 안 된다. 대부분의 요양시설은 마지막 삶을 보내기에 부족함이 많다. 호스피스병동 역시 혜택 보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유럽의 요양시설은 우리나라처럼 다인(多人) 요양시설은 보지 못했다. 2인실 아니면 1인실 이다. 개인의 존엄과 욕구가 철저하게 존중되고 있다. 유럽은 장례 후 고인을 모시는 장소가 대부분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지난 7월 독일의 베를린과 함부르크의 화장시설 및 공원묘지 등을 보고 왔다. 베를린과 함부르크 도시 내에 많은 공원묘지가 있다. 함부르크에는 센트럴파크 2배나 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원묘지가 도시에 있다. 독일도 화장률이 80% 가까이 되는데 화장한 유골을 거주지 근처의 공원묘지에 대부분 묻는다. 공원묘지이지만 묘지라기보다 아름다운 공원이다. 유족들은 일상적으로 가족들의 묘소를 찾고, 묘소에 직접 화초를 심고 물을 주면서 떠난 자와 함께 하는 일상의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독일의 공원묘지문화가 부러운 상황이다. 우리도 매장문화가 화장문화로 바뀌었듯이, 가까운 곳에 있는 아름다운 공원묘지에 자주 찾아갈 수 있는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쁜 정원으로 가꾸어진 독일의 공원묘지 모습
(이쁜 정원으로 가꾸어진 독일의 공원묘지 모습. 사진=한국장례문화진흥원 제공)

우리나라는 매장문화에서 화장문화로 바뀌고 있다. 화장 후 60%의 유골이 봉안당에 안치되고, 자연장으로 수목장, 잔디장, 화초 정원장도 확산하고 있다. 매년 20만개의 봉안당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화장 후 유골을 봉안당에 모시는 것은 환경적 측면에서 재고해야 할 상황이다. 이제 묘지를 돌보기 힘든 시대이다. 시간이 흐르면 봉안당의 유골도 또다시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봉안당을 대체하는 자연장의 인프라가 너무도 부족한 상황이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수목장 등은 비싼 비용으로 일반 시민이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또 다른 묘지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화장 후 유골을 안치하는 공원묘지는 지방자치단체와 종교단체가 운영한다. 사실상 우리나라와 같은 민간 공원묘지는 없다고 보아도 된다. 죽음 후 장례까지 복지적 측면에서 저렴하게 제공된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의 자연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자연장지가 크게 확대되어야 한다.

우리도 이젠 주거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주 찾아갈 수 있도록 유골을 산분(散粉)해 유럽처럼 공원묘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화장시설, 공원묘지 등 죽은 자와 관련된 모든 장소가 기피 시설이다. 심지어 요양시설 설치 시에도 주민들 반대가 있는 상황이다.


성지은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에서 웰엔딩을 위해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가?

(웰엔딩 좌담회, 전승욱 한겨레두레협동조합 부장. 촬영=김남기 기자)

전승욱 한겨레두레협동조합 부장 고인과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이 장례이다. 임종기에 어르신들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자기 임종의 단계를 만들어갈지 저희 협동조합에서는 함께 고민하고 있다.

작은 장례 서비스를 기본복지의 관점에서 국민 필수서비스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사전장례 준비와 추모식이 있는 ‘작은장례’와 사후 ‘유족상실치유’로 이어지는 과정이 국민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생애말기 기본서비스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사건이 누구에게나 따뜻한 돌봄과 아름다운 추모의 시간이 되도록 5가지 사업하고 있다.

첫째는 추모식이 있는 ‘작은장례’ 확산을 위해 지역에 있는 공공이나 민간의 공유공간에 추모공간 마련하기 위해서 준비 중이다. 현재 충무로에 있는 공간채비에서 진행하는 추모식을 각 공간의 특성에 맞는 여러 형태의 추모식 모델로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두 번째는 최근 ‘생전장례식’에 대한 욕구가 많다. 한 조사에 따르면, “내가 죽은 다음에 지인들을 만나서 인사할 수도 없고, 마지막 이별의 시간을 실제 나는 경험할 수도 없다. 만약에 할 수 있다면 내가 살아있을 때 지인들을 만나서 인사하고 가족들과도 마지막 인사를 잘하고 싶다”고 했다.

사후 추모식도 의미가 있지만 생전에 가족과 지인과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 임종을 맞은 분에게 더 의미 있고 필요한 일이다. 생전장례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조합원과 여러 기관과 협혁해 생전장례를 원하는 분이 있는지 찾고 있다.

세 번째는 ‘모의 추모장례 체험’을 통한 죽음 교육을 진행 중이다. 모의 추모장례는 입관체험처럼 생전에 임종을 가정하고 자기 삶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입관체험보다 훨씬 더 풍부한 예식과 임종경험을 제공한다. 함께 모의추모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애도 행위들을 통해서 자기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인지를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21년에 광진구에 있는 모 기관과 함께 진행한 모의추모장례에서 참여자들은 삶과 죽음에 대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네 번째는 돌봄종사자 ‘죽음교육’이다. 요양보호사들이 요양원이나 대상자의 집에서 돌봄을 진행할 때 대상자의 죽음의 현장을 목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초동조치도 어렵지만, 돌보던 대상자의 죽음에 매우 상심하는 문제도 종사자들이 많이 겪는 문제이다. 이 교육은 기본 교육과정에 조치 방법을 배우고, ‘요양돌봄종사자’들에게 현장 초동조치와 죽음 인문학교육을 진행해 상실을 치유를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노인복지관이나 ‘요양돌봄기관들’과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다.

다섯 번째는 일상 속 죽음에 관해서 생각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영국에서 시작한 '데쓰까페(Death cafe)'는 일본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참여자는 죽음을 일상 담화로 나누며, 죽음에 대한 공포를 제거하고, 존엄하고 아름다운 죽음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 충무로 공간채비를 통해서 이러한 애도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소모임을 발굴하고 지원하고 있다.

성지은 유족이 주도하는 장례문화에 관련된 활동은 무엇인가?

전승욱 현재 우리나라의 장례는 너무 용품에 집중되어 있고, 장례 주도권이 기업에 많이 있다. 그래서 삼일장 시스템도 유족들이 꼭 원하기보다는, 기업의 관점에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이다.

저희 협동조합은 조합원 중심으로 운영돼, 용품도 유족에게 필요한 것만 제공하고 있다. 유족이 원하는 장례방식으로 ‘채비노트’를 만들어서 교육과 작성을 돕도록 하고 있다.

‘수의를 입지 않고 입던 옷 그대로 입고 가고 싶다’라고 하면, 현장 장례지도사들이 고인의 뜻을 이어서 실천한다. 유족이 원하는 장례의 방식이 있다면, 예를 들어 추모꽃으로 ‘장미를 헌화하고 싶다’라면 준비해 드린다.

('공간채비'에서 진행된 추모장례식 모습. 사진=한겨레두레협동조합 제공)

웰엔딩의 걸림돌과 제도의 개선

성지은 웰엔딩의 실천을 위해 걸림돌이 되는 문제와 제도의 개선점이 어떤 것이 있나?

박중철 스스로 자연사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생명 자체에 너무 크게 집중하고 있어서 좋은 마무리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최근에 이대호 야구선수가 은퇴경기를 하면서 전국에서 은퇴투어를 하고 있다. 이대호 선수는 자기 스스로 은퇴시기를 결정했다. 그리고 은퇴식을 가지면서 모든 구장, 구단에서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물론 지금도 현역 선수로서 부족하지 않은 활약을 하고 있지만 자기 스스로 물러날 시기를 결정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살면서 삶의 시간과 서사가 쌓이면, 내가 어떻게 죽어야겠다는 자기 결정이 필요하다. 그것을 저는 ‘조기 종결’이 아닌 ‘자연사’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법적‧의료적‧문화적으로 자연사를 막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공영양’ 문제이다. 우리는 생애말기에 제대로 먹지 못하면 병원으로 간다. 그러면 병원은 강제로 영양급식, 인공급식을 하게 된다. 이 순간부터 우리는 자연스럽게,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다. 그때부터 문제가 복잡해지면서 병원시스템으로 우리의 생명은 돌아간다. 병간호가 일어나고, 가족들은 지치게 되고, 무한정 돌봄의 문제가 생기고, ‘환자도 끝없이 고통을 받다’가 삶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좋은 기억을 남길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제도적으로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자연사에 대한 문제이다. ‘안락사’나 ‘조력자살’의 법제화 이전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연사’의 문제를 보다 용기 있게 이야기해야 한다.

성지은 박 교수는 저서에서 의료인들에게 웰엔딩의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

박중철 의사들은 임종기의 환자들을 만날 때, 올바른 가치 판단을 해야 한다. ‘어떤 것이 환자에게 더 이롭고 좋은 것이 될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실상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가치 판단의 이야기를 못한다.

왜냐하면 많은 의사는 나의 짧은 인생 경험으로 고령의 환자들에게 어떤 조언으로 설득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의사는 환자에게 모든 결정권을 넘기게 된다. 그러면, 환자는 혼란에 빠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주저하게 된다. 이럴 때 대부분은 한 가지 방향으로 가게 된다. ‘무조건 살리는 것’.

어느 순간 우리 사회 전체가 ‘생존하는 것은 가장 이로운 것이다’라는 ‘정언 명령’(행위가 선(善)이기 때문에 무조건 1분 1초를 살리더라도 그건 이로운 행위)을 무언의 규범처럼 여기고 있다. 그래서 생존을 위한 기계적인 의료가 횡행하게 된다. 환자가 위기를 겪고 있을 때, 의사들은 냉정하게 환자들의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용기를 갖고 조언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의사들은 ‘죽음에 관한 것을 교육’ 받아야 한다. 인문학적 소양에 근거해서 삶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의사들의 권위가 향상되어야 한다. 의사의 권위는 환자와 대화하고 이끌어줄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 옥상에 작은 정원, 볕이 좋은 날 침대째 옮겨서 가족들과의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 사진=박중철 교수 제공)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 옥상에 작은 정원, 볕이 좋은 날 침대째 옮겨서 가족들과의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 사진=박중철 교수 제공)

성지은 우리나라 장례문화의 변화를 위해 어떤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가?

고치범 우리나라 노후의 빈곤율은 세계 1위 수준으로 노후의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 홀로 사는 노인도 2021년 345만 명이나 된다. 지난 5년간 노인 1인 가구가 31% 증가했다. 점차 가족의 부양의식이 약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 1인 가구는 더 증가할 것이다. 노후의 생계가 걱정인 저소득층 노인들에 대한 웰엔딩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있어야 한다. 저소득층에 대한 웰엔딩을 위한 보다 구체화한 돌봄과 장례복지가 새롭게 대두되는 상황이다.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나, 가족이 있음에도 시신은 인수를 거부하여 무연고 사망자 장례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올해 6월부터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근거가 마련됐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기존 무연고사망자를 최소한의 존엄한 장례의식 없이 화장 처리하던 것을 자원봉사자와 함께 장례의식을 거쳐 화장과 안치가 되도록 공영장례사업을 올해 9월부터 추진하고 있다.

은퇴자에게 “나의 삶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체계화된 사회적 교육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특히, 죽음에 관한 공부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죽음은 피해야 할 주제가 아니라 항상 대면해야 할 주제이다. 죽음에 관한 공부는 학창시절부터 올바로 시켜야 한다. 죽음에 관한 공부는 지금 열심히 살기 위한 동기를 준다.

성지은 고치범 원장은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새로운 제도가 있다면 무엇이 있는가?

고치범 현재 우리나라의 수목장 문화도 공원묘지 중 하나의 형태일 뿐이다. 그래서 증가하는 봉안당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유골을 산과 강 등에 뿌리는 장사 방법인 ‘산분장(散粉葬)’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가구원수에 따른 산분장 선호도. 자료=보건복지부, 그패픽=김남기 기자)

산분장례 이후 추모의 공간을 별도로 만들거나, 가상현실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가장 앞선 기술인 ICT와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것이다. 추모의 공간에 어머니의 영정이 떠오르고, 음성 AI가 생전의 부모님 목소리로 서로 안부를 묻고 대화를 할 수 있다. 요즘에는 30초 정도의 목소리가 있으면 인공지능으로 대화가 가능하다. 나와 부모님의 인적 사항 등을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학습한 내용으로 고인과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다.

우리 후손들을 위해 제사 문화가 없어지는 것을 나무랄 게 아니라 새로운 추모 문화를 만드는 것도 바람직하다.


성지은 고독사와 관련해서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어떤 것이 있는가?

전승욱 우리 조합에서 경험한 사례이다. 노인 고독사 관련 협력 요양원에서 어르신이 이런 부탁을 했었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에서 내 장례를 맡아주었으면 한다. 나는 아들이 있지만 아들과 떨어져 산 지 오래되었고, 아들한테 장례를 맡기고 싶지 않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저희는 어르신께 죄송하게도 “할 수 없다.”라고 말씀드렸다. 왜냐하면 ‘성년후견 제도’의 한계 때문이다. 제삼자가 사후에 장례업무를 위임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어르신은 사후에 무연고자 처리가 되었고, 지자체와 경찰에서 장례를 혈육인 아들을 찾았다. 아들이 맡았으면 장례를 치러서 다행인데, 만일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면 그 어르신은 무연고자로 화장되셨을 것이다.

임종자에 대해서 사후(死後)사무를 성년후견인이나 또는 법인이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혈족 이외에는 고인의 장례를 진행할 수 없다.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거인이나 지인은 시신처리를 포함한 장례를 진행할 수 없어서 무연고 처리되면 무조건 지자체가 진행하게 한 장사법 12조가 개정 보완되어야 한다.

또한 성년후견인이 사후사무로 상속자를 찾기 전까지 고인이 장례신탁으로 맡겨 둔 재산을 장례에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일본처럼 자기 후견인을 찾아 헤매는 수고를 하지 않도록 공공이든지, 민간이든지 법인후견기관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 LISS라는 NPO가 제3자 후견법인이 되어서 장례신탁도 예치 받고 사후사무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아 독거자라 할지라도 무연고자가 되지 않고 장례를 잘 치를 수 있게 했다.

성지은 ‘생전 장례식’을 마련됐을 때, 제도적으로 보완될 부분이 있는가?

전승욱 ‘생전 장례식’은 제도적인 문제보다는 문화적인 거부감이 크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죽음’이라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말기 암환자가 “내가 생전 장례식을 하고 싶다” 할 때 보통 유족들이 “왜 벌써 그렇게 하느냐?”, “아직 더 애써 봐야지”하는 문화가 있다.

생전장례식은 마지막 ‘생일잔치’처럼. 지인들을 초청하고, 맛있는 음식 준비하고,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준비해서 작별인사 나누는 것이다.

('공간채비'에서 진행된 추모장례식 모습. 사진=한겨레두레협동조합 제공)<br>
('공간채비'에서 진행된 추모장례식 모습. 사진=한겨레두레협동조합 제공)

성지은 제도적인 부분까지 이야기를 들었다. 웰엔딩과 관련해서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가?

박중철 결국 좋은 죽음을 위해서는 개인이 일생 준비해야 하는 영역이 존재한다. 하지만 개인 노력이 공정하게 결실로 이어지기 위해서 사회 환경적 기반과 여건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것 중 하나가 바로 노인의 역할이다.

정부와 미디어는 늘 초고령사회에서 노인 노인부양지수가 상승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의 노인에 대한 시선은 부담과 짐으로 여기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노인 일자리의 상당 부분은 노인의 자존감은 고려하지 않는 매우 단순하거나 기계적인 일들이다. 살아온 삶의 연륜과 지혜를 풀어낼 수 있는 사회적 배려가 매우 빈약하다. 결국 노인이 되어서도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환경 역시도 경제적 수준에 따른 양극화가 발생하게 된다.

노인을 대상으로는 비참함을 피하고, 존엄한 삶의 마무리 과정을 위한 실제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그와 더불어 삶의 성취와 성공에 전념하는 중장년들을 대상으로 진정한 행복의 가치가 무엇이며, 삶의 후반전에서 어떤 도전으로 자신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지켜낼 것인지를 고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사실 오늘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불편한 진실 몇 가지를 이야기했다. 장례 의례, 문화, 의료적인 부분들의 개선은 계속되어야 한다. 특히 대중에게 가장 영향력을 많이 끼치는 것은 ‘미디어’이다. 영화, 뉴스, 드라마에서 보이는 의사는 ‘환자를 구덩이에서 끄집어내서 살게 만드는 위대한 의사들’이다. 그 반대로 ‘죽음을 돕는 의사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소비하지 않는다. 미디어에서 웰엔딩 이야기를 조금 더 한 발짝 나아가서 순수하게 나누면 조금 더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개인 한두 사람이 이야기하고 책을 써낸다고 해도 파급력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성지은 박 교수의 저서는 파급력이 크다. 저는 이 책을 읽어 본 사람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가만히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부모님을 그대로 둘 수 없고, 행동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고치범 저는 개인적으로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노명우 교수가 부모님을 다 떠나보내고 나서 쓴 <인생극장>이다. 부모님 삶의 이야기를 시대별로 영화처럼 꾸며, 부모님의 삶을 반추하는 책이다. 김창희 씨의 <아버지를 찾아서>라는 책이 있다. <아버지를 찾아서>는 교사였던 아버지의 50년대, 60년대 통영에서 찍은 사진들을 스토리로 엮었다. 자식이 부모님의 삶을 이야기를 되새기는 내용이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매우 많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속담에 “한 사람의 삶은 그 사람이 떠나면 하나의 도서관이 없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좋고, 나쁨을 떠나서 삶의 스토리는 모두에게 아픔과 슬픔이 담겨 있다. 그런 기억을 후손에게 제대로 남겨주어야 한다.

저희 아버지는 살아생전 “내 이야기를 쓰면 소설책 3권이 된다.”라고 했다. 저는 지금도 아픈 것이 아버지에 대해 그 소설의 많은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물어보지 못한 것이다. 제가 3권은 아니더라도 A4 10장이라도 썼으면 좋았을 텐데. 아버지의 그 많은 삶을 못 물어봤다는 게 지금도 항상 가슴에 남아 있다.


전승욱 ‘추모장례’ 문화의 확산이 많이 되었으면 좋겠다. 추모식을 준비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각자의 특색을 갖는다. 고인의 삶의 궤적이 다르듯이 고인을 추모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매우 풍성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유족이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을 위해 추모장례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우리가 복지 국가를 이야기할 때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아직 무덤까지는 못 간 것 같다. 장례 서비스 전반적인 것이 국가의 기본복지에 편입될 수 있다면, 장례, 상조 시장이 과열되고 불안정 판매로 인해 소비자가 고통 받는 부분이 많이 없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고, 추모가 있는 장례문화를 만들고 싶다.

성지은 오늘 정책좌담회는 ‘웰엔딩’에 대해서 논의했다. 사실 웰엔딩을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거다.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안 되기 때문이다. 오늘 의미 있고, 불편한 진실을 진솔하게 나누는 정책좌담회였다. 웰엔딩 주제는 이제 시작이고, 계속 이어가면서 진행하도록 하겠다.

좌담회 1편.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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