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환자 ‘가족 간병인’ 돌봄정책 필요

김남기 기자
  • 입력 2022.09.21 15:23
  • 수정 2022.09.2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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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간병 돌봄정책 심포지엄이 지난 15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
(가족간병 돌봄정책 심포지엄. 사진=뉴시스 제공)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가족 간병인은 ‘보이지 않는 제2의 환자’라고 한다. 가족 중 환자가 발생하면, 환자만큼 가족은 함께 힘들어한다. 자신의 건강을 돌볼 겨를 없이 일과 생활이 피폐해져 가는 것이다. 가족 간병인을 위한 돌봄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한국형 돌봄 정책의 보완점을 찾기 위한 ‘가족간병 돌봄정책 심포지엄’이 지난 15일 열렸다. 심포지엄에서는 암과 치매, 정신질환 등으로 투병 중인 환자를 돌보는 가족 간병인이 심리적 부담과 정신적 고통으로 건강을 잃거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돌봄 정책을 논의했다.

양동원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은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특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하면 우울증, 기억장애, 불면증, 불안,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가족 간병인은 우울, 스트레스, 불안 증가 등 정신건강 측면에서 삶의 질이 떨어진다. 2011년 보건복지부의 치매 노인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자 1명당 하루 평균 보호 시간은 5시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주 20시간 이상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 간병인이 그렇지 않은 가족보다 평균 20% 이상 정신건강 문제가 더 많고, 다른 정신질환자 가족과 비교했을 때 스트레스는 15%, 우울은 5배 이상 더 많았다. 또 국내 가족 간병인은 그렇지 않은 가족보다 정신질환이 1.5배 더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주간보호센터·치매지원센터를 이용하는 치매노인의 자녀·며느리 등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보호자의 32.6%가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가족 간병인은 치매환자인 가족을 돌보는 과정에서 건강 유지뿐만 아니라 근로시간이 줄고 취업률도 감소하는 등 사회생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치매학회가 치매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78%가 치매 환자인 가족 간병으로 인해 직장생활에 지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생활에 지장을 받는다고 답한 응답자 중 27%는 직장을 그만뒀고, 51%는 근무시간을 줄였다.

특히 경제적으로 열악한 가족 간병인이 건강을 지키고 사회생활을 지속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월 소득이 200만 원 이하 가족은 전문간병인과 교대하는 비율이 7.4%에 불과해서다.

이형국 상명대학교 교양대학 교수(한국상담학회 이사)도 "현재 한국의 의료기관에서 수행되는 상담 및 교육은 대부분 환우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유병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가족은 부담감과 우울증으로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돼 결국 보호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환자의 재활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가암등록통계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국내 암 환자는 210만여 명(2018년 기준)이고 국내 치매 환자는 88만여 명(올해 기준)에 달한다. 암·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 간병인도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이 교수는 "보호자의 정신건강은 환자의 예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면서 "가족 간병인에 대한 의료비 환급 등 경제적 지원, 간병 스트레스 등에 대한 심리·사회적 지원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의료기관뿐 아니라 민간 제약사, 보험사 등의 사회사업 프로그램과 정부의 복지예산 등을 활용한 상담 바우처 프로그램으로 가족 간병인을 지원하는 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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