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의 지구를 걷다 102]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에서 13
[윤재훈의 지구를 걷다 102]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에서 13
  • 윤재훈 기자
  • 승인 2022.11.23 14: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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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호안끼엠 호수에서

동그란 밥상에 둘러앉은 아이들은
자꾸만 아빠 국으로 눈길이 간다

수저를 휘적일 때마다
동동 섬처럼 떠다니는
고깃덩어리 두어 점
코를 훌쩍거리며
아이들은 바라보고

아빠는 끝내 먹지 못하고
헛기침만 몇 번하고 나가면
달려드는 형제들의 수저
끝내 어머니 지청구를 듣고…,

- ‘아버지의 국’, 윤재훈

 

(호안끼엠 호수. 촬영=윤재훈 기자)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베트남에는 두 개의 레 왕조가 있다. 980년 ‘레호안’이 세운 여조(黎朝)인 ‘전(前) 레 왕조와, 1428년에 세워진 ’후 레 왕조‘가 있다. 여기에 ’막 왕조‘의 찬탈에 의한 공백기 (1527~33년)가 있어, 부득이하게, 전기(1428~1527)와 후기 (1533~1789)로 나뉜다.

전설에 따르면 호암끼엔 호수에서 대월국 ‘후(後) 레 왕조’의 태조가 되는 ‘레러이’가 용왕의 보검을 얻었는데, 이 검으로 명나라와의 람선 봉기에서 승리하고 자신의 나라를 세웠다. 그 뒤 호수 위에서 금빛 거북을 만났는데 태조에게 스스로를 용왕의 사자라고 밝힌 거북은, 평화가 찾아왔으니 다시 용왕께서 주었던 보검을 돌려달라고 해, 태조는 섬 중앙 부근에 있는 작은 섬에 그 보검을 묻었다.

그래서 호수의 이름을 호안끼엠(還劍:환검, 반납한 검, 호금)이라 불렀고, 검을 묻은 섬에는 훗날 터틀 타워(Turtle tower 거북탑)을 세웠다. 이 전설은 수상인형극으로도 각색되어 많은 관광객들을 부르고 있다.

또한 이 호수에 서식하는 ‘자이언트 양쯔 자라’와 대형 거북은 전설에 등장한 황제의 이름을 따서 ‘라페투스 레러이(Rafetus leloii)’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종은 서식지 소멸로 멸종위기에 놓여있으며, 호수 속에 과연 몇 마리나 살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응옥썬 사당. 촬영=윤재훈)
(응옥썬 사당. 촬영=윤재훈 기자)

1968년에는 250kg의 대형 거북이 발견되었는데 이 거북이 전설에 등장하는 거북으로 여겨져 그 박제가 호수 안에 있는 ‘응옥선 사당’에 모셔지기도 했는데, 크기는 길이 210cm, 너비 120cm나 되었다. 또한 국가의 중요한 행사일마다 이 거북이 나타났다. 그러나 급격하게 오염되는 이유 때문인지 그 후에는 피부병을 앓고 있는 거북이 발견되어, 정밀 치료 후 다시 호수로 보내졌다.

그러다 2016년 1월 19일 호수에서는 죽은 거북이 발견되었는데, 이 거북을 살아있는 채로 본 것은 2015년 12월 21일이었다.

(호수 주변의 가장 번화가. 촬영=윤재훈 기자)

호반의 도시인 하노이는 거대한 <홍강>을 중심으로 지역들이 나뉘는데, 도시에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많다. 그중 관광객들이 주로 머무는 곳은 하노이 중심부에 있는 <호안끼엠 호수> 주위이며, 온종일 엄청난 사람들과 오토바이들로 붐빈다. 이 호수보다 규모가 훨씬 큰 ‘서호’도 지척에 있다. 그런데 강물의 오염은 갈수록 심각하다. 그러나 정부와 시민들은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 눈치다.

호안끼엠 주변을 거닐다 보며 상인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수많은 오토바이가 뿜어내는 매연으로 인해 공기질이 아주 심각하여, 숨쉬기가 곤란하다. 여기에 코로나까지 겹쳐 마스크을 쓴 사람들도 많다.

오토바이와 사람 때문에 그 넓은 도로가 종일 막히다시피 하는데, 그래도 별다른 사고 없이 물처럼 흘러가는 걸 보면 신기하다. 여행지는 가는 곳마다 풍경이 다르고, 사람이 사는 모습이 여행자를 더욱 설레게 한다.

(호수 주변의 가장 번화가. 촬영=윤재훈)
(동쑤언 시장. 촬영=윤재훈 기자)

동쪽으로는 우체국을 비롯한 관공서들이 있고, 호수를 중심으로 서쪽에는 레스토랑과 카페, 기념품점들이 몰려있다. 북쪽으로는 재래시장이 상당히 큰 반경으로 펼쳐져 있어 아주 복잡하다. 어디가 끝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넓은데, 이곳 사람들은 <36 통로>라고 부른다.

하노이의 가장 유명한 재래시장인 ‘동쑤언 시장’ 인근이며,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주말에는 야시장이 열린다. 호안끼엠 호수와 붙어있기 때문에 여행자라며 누구나 들르는 곳인데, 밤이면 가게마다 상점 앞에 낮으막한 의자와 식탁들을 내놓는다. 그 위로는 여행자들이 대단히 붐비며, 호숫가에서 밤마다 열리는 인근 주민들의 춤솜씨가 대단히 흥겹다. 서양 여행자들도 하나, 둘, 그 틈에 끼여 신나게 몸을 돌린다.

이곳을 중심으로 항베<Hang Be>거리, 항보<Hang Bo> 거리, 항박<Hang Bac>거리, 따히엔<Ta Hian> 거리로 나뉘며, 저렴한 숙소와 여행사들이 몰려있어 여행자들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수많은 상점을 몰려있는데, 아오자이 선이 유난히 아름다운
한 여인이 부산하게 왔다 갔다 하는 창문 너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문득, 한 생각이 밀려온다.
어느 오지 산골에서 몇 집 마을을 이루며 오손도손 가족들과 자연만 바라보고 살다, 남자 하나 만나 이 외로운 도시로 나왔을까?
그리고 가난한 가족들을 위해 앞뒤 돌아볼 새도 없이
이 시장통에서 한 세월을 보내고 있을까?
그나마 어려운 가족들을 도와주면서 사니, 그래도 신이 났을까,
그녀에게는 오직 먹고사는 문제 이외에는, 다른 것이 안 보이는 듯하다.

그 옛날 우리네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한 집에서 살던, 그 찢어지게 가난하던 모습이, 오지 산속에 가면 그대로 TV 화면처럼 펼쳐진다.

멀건 국물 위로
기름 동동 떠다니고
누우런 무우 몇 조각만
운동장의 아이들처럼
포개져 있는,

동그란 밥상에 둘러앉은 아이들은
자꾸만 아빠 국으로 눈길이 간다

수저를 휘적일 때마다
동동 섬처럼 떠다니는
고깃덩어리 두어 점
코를 훌쩍거리며
아이들은 바라보고

아빠는 끝내 먹지 못하고
헛기침만 몇 번하고 나가면
달려드는 형제들의 수저
끝내 어머니 지청구를 듣고

참지 못한 막내가
울음을 터뜨리는
먼, 먼, 시골집
흔들리는 한나절

- ‘아버지의 국’, 윤재훈

옛날 우리보다 작은 연탄을 사용하는데, 연탄불이라도 껐는지 옆집 아줌마에게 밑불을 빌려 간다. 만약 시어머니라고 계시면 혼나겠다. 그 옛날 우리에게는 ‘시집살이 3년’이라는 말이 있었다. "벙어리 3년, 귀먹거리 3년, 봉사 3년"

아야, 어떻게 살다 본께,
세월은 가고, 자식들은 크고,
어찌게, 살게 되드라.
눈 딱 감고, 잘 살그라.

“숟가락 두 벌, 쌀 반 말”, 가지고 저지금(분가) 났다던 어머니 말씀이 오늘따라 유난히 애잔하게 들려온다. 박물관의 화석 같은 이런 말은 요즘 젊은이들은 아마,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고향의 봄
(고향의 봄. 촬영=윤재훈 기자)

세계에서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고 일컬었던 한국의 자연, 그 속에서 한국의 며느리들에게는 그만큼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도 날씨가 약간 따뜻해지면 삼삼오오 커다란 광주리에 하얀 옥양목 빨래감을 잔뜩 옆구리에 끼고 나와 깔깔거리던, 어머니와 우리네 누이들이 못내 그립다. 졸, 졸, 졸, 흐르던 그 개울물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시골 방 한쪽 구석에 놓여있던
어머니의 옷장과 찬장,
공작인가 그려졌던 장롱문을 열면
어머니 시집올 때 가지고 오셨다던
십장생들이 뛰어놀던 혼수 이불, 반짇고리들
그 아래 서랍을 열며
아련한 배냇저고리부터,
엄마에게도 있었을, 처녀 적 옷가지들,
외할머니가 고이 간직하여 시집올 때 주었다던,
그 속에 엄마 냄새가 나, 코를 파묻고 싶었다던
아련한 어머니, 어머니의 고향

- ‘해남(海南)에서’, 윤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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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훈 2022-11-23 13: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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