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주의 신중년 요즘세상70] 행복한 신중년을 위하여

오은주 기자
  • 입력 2022.10.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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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심리학과 졸업 1989년 현대문학에 소설 '늪' '저녁 산행' 추천완료 등단소설집  [달의 이빨] [하루 이야기] [잠든 정원으로부터] 출간2011년 한국소설작가상 수상현재, 한국문화콘텐츠 21 운영위원,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이화여대 심리학과 졸업
1989년 현대문학에 소설 '늪'
'저녁 산행' 추천완료 등단
소설집 [달의 이빨] [하루 이야기]
[잠든 정원으로부터] 출간
2011년 한국소설작가상 수상
2019년 조연현문학상 수상
한국문화콘텐츠21 운영위원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인생 백세시대가 와서 사람이 태어나 지구별에 사는 시간이 그야말로 무척이나 길어졌다. 올해 59세를 맞은 현길씨는 환갑이라는 60세를 앞두고 마음이 심란했는데 UN이 현존 세계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을 측정해서 새롭게 설정한 표준규정을 보며 위로와 안심을 얻었다.

청소년기-17세까지

청년기-18~65세까지

중년기-66~79세까지

노년기-80~99세까지

100세부터-장수노인

현길씨는 65세는 아직까지 청년기!라는 규정이 눈에 확 띄고 마음에 와 닿았다. 청년기!라는 단어만으로도 힘이 솟는 것 같았다.

사회학자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가장 변화에 맞추어 살아가기 힘든 집단으로 중년 이상의 남자들을 꼽았다. 중년 이상의 남자들은 시류를 따라가며 사는 것을 종종 불의에 타협을 하는 듯이 언짢아한다. 변화를 거부하며 한 줌밖에 안 되는 권위를 사수하려 애쓴다. 거창한 권위는 아니지만 아직도 부인이 없으면 자신이 밥 한 끼조차 스스로 해먹지 못하고 쓰레기 분리수거 봉투를 집 밖으로 가져가보지 않았다는 50대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사소한 무용담의 주인공을 차지했다. 현길씨의 친구들도 이런 분석에서 멀지 않았다. 한 친구는 부인이 던진 이혼장을 받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이기적인 삶을 되돌아보았다고 했다.

현길씨의 부인인 경옥씨 주변은 어떤가? 60살을 목전에 둔 여인들의 마음은 현실 나이로부터의 도피가 한창이다. 내가 낼모레 환갑이라구? 얼굴에 주름살도 별로 없이 이렇게 팽팽한데, 어린 시절 고향마을에서 환갑잔치를 하던 그 머리칼 허옇고 주름살 만개했던 할아버지 할머니 나이가 된거라구? 이런 마음들이라고 했다. 그녀들의 나이 부정은 현실 부정과 결합한다. 염색과 임플란트와 보톡스와 운동으로 가꾸어진 외양은 실제 60살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속까지 젊지는 않아 60살의 속살은 끊임없이 나이를 일깨우며 고장을 신고해 온다.

게다가 현길씨와 경옥씨의 친구들의 진료기록에 “퇴행성”이라는 접두사가 붙고, 심근경색이나 암으로 죽는 경우가 생기면서 젊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내부에서 진행되는 노화의 과장에 대한 현실자각의 시간이 많아졌다.

그런 탓인지 아침저녁으로 현길씨와 경옥씨의 동갑내기 카톡방에서는 온갖 삶의 지혜가 담긴 글들이 들어왔다. 다들 건강하고 바쁘게 살 때는 그것이 행복인줄 모르다가 이제 좀 시간이 나니까 과거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성찰을 많이 하는 나이가 된 탓이다. 친구들이 공감을 바라며 보내준 카톡을 읽어보면 사실 다 내용이 그럴듯한 일종의 ‘마음 레시피’ 였다. 한 가지 음식 레시피라 해도 내 것이 되려면 몇 번이고 따라서 만들어보는 실천의 과정이 필요한데 카톡 마음 레시피의 치명적 약점은 머릿속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특히나 행동으로 연결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현길씨와 경옥씨도 저녁이면 서로 받은 오늘의 카톡 내용을 나누기도 하는데 역시 카톡은 심오한 철학을 담기보다는 모임 날짜나 의견 취합 등에 제일 적합한 기능인 것 같았다. 60살을 앞둔 현길씨와 경옥씨는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공부, 돈, 건강, 사랑…등 삶의 가장 중요한 목표들 중 그 어느 한 가지도 나머지를 다 누르는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중요한 일부분이고, 중요한 일부분들이 모여서 전체라는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지난한 작업이라는 진리를 말이다. 그 누구도 처음 사는 생 앞에서 인생사용설명서를 쥔 듯이 능숙하고 완벽하게 살 수는 없다는 진리를 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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