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직업탐구] 등산 할 체력이면 할 수 있다...산불감시원ㆍ산림전문예방진화대ㆍ산불전문특수진화대

고석배 기자
  • 입력 2022.09.22 15:28
  • 수정 2022.09.23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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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전문진화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모작뉴스 고석배기자] 일 년에 두 번 책가방을 갖고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 있었다. 체력장 보는 날이다. 국력이 체력이라고 하던 시절 체력장 점수는 상급학교 진학에 필수였다. 체력장을 준비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나자 평가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도 했다. 학력고사가 수능시험으로 바뀌면서 말 많던 체력장은 역사 속에 사라졌다. 체력장의 추억을 간직한 학력고사 세대는 이제 중년이 되었다.

(산불전문예방진화대 체력검정 모습. 사진=뉴시스 제공)

체력장의 추억 

체력장 시험이 필수인 직업이 있다. 그렇지만 이 직업의 평균연령은 61세다. 날씨가 건조해지는 봄과 가을에 주로 활동한다. 전국에 1만명 가량 활동하고 있는 이 직업은 산불전문예방진화대다.

유사한 직종으로 산불감시원, 산림보호감시원, 산림정화감시원이 있다. 조금씩 역할은 다르지만 ‘산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산불감시원이 오직 산불에 집중한다면 산림감시원은 더 포괄적이다. 산불외에 산림훼손, 병충해 예방 등도 포괄하지만 주 업무는 산불감시고 병충해 예방 등 전문 업무는 따로 산림병충해예찰단 등에서 관리하기도 한다. 산림정화감시원 역시 주 업무는 산불 감시이고 쓰레기 수거 등의 업무를 추가한다. 하지만 산불감시원이 산불 감시만 오롯이 하는 것만은 아니기에 세 직종은 거의 같다고 보아야 한다.

(전국 산불전문예방진화대 현황. 사진=산림청 제공)

산불전문예방진화대와 산불감시원의 차이는 종이 한장  

산불전문예방진화대 역시 산불감시원과 같다. 산림청이 산불전문특수진화대를 만들면서 기존에 있던 산불감시원과 산불전문예방진화대를 하나로 통합했다.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산불감시원, 산림보호감시원, 산림정화감시원의 명칭이 남아있다.

산불 감시원이 ‘예방’에 중점을 두었다면 ‘산불전문예방진화대’는 진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물론 ‘예방’도 중요 업무 중 하나다. 산불전문예방진화대는 산불 발생 시 전문 소방대나 산불전문특수진화대가 올 때까지 우선 투입하여 초동진화를 한다. 또 산불 진화 뒤에는 뒷불을 감시하며 평상시에는 장비의 유지관리도 담당한다. 예방업무로는 산림 인접 지역 영농 부산물 등 인화물질 제거 및 산불 발생 요인 사전 제거를 한다. 또 산불조심 계도사업도 업무 중 하나다. 기타 산불방지사업 업무보조를 하고 관계공무원이 지시한 사항을 먼저 실행한다. 단 업무 외의 사적 지시는 거부하여도 좋다.

산불전문예방진화대와 산불감시원의 채용 조건과 시기, 급여는 동일하다. 채용 기관이 산림청과 지자체 양쪽에서 모두 뽑아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업무는 같다. 단지 국유림이 있는 곳은 산림청이, 국유림이 아닌 산림은 그 지역 지자체가 맡는다. 이를테면 서울 동북부에 나란히 있는 수락산과 불암산의 관리 주체가 다르다. 수락산은 국유림이라 산림청 양주지사에서 관리하고 불암산은 서울 노원구청과 경기도 남양주시청에서 관리한다.

(산림예방진화대 교육 모습. 사진=뉴시스 제공)

선발자격

산불감시원과 산불전문예방진화대는 학력과 나이에 제한이 없다. 하지만 재산과 체력에는 제한이 있다. 자산이 4억 이상 되지 않아야 하고 산불 진화를 위한 최소한의 체력 검정을 통과해야 한다. 또 산림청이 아닌 지자체에서 채용할 경우 그 지역 주민에게만 자격을 주고 있다.

산림청의 경우에도 자차가 있고 거주지가 근무지와 가까워야 유리한 배점을 받는다. 4억 넘는 자산이 있더라도 부채가 있으면 부채를 빼고 산정한다. 단 부채의 증명을 서류심사 당시 본인이 제출해야 한다. 취업취약계층(자신의 능력만으로 민간일자리 진입이 어려운 자)은 해당 법률에 따라 가산점을 받는다. 특히 여성 가장이라면 가점이 있기에 기본 체력만 있다면 도전할 만하다.

(산불예방 공중 캠페인. 사진=뉴시스 제공)

선발방법 – 1차 서류

우선 서류전형에 통과해야 한다. 인터넷 접수는 없고 방문 및 우편접수가 원칙이다. 서류심사는 최종선발 시 배점이 50%이고 산림 분야 종사경력, 근무 여건, 세대주 여부와 부양가족 수, 교육 이수 등에 가점이 있다. 처음 도전한다면 자격증이나 교육 이수증이 있으면 유리하다.

자격증은 산림기능사 이상의 국가자격증 산림경영기술자, 산림공학기술자, 수목보호기술자 등의 법으로 인정한 민간 자격증이어야 한다. 교육 이수증은 산림조합중앙회 또는 산림청에서 직무관련 교육을 이수한 증명서다.

(낙엽에 붙은 산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선발방법 – 2차 실기, 3차 면접

산림청의 실기시험은 15kg 등짐펌프를 메고 2km를 걷는 체력검정이다. 30분 안에 통과하지 못하면 면접시험의 기회도 없이 무조건 탈락이다. 30분 안에 들어와도 상대평가에 의해 상중하로 점수가 매겨진다. 상위 15% 이내에 들어와야 ‘상’ 등급을 받고 30% 이내에 들어오면 ‘중’ 등급을 받는다. 70%가 ‘하’ 등급이기에 체력에 부담된다면 무리하지 말고 30분 안에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 낫다. 최근 실기시험 중 사망사고가 발생해 사회적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지자체의 실기시험 방식은 지자체마다 다소 다르지만, 산림청의 방식에 준한다고 보면 된다. 산림청에서는 실기시험으로 기계톱 활용 능력을 본다. 기계톱을 전혀 다룰 줄 모른다면 0점 처리되기에 기본적인 활용 방법은 익히고 가야 한다. 실기시험은 총점에서 30%를 차지한다.

체력검정을 30분 안에 통과하고 기계톱의 기본 활용이 가능한 자는 약 1주일 뒤 3차 면접시험을 본다. 면접에서는 산림 지식과 소방 지식에 대해서 주로 질문한다. 배점은 20%다.

(산불. 사진=뉴시스 제공)

근무조건 (시간, 급여, 기간)

법적으로 ‘기간제 노동자’가 된다. 하루 8시간 (9:00-18:00)가 원칙이며 근무 개시 및 종료시간은 일 8시간 내에서 조정이 가능하다. 주 5일 40시간이며 토, 일요일 근무 시 따로 특근 수당은 없으며 대체휴일로 평일에 쉰다.

급여는 2022년 기준 1일 임금 73,280원이다. 조장에게는 월 5만 원 수당이 따로 있다. 4대 보험 의무가입이다. 실제 산불 진화 시에는 위험수당 차원에서 특근수당이 나온다. 수당은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소 기준이 다르다. 산불감시원의 경우 감시초소에서 근무하면 수당을 더 주는 지자체도 있다. 산불전문예방진화대는 주로 야외근무이며 초소 등 실내에서 머무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채용시기는 봄가을, 1년에 2번 진행한다. 주로 2개월에서 4개월 단기계약직이다. 그런 이유로 청년층에게 가점이 있음에도 외면당하는 직종이다.

(산불감시초소. 사진=뉴시스 제공)

산불전문특수진화대

산불전문특수진화대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와 다르다. 전문적인 산불 진화 업무를 하며 전국구다. 서울 소속이라도 강원도에 큰불이 나면 출동해야 한다. 유사직종으로 헬기를 타는 산불공중진화대가 있다. 산불공중진화대와 산불특수진화대는 언론에 ‘극한직업’으로 자주 소개되는 직업이다. 비교하자면 산불특수진화대는 산림청 소속으로 육군에 해당하고 산불공중진화대는 산림항공본부 소속으로 공군에 해당한다.

산불특수진화대가 계약직과 공무직이라면 산불공중진화대는 공무원이다. 현재 산불특수진화대는 전국에 450명이 있다. 그중 160명이 공무직이고 나머지는 1년 기간제다. 공무직은 예전 무기계약직을 말하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고용이 보장된다. 기간제는 월급 250만 원이며 산불 진화 시 별도 수당이 있다.

특수진화대는 예방진화대 보다 체력검정도 까다롭다. 1,200미터 달리기, 모래주머니 나르기, 호스 끌어당기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를 측정한다. 배점도 실기가 60%고 면접이 40%다. 서류전형은 응시 자격 여부를 따질 뿐 배점이 없다.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등산을 무리 없이 할 정도의 체력이라면 특수진화대는 암벽타기를 할 정도의 등산전문가 수준이어야 한다. 특수진화대는 주로 특수부대 출신 중 중장년층이 지원하고 예방진화대에서 경력을 쌓아 된 경우도 많다. 특수부대 출신 젊은 층은 고용이 안정된 산불공중진화대를 선호한다.

(헬기를 통한 산불 진화. 사진=뉴시스 제공)

문제점

산불 진화에 있어서 체력도 중요하지만, 경험도 중요하다. 하지만 체력검증은 나이 든 경력자보다 체력이 좋은 초보자가 유리한 구도다. 체력검정 중 사망 사고가 났을 때 사망자가 주로 60대였다. 나이제한을 두자는 여론이 있었으나 ‘연령차별’을 야기 할 수 있어 불가능하다.

업무 강도가 높은 (산불전문)특수진화대의 경우는 더 열악하다. 공무직이나 기간제이기에 사회적 역할에 비해 대우가 너무 낮다는 여론이 높다. 특수진화대는 50대가 26.4%를 차지해 가장 많다. 예방진화대는 60대가 전체의 53%를 차지한다.

고용노동부의 '산불 재난에서의 필수업무 및 필수업무종사자 실태조사'에서 특수진화대원의 73%는 다치거나 재해를 당하면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한다고 답했다. 기간제 근로자이기 때문에 산재 처리가 부담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응답자 중 70%는 산불 진화작업 중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2명 중 1명은 연가 사용이 어렵고 수당도 받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특수진화대 인력 중 47%는 급여에 매우 불만족하며, 41%는 사직이나 이직을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방진화대 인력 95%는 일당 7만 3천280원의 최저시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봄가을이면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대우가 만족스럽다기보다 그만큼 중장년 일자리가 없다는 방증이다.

산불위치관제시스템의 위치정보 수집을 위한 단말기 지급에도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다. 근무자 위치정보, 산불 위치 좌표, 긴급 메시지 전달기능 등에 활용 외에 근로자의 근태관리에도 쓰이기 때문이다.

(산불 진화 위치 단말기. 사진=뉴시스 제공)

산은 평지와 다르다

산림청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직하고 산림아카데미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고연섭 강사는 산림 관련 업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관리라고 조언한다.

“산은 평지와 다릅니다. 산을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산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해요. 무엇보다 산불 관련 업종은 체력이 중요합니다. 그다음이 안전이에요. 나무와 자연을 보호한다는 소명이 너무 앞서 무리수를 두면 자칫 인간의 생명을 놓게 돼요.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데 생명처럼 소중한 게 어디 있겠어요. 안전을 위해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 고연섭 산림아카데미 강사

산불은 어쩌다 일어나는 재난이 아니다. 여름날 장마철을 재외하고는 전국에서 매일 크고 작은 산불이 일어난다. 생각보다 일이 많다. 산불감시나 예방이 업무의 중심이라고 쉽게 생각하면 실망하게 된다. 산불은 시대를 떠나 일어났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도 ‘산림감시원’이 있었다. 왕실에서 직접 관리하기도 한 끗발(?)있는 직업이었다. 산불 관련 직업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직업이다. 오히려 기후변화로 인해 갈수록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형 산불이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비해 진화 인력 확충은 물론 정규직 전환 등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조선시대 산림감시원 패.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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