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1인가구 커뮤니티 ‘행복한 밥상’...식생활 개선, 관계망 형성에 도움

이지훈 기자
  • 입력 2022.10.17 12:42
  • 수정 2022.10.1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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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사업 시작 후 6개월만에 누적 1,030명 참여 ‘인기몰이’

사진=서울시 제공
사진=서울시 제공

[이모작뉴스 이지훈 기자] 서울시는 지난 4월부터 중장년(만 40~64세) 1인가구를 대상으로 ‘행복한 밥상’ 사업을 시행 중이다. ‘행복한 밥상’은 제철‧건강 식재료로 집밥 만들기 등 특색 있는 요리교실과 양질의 먹거리 정보 제공, 관계형성을 위한 다양한 소통프로그램을 통해 혼자 사는 중장년들의 신체적‧정서적 건강을 챙기는 사업이다. 사업 시행 6개월 만에 누적 참여자 수가 1천명이 돌파될 만큼 중장년들의 관심을 크게 받고 있다.

현재 이 사업에 참여하는 서울시 자치구는 광진구, 양천구, 성북구, 마포구, 서대문구, 관악구, 용산구, 중구, 강서구, 도봉구, 총 10곳이다.

양천구에서는 매회기 ‘당뇨 관리 식단’, ‘근력 증진 식단’, ‘고혈압․고지혈증 관리 식단’ 등 중장년 남성 유병률이 높은 주요 질환별 식단 교육을 제공하고, 관련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서구에서는 매주 ‘요리할 때 어려웠던 경험’, ‘평소 식사에 대한 생각’ 등 식생활에 관련된 대화를 나누고, ‘매일 물 마시기’, ‘낯선 길로 산책하기’ 등 건강과 관련된 과제를 부여한 후 다음 수업에서 그에 대한 소감을 나누는 등 적극적인 소통 프로그램으로 참여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2022년 ‘서울시 1인가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는 주로 식욕이 없거나 귀찮아서 또는 혼자 먹기 싫어서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절반(48.1%)에 이르고 있으며, 특히 중장년 1인가구의 경우 28.4%가 혼자 살기에 불편한 점으로 ‘혼자 밥 먹기 싫거나 불편하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중장년 1인가구는 사회적 고립(15.2%)과 외로움(65,4%)을 느끼는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높고, 외로움 대처에 있어서도 혼밥․혼술(19.8%) 또는 게임․인터넷(9.5%)을 하는 경우가 주를 이루었으며 아무 대처도 하지 않는 비율(11.5%)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중장년 1인가구가 식생활과 관계망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행복한 밥상’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참여자들의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강사의 전문성·소통 등에 대해서 98.2%, 프로그램 구성·운영은 96.3%, 강사·프로그램 외 교육환경, 참여자 간 교류와 같은 전반적인 편의성·유용성 등은 87.8%가 만족했다.

특히 참여자들은 주로 ‘요리 과정 동안 친절하고 상세하게 알려줘서’(강사), ‘메뉴가 다양하고 요리 초보도 쉽게 배울 수 있어서’(프로그램), ‘많은 사람과 교류할 수 있어서’(편의성·유용성 등 이용현황)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 최근 위 절제 수술을 받았다는 50대 1인가구 J씨(강서구). 강한 양념을 피해야 해 음식을 사 먹기가 어려웠다. 요즘 J씨는 수업에서 배운 요리를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자신의 입맛과 건강 상태에 맞게 식사를 챙길 수 있어 좋고, 요리 실력이 늘었다는 사실에 뿌듯함도 느낀다. “무엇보다 혼자서도 건강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다. 안 먹던 채소도 사보게 되고, 샐러드도 챙겨 먹으며 자신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 지난 3년, 코로나로 인해 사람을 만날 수 없어 답답했다는 60대 1인가구 K씨(양천구)는 요즘 외로움을 느낄 새 없이 바쁘다. 수업을 나오기 위해 시간에 맞춰 일정을 짜고 외출을 준비하며 어떤 옷을 입고 갈까 고민하는 등, 요리교실 덕에 하루를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은둔하듯 집안에서만 지내다 행복한 밥상에 참여하니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 좋다.”

# 수업 중 소통 시간이 가장 좋다는 50대 L씨(성북구)는 다른 참여자들과 혼자 살며 필요한 정보, 동네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가장 주된 주제는 수업 마지막 날에 예정된 요리 봉사다. L씨는 “매회 수업이 끝나고 나면 어떤 음식을 만들어 기부할지, 전에 만든 요리와 오늘 만든 요리 중 어떤 것이 나을지 의견을 나눈다.”라며, “여기서 받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참여자들 모두 힘을 내고 있다. 이렇게 서로의 삶과 즐거움을 공유하니 활력이 생긴다. 내 인생을 산다는 느낌이다.”

# 최근 혼자 살기 시작한 50대 1인가구 Y씨(마포구)는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과 알아갈 기회가 없어 아쉬움을 느끼던 차, 지자체 홍보를 통해 행복한 밥상을 알게 되어 신청했다. 동네 지인 만들기가 어려운 요즘, Y씨는 행복한 밥상이 이웃들과 교류하는 계기와 소중한 인연을 마련해주었다며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행복한 밥상’의 인기 요인은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건강한 요리를 혼자서도 만들 수 있도록 자세히 배울 수 있다는 점과 참여자 간 유대감을 형성하고 심리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사업 참여 자치구를 기존 10개에서 15개로 확대하는 한편, 건강관리․운동 등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요리를 매개로 형성된 유대감·소통이 지속될 수 있도록 다양한 자조모임을 지원하는 등 사업을 더욱 활성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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