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건희의 산책길㊼] 시‧예술‧자연의 無經界가 만들어낸 가치, ‘오스갤러리 & 아원뮤지엄’

천건희 기자
  • 입력 2022.11.18 16:30
  • 수정 2022.11.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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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갤러리 / 촬영=천건희 기자
오스갤러리 / 촬영=천건희 기자

[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공간에서의 전시 관람은 더 특별한 감동을 준다. ‘우리의 공간’이라는 오스(Our’s)갤러리와 아원(我園)뮤지엄을 지난 11월 5일 다녀왔다.

오스갤러리는 전북 완주군 소양면 오성 저수지 앞에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집의 카페와 맞닿은, 잿빛 노출 콘크리트 건물에서 만날 수 있다. 김용택 시인의 시를 조덕현 작가가 피처링(featuring)한 ‘시집 소양(The Space of Poetry)’이 전시 중이다. 섬진강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아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는 김용택 시인(1948~ )의 <섬진강>, <사람들은 왜 모를까>,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등은 좋아하는 시이다.

오스갤러리 / 촬영=천건희 기자
오스갤러리 / 촬영=천건희 기자

넓은 잔디마당에 ‘민달팽이에게 도달은 의미가 없다’라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시인의 「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 책에 있는 글이다.

시멘트 길바닥을 기어가는

민달팽이에게 도달은 의미가 없다

삶은 도중(途中)에 있다

촬영=천건희 기자
오스갤러리 / 촬영=천건희 기자

오스갤러리는 차경(借景)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자연이 만든 창 너머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적절한 크기의 창들은 풍경화를 담은 액자가 된다. 갤러리 안 통유리창으로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경사면을 그대로 활용한 전통 정원처럼 화계(花階)가 펼쳐져 보인다. 유리창에 한 줄씩 적힌 싯귀는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게 된다.

누구나 다 견디지 못할 삶의 무게가 있다고

삶에는 예외가 없다고

그러나

어제보다 조금 더 날아간 꽃잎도 있다고

- <조금 더 간 생각> 

촬영=천건희 기자
오스갤러리 / 촬영=천건희 기자

나무는 정면이 없다

바라보는 쪽이 정면이다

나무는 경계가 없다

자기에게 오는 것들을

다 받아들이며 넘나든다 

촬영=천건희 기자
오스갤러리 2층 야외 전시 / 촬영=천건희 기자

김용택 시인의 시들은 시인이 찍은 섬진강 풍경, 거미줄 등의 사진과 함께 영상으로 전시되어 행간의 의미를 채워준다. 또한 음악과 함께 다양한 공간에 배치되어 공감각적인 효과를 준다. 2층 야외 곳곳에 전시된 시들은 발걸음을 옮기며 찾아 읽는 재미가 있고, 자연과 어우러져 더 깊이 마음에 남는다. 문득, 김용택 시인이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다는 임실군 진메마을 '회문재(回文齋)'와 '작은 학교'라 불리는 시인의 문학관을 가보고 싶다.

아원뮤지엄 / 촬영=천건희 기자
아원 / 촬영=천건희 기자

아원뮤지엄은 오스갤러리에서 가까운 산 중턱에 있다. 아원(我園)은 경남 진주의 250년 된 한옥을 옮기고, 현대 건축물을 지은 전통문화체험 공간으로 미술관과 생활관이 같이 있다.

촬영=천건희 기자
아원뮤지엄 / 촬영=천건희 기자

아원뮤지엄 야외에는 미디어아트 전시 공간이 새롭게 조성되었다. 지금 이곳에는 이이남 작가의 ‘THE NEW BORN LIGHT’가 전시 중이다. 네모기둥 스크린에 4계절 자연의 특징을 보여주는 역동적인 화면과 음향은 시선을 사로잡고, 거울에 반사된 종남산 풍경과 어우러져 감동이다.

촬영=천건희 기자
아원뮤지엄 / 촬영=천건희 기자

아원뮤지엄 실내는 열린 천장으로 빛이 들어오고, 바닥에 물이 찰랑이는 독특한 구조다. 담담한 노출 콘크리트 벽은 전시 중인 오마 스페이스(OMA Space)의 검은빛 삼베 작품들과 잘 어울린다. 명상 체험을 하는 작품인 ‘타임 드롭(Time Drop)’은 해드셋을 착용하고 돔 안에 들어가 5분 동안 어둠 속에 머무르게 한다. 주변의 시각적인 자극에서 벗어나는 고립을 통해 마음 상태에 집중해 보는 경험을 준다.

촬영=천건희 기자
아원고택 / 촬영=천건희 기자

뮤지엄 안쪽 계단을 오르면 ‘아원고택’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탁 트인 풍경을 만난다. 하얀 광목 커튼이 걸린 대청마루에 앉아 종남산을 바라보니 선비들이 즐기던 풍류의 멋이 느껴진다. 아원은 한옥의 멋을 충분히 살리면서 실용성을 겸비한 공간으로 전통과 현대의 접목이 지혜롭다.

아원뮤지엄 / 촬영=천건희 기자
아원고택 / 촬영=천건희 기자

오스갤러리와 아원은 ‘자연예찬론자’이고 ‘공유의 가치 철학’을 가진 전해갑 대표의 작품이다. 수십 년 전부터 우리 것을 지키고, 망가지고 버려진 건축을 되살리는 재생 건축에 주목한 전대표의 지극한 정성과 끈기 덕분이다. 감동과 자부심을 높이는 우리 문화유산으로 계속 성장하길 응원한다.

오스갤러리의 ‘시집 소양’ 전시는 내년 4월까지 이어지고, 아원뮤지엄 ‘타임 드롭’ 전시는 내년 3월까지 이어진다. ‘우리의 정원’ 아원(我園)에서의 시간은 휴식이다. 빠른 날 다시 올 계획을 잡아본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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