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민 동의 없는 50+재단 등 서울시 출연기관 통폐합...'시니어세대 가만있지 않겠다'

고석배 기자
  • 입력 2022.09.16 19:22
  • 수정 2022.09.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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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오세훈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을 선언했다. 그리고 뒤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 축소와 통폐합을 얘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얼마 전 사회적 약자를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뒤에서는 공공기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기능과 자산을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내놓았다.

- 서울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정진술

(서울투자출연기관노조연합회 대국민 웹자보)

서울시 출연기관 통폐합 이대로 괜찮은가?

[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서울시는 공식적으로 서울시 출연기관의 통폐합을 발표한 적이 없다. 소문이 먼저 났다. 아니 의도적으로 먼저 소문을 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향후 정치 행보의 큰 그림을 위해서는 간 보는 아웃복싱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7월 오세훈 시장은 M 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시장 때 서울시 투자 출연기관이 9개가 늘었다며 기능이 중복되는 기관을 대상으로 통폐합하겠다고 의사를 피력했다. 이유는 ‘예산 절감’이라며 정부 방침에 맞춰 서울시가 가장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달 오세훈 시장은 D 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임시장 10년 동안 출연기관 노동자가 2만 명에서 3만 명까지 늘었다며 “기능이 비슷하거나 중복된 곳을 중심으로 최소 3, 4개는 통폐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특별시 시의회. 촬영=고석배기자)

8월에는 K 일보를 통해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의 구조조정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확정하되, 꼭 필요한 3개 기관에만 한정해서 진행하겠다”고 더 구체화 된 오세훈 시장의 구상을 드러냈다. 3개 기관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서울기술연구원, 공공보건의료재단이다. 현재 이들은 각각 평생교육진흥원, 서울의료원, 서울연구원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 출연기관 통·폐합 이대로 괜찮은가? 정책토론회. 촬영=고석배기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

담당 공무원들은 10월에 외부 용역기관의 결과를 기다린다며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본지를 통해 전했지만, 오세훈 시장은 이미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8월에 확정적 발언을 한 것이다. 이에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출연기관지부는 침묵을 깨고 행동에 나섰다.

(정진술,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촬영=고석배기자)

9월 13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시 출연기관 통·폐합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행사를 주관한 이병도 서울시 의원은

“소문으로만 도는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의 통폐합 문제점을 제시하고 시민, 시민사회 전문가, 관계기관 종사자 등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싶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병도 서울시의원. 촬영=고석배기자)

더불어민주당, 민주노총, 한국노총은 시민의 뜻에 따른다

발제와 토론에 앞서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정진술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민주당은 불법 부당한 기관 통폐합을 막기 위해 필요한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시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진 축사에는 양대 노총인 민주노총의 전국공공운수노조와 한국노총의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이 함께 참여해 시선을 끌었다.

(공공운수노조 정운교 서울 지부장. 촬영=고석배기자)

공공운수노조에서는 김태균 부위원장과 정운교 서울 지부장이 참석했다. 정운교 지부장은 “투쟁이라면 공공운수노조가 민주노총에서도 유명하다. 그러나 투쟁보다도 이렇게 먼저 대화하고 방안을 찾아가는 모습이 좋다. 그래서 오늘 토론회가 좋은 대안을 찾아갈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축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26만 조합원과 함께 두 눈 뜨고 지켜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잘못됐다고 하면 함께 싸울 것을 축사를 갈음해서 약속드립니다.

-김태균 전국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공공운수노조 김태균 부위원장. 촬영=고석배기자)

이어진 한국노총의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정정희 수석부위원장은 “양대 노총이 모처럼 이런 계기를 통해서 하나로 뭉칠게 해준 오세훈 시장께 감사의 말씀 전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서울시에서 통합 관련 조례가 시대착오적으로 통과된다면 또 다른 법적 분쟁이 야기될 거라 경고하며 우리 한국노총은 또 민주노총과 연대해서 이렇게 불합리한 공공 노동자들의 통폐합 관련된 부분들을 강력하게 저지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정정희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 정정희. 촬영=고석배기자)

환영사가 끝나고 나도철 서울시 출연기관 지부장의 사회로 이번 통폐합의 당사자로 거론된 서울시 50플라스 재단, 서울기술연구원, 서울공공보건의료재단 노조위원장의 발제가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세 기관은 모두 전임 시장 때 만들어진 출연기관이었다.

(나도철 서울시 출연기관 지부장. 촬영=고석배기자)

발제1. 서울기술연구원 – 유사중복은 이름뿐이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온 서울기술연구원의 조요한 노조위원장은 먼저 통폐합 대상 기관을 마치 ‘방만경영’을 하는 것처럼 낙인찍고, 일방적 언론플레이로 여론을 조장하는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7월 서울시 공기업과에서 이미 ‘투자출연기관 혁신 추진계획’이라는 보안문건을 생성했다고 폭로했다.

서울연구원과 서울기술연구원은 이름만 비슷할 뿐 유사중복 업무가 전혀 없음에도 기한까지 정해놓고 졸속으로 진행하면 결국 손해는 시민들이 떠안는다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서울연구원은 리서치 중심의 인문 관련 연구기관이고 서울기술연구원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연구기관이다. 올여름 폭우로 인해 수해가 났을 때, 향후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가의 여덟까지 과제를 돌출해 낸 곳이 서울기술연구원이다. 폭설 대비나 미세먼지, 재난의 불평등 문제 등 시민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디테일하게 제공하자는 측면이 서울연구원과 대비된다.

(서울기술연구원. 촬영=고석배기자)

서울기술연구원을 설립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10년을 고민하고 준비한 기관을 하루아침에 없애기보다 문제점 도출에서부터 해결방안 제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오픈해야 한다. 설립 절차에 10년이 걸렸다면 통폐합 절차도 그에 준하는 기준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요한 위원장은 목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공공의 영역에서 효율성이라는 것은 정말 조심히 접근해야 한다며 2008년 ‘미국금융위기’를 예측한 로버트 실러의 연구를 소개했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는 정치가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재정건정성이라는 이유로 공공서비스를 축소했을 때 부채를 감소하고 공공서비스를 유지한다면 성공이지만 연구 결과 둘 다 줄어들었다. 공장을 세우고 도로를 만드는 것만이 성장이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GDP 성장을 견인한다.” 저희 서울기술연구원도 지난 서울시 수해에서 보았듯이 ‘재난의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까?’ 바로 이런 연구를 합니다.

- 서울기술연구원 지회장 조요한

(조요한 서울기술연구원 지회장. 촬영=고석배기자)

발제2. 서울50플러스 재단 – 세계 유일의 노후 준비 공공서비스가 ‘흔적지우기’ 희생양으로

두 번째로 서울50플러스재단 정재수 노조위원장이 주제발표를 하였다. 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층을 위한 사회공헌 일자리 창출과 시니어 일자리 생태계 조성, 맞춤형 노후 준비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2016년 설립되었다. 현재 서울시 자치구별 4개의 캠퍼스와 12개의 센터가 운영 중이며 누적 이용 인원수는 116만 명에 달한다. 또한 국내 최대 중장년 온라인 플랫폼의 이용자 수는 655만 명이다.

(50플러스재단. 촬영=고석배기자)

50플러스재단은 그동안 8,000여 건의 일자리와 약 14,200여 건의 사회공헌일자리를 창출해내 2020년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 우수사례에 선정되었으며 해외에서도 ‘50플러스 세대’ 정책의 최초 시행을 인정 받아 2017년 OECD 선정 공공부문 혁신 우수사례에 선정됐고 2020년 WHO로부터 혁신포럼 사회혁신 사례에 선정되었으며 마침내 올해에는 WHO 제1회 혁신 챌린저상을 수상했다.

서울50플러스재단의 영향은 전국으로 번져 2021년 12월에는 노후준비지원법의 법개정을 견인하기도 했다. 전국 지자체에서 뒤늦게 서울시의 정책을 본받아 50플러스 재단의 사례를 배우려 한 시점에 서울시는 상을 주고 격려하기보다 통폐합의 선물을 주었다. 왜일까?

제가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480만 명의 서울시 중장년의 일자리와 노후 서비스의 가치보다도 단지, 전 시장의 치적을 지우고 싶어 하는 서울시의 의도가 강하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 서울 50플러스재단 정재수 지회장

(정재수 50플러스재단 지회장. 촬영=고석배기자)

50플러스재단 사업의 67.2%는 일자리 사업이다. 통합 대상인 평생교육진흥원과 겹치는 부분은 4%에 불과하다. 기능이 비슷하거나 중복되었다는 근거가 절대 부족하다. 결과를 정해놓고 과정을 꿰맞추고 있다. 실례로 올 1월 서울시 평생교육국에서는 2030사업기본계획 내용에 50대의 인생 이모작 도전과 자립강화라는 문구가 이미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인생이모작국을 폐하고 평생교육국 산하로 통합시켰다. 사람을 침대에 맞추는 작업은 예견되어 있었다.

50플러스재단 정재수 지회장은 4년 후 대권을 도전하는 오세훈 시장에게 담대한 제안을 하였다. 50플러스재단을 잘 못 풀면 온전히 정치적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시장님! 우리 재단은 중장년지원 정책에 주도권과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4년 동안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의 중장년들을 위한 관련 지원 제도와 기준을 만들어 내고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중장년지원 관련 조직과 네트워크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주도하겠습니다. 시장님! 우리 재단은 더 크게 그려할 그림이지 지워야 할 그림이 아닙니다. 우리 재단은 시장님께서 그리시는 4년 후의 큰 그림에 반드시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 서울 50플러스재단 지회장 정재수 

(서울50플러스재단. 촬영=고석배기자)

발제3. 서울공공보건의료재단 – ‘약자와의 동행’은 기만인가

세 번째 발제자로 한준희 서울보건의료재단 지회장은 먼저 오세훈 시장의 ‘약자와의 동행’은 단지 정치적인 구호냐고 물었다. ‘서울형 공공의료 확충’을 내세우면서 그 실행기관인 공공의료보건재단을 통폐합하겠다는 것은 기만적 정치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공공보건의료재단은 코로나19 총력대응의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 경영평가에서 상위등급을 받으며 5년 만에 설립 타당성을 입증했다.

(서울공공보건의료재단. 촬영=고석배기자)

통합 대상인 서울의료원은 코로나 이후 의사가 계속 빠져나가 의사 인력난이 심각하다. 의사직 채용 재공고를 냈음에도 지원자가 전무했다. 이런 상황에서 진료 기능과 무관한 재단 업무까지 부담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또한 서울의료원 산하 12개 시립 병원은 직영, 출연, 위탁 등 다양한 지배구조가 있어 대상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벅차다. 일본의 경우엔 코로나를 겪으며 도립병원 관리체계를 ‘동경도립병원기구’로 오히려 전문화했다. 통합은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결정이다.

지난 7월 6일, 서울시의회 ‘국민의 힘’에서 대표 발의한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조례안이 있습니다. 여기에 보면 시장의 책무로서 ‘법 22조에 따른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의 기능과 역할은 공공보건의료재단을 통해 수행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러한 입법 취지를 고려했을 때 서울시는 공공보건의료재단 통폐합 논의를 철회해서 특히나 포스트 코로나시대 ‘약자와 동행하는 건강한 서울 만들기’ 정책 의지를 입증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한준희 서울공공보건의료재단  노조위원장

(한준희 서울공공보건의료재단 노조위원장. 촬영=고석배기자)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발제에 이어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은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원과 한재영 공공운수노조 공공사업팀 국장 그리고 이병도 서울시의회 의원이 진행했다.

(정책토론회 모습. 촬영=고석배기자)

김철 연구원은 지방선거 이후 전국적으로 산하기관 통폐합이 진행되고 있으며 서울의 경우 오늘 발제한 세 기관 외에 서울디지털재단,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등 10개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그는 변형된 형태의 민영화를 우려했으며 지방공공기관 통폐합 논의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 시장의 측근이 대표이사 자리에 있는 서울사회서비스의 경우를 예로 들며 경영효율화와 예산 절감을 내세우지만, 출연기관은 지방 공기업과는 달리 수익을 내는 곳이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어떻게 더 잘 제공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경영효율화의 잣대로 통폐합을 바라보아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서울시가 통폐합하려 한다면 시민들과 구성원들을 설득할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보면 기관의 자율적인 운영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통폐합 문제 또한 자율적인 운영의 견지에서 출자기관 구성원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원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원. 촬영=고석배기자)

무리한 구조조정은 사회적 저항에 직면한다

한재영 공공운수노조 국장은 구조 조정의 대상으로 지방 출연기관이 핵심 타깃이 된 이유를 꼬집었다. 상하수도 같은 직영 공기업은 건들지 않고 비공무원 조직을 건드리는 이유는 출연기관이 설립과 해산에서 제도화가 덜 되어 있기 때문에 정권이 교체된다든지 하면 흔들리면서 제도의 공백이 생긴다고 바라봤다. 그렇기에 백년지대계를 생각해서 정치세력이 바뀌더라도 주민들의 공공 서비스를 위한 지속가능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50플러스재단 같은 경우,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인 인구구조의 문제를 각 지자체가 더한층 특화하고 전문화돼서 다뤄야 할 사안인데 이렇게 억지로 구조조정에 꿰어 맞추는 건 시민 반발이나 사회안전망의 훼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 한재영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팀 국장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팀 한재영 국장(오른쪽). 촬영=고석배기자)

시대의 요구는 폐기보다 확대이다

이병도 서울시의원은 현재 통폐합 논의가 되는 기관들은 시대의 요구에 의해 탄생한 산물이라고 입을 열었다. 코로나 판데믹의 경험과 앞으로 닥칠 초고령사회, 그리고 사회재난과 빈곤 해결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은 시대적으로 소멸한 것이 아니라 더 강화하고 확대할 문제임을 강조했다. 그런데도 통폐합 논의가 어떠한 비전이나 마스터플랜도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천만 서울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서울시의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지금 서울시를 보면 마치 무슨 군사작전을 하듯이 정보들이 제한적이고, 뭔가 감추려 하는데 이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문제일수록 시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기관들이기 때문에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충분한 소통 과정을 거쳐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야 함이 필수적입니다. 그런 과정들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병도 서울시의원

(이병도 서울시의원(왼쪽 첫번째). 촬영=고석배기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

토론이 끝나도 회의실을 꽉 채운 시민들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애초 준비한 자료집이 부족해 내빈들에게 마저 나눠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 시민은 서울시의회의 여야 비율을 볼 때 국민의 힘이 기승전 표결로 갈 경우 결국 통폐합 조례는 통과하게 되는데 어느 수위까지 더불어민주당이 대응할 거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박유진 서울시 행정자치위원회 의원은 시민들의 관심과 열기가 피부로 느껴진다면서 “비록 76대 36이지만,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똘똘 뭉쳐 서울시 출연기관 통폐합을 막아낼 것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것입니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서울시는 정치적 싸움으로 여론을 유도하겠지만 우리는 ‘해고는 살인이다’, ‘공공기관이 수익성을 앞세우며 구조조정과 해고에 앞장설 수 없다’는 논리로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공공서비스 문제’임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유진 서울시의원. 촬영=고석배기자)

잠자는 50플러스 세대의 코를 건들지 말라 

50플러스 세대 당사자라는 한 시민은 서울시에 절절한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50플러스 세대의 문제에 대해 짚고 싶어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중장년 지원 정책 중에서 가장 훌륭한 콘텐츠라고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50플러스 당사자의 입장으로 봤을 때 50플러스재단이 만약에 폐쇄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고요. 그리고 7년 가까이 50플러스재단이 중장년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온 노하우와 시행착오 끝에 얻은 많은 역량이 사장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확대되어야 합니다.

50플러스재단의 주인은 50플러스 세대 당사자들입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당사자의 의견을 듣기는커녕 배제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50플러스 세대는 230만 명입니다. 향후 충분한 검토나 고려 없이 졸속으로 통폐합이 추진된다면 우리 50플러스 230만 당사자들은 ‘결코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말씀을 서울시 당국자에게 꼭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소셜학교 황일성 대표

(소셜학교 황일성 대표. 촬영=고석배기자)

오세훈 시장이 7월 29일 결제한 투자출연기관 혁신 계획에는 10월에 조례 폐지 절차를 마치고 내년 9월까지 재단 해산을 완료한다고 되어있다. 이 모두가 올 10월에 예정된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진행되고 있다. 결론은 이미 정해졌고 형식적 통과의례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정책토론회 참가자 기념사진. 촬영=고석배기자)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공공서비스 문제’

서울시나 정부 모두 공공기관의 재정건전성을 문제 삼고 있다. 오로지 시장의 논리만 잣대로 들이대고 있다. 공공기관은 수익의 여부를 떠나 민간이 하지 않는 공공의 역할과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실현하는가?’를 기준으로 들여봐야 한다. 공공기관의 경영효율화는 이익을 얼마나 남겼는가로 따질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회적 약자에게 공공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느냐로 따져야 한다.

유튜브로 진행된 온라인의 열기도 뜨거웠다. 2시간의 토론회를 유튜브로 진행한 한 네티즌은 이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지금도 인력 부족으로 야간 주말 근무 많이 하고 있고, 시간 외 수당도 없는데 통폐합이라니요. 통폐합을 추진하시는 분들도 그렇게 일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서울시민

 

(서울특별시 의회건물에 붙어 있는 11대 포스터.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의 통폐합에 대한 조례가 11대 서울특별시의회에 의해서 결정된다. 촬영=고석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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