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니어] 시니어 참여 '시민극단마들' 1...연극 ‘서울에 온 맥베스' 두번째 공연

윤재훈 기자
  • 입력 2022.12.07 15:37
  • 수정 2022.12.0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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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바람에 흩날리는 눈발을 보시오.
쌓인 눈으로 뒤덮힌 저 산야를 보란 말이오.
인간이 애써 그어 놓은 경계를 모두 지워버리고 있잖소. 
각자가 소유했다고 자랑하는, 그 모든 것들을 뒤덮어버렸거든.

하~, 속세의 모든 것들이 무화되고,
빛을 잃어버렸단 말이오.

- 연극 ‘서울에 온 맥베스’ 사령관의 독백 중

(지하철 아래 연습실 앞에서, 촬영=윤재훈)
(‘서울에 온 맥베스’ 단원 도봉구역 지하철 아래 연습실 앞에서, 촬영=윤재훈 기자)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도봉구에서 자생하고 있는 마들 시민극단이 잔잔한 화재를 양산하고 있다. 작년에는 ‘리어, 파고다 공원에 오다’를 창동 극장에서 2회 공연하더니 타 지역까지 초청되어 앵콜 공연까지 소화해냈다. 올해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를 패러디한 ‘서울에 온 맥베스’를 역시 창동극장에서 2회 공연으로 시연했다. 내친김에 12월 10일 전태일 기념관에서 희망제작소 후원 ‘강산애’ 초청으로 앵콜 공연을 한다.

특히나 이 작품을 연출한 박정근 연출가는 셰익스피어 전문가로서 평생을 연구하며, 올해 대진대학교 영문학과를 퇴임하고 전적으로 여기에 매달리고 있다.

(창동 극장 2회 공연. 촬영=윤재훈)
(창동 극장 공연 마들시민극단 단원들. 촬영=윤재훈 기자)

맥베스란 어떤 작품인가? 스코틀랜드의 국왕 ‘막 베하드(영어식 이름 맥베스)의 일생을 다룬 작품으로, 인간의 욕망 때문에 서서히 타락해 끝내 그 선을 넘어 파멸해가는 사람이다. 왕에 오를 수 있다는 무당의 하찮은 말을 그대로 믿고, 부인의 끝없은 부추김에 결국 파멸을 길로 가고 만다. 같이 전장에서 목숨을 바쳤던 친구인 뱅코를 죽이고, 그의 가족들까지 몰살시키려 한다.

결국 수많은 측근을 살상하고 발악에 발악을 거듭하지만, 그 자신마저 창끝에 목이 매달리는 비참한 죽음으로 최후를 맞이한다. 꼭 새남터에서 참수를 당하던 조선시대 민초들의 잔인한 죽임과 오버랩 되는 듯하다. 그 전개 방식이 탄탄하여 이런 류의 작품에 모범으로 인정받고 있다.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내일도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음절까지
하루하루 더딘 걸음으로 기어가는 거지.

우리의 어제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보여주지
우리 모두가 죽어 먼지로 돌아감을.

꺼져라, 꺼져라, 덧없는 촛불이여!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 뿐.
무대에서 잠시 거들먹거리고, 종종거리며 돌아다니지만
얼마 안 가 잊히고 마는 불행한 배우일 뿐.

인생은 백치가 떠드는 이야기와 같아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결국엔 아무 의미도 없도다.

-  ‘서울에 온 맥베스’  Act 5, Scene 5

(연출자 박정근 교수. 촬영=윤재훈 기자)

〈서울의 맥베스〉 연극공연은 한국의 현대사를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 적용해서 풀어낸 작품이다. 일제에게 해방된 후 한국의 현대사는 희극적 재생을 맞이하지 못하고 독재와 구테타로 얼룩진 비극의 연속이었다. 셰익스피어는 영국 역사를 관찰하면서 권력 찬탈의 비극을 포착하여 극화하였다.

특히 〈맥베스〉는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덩컨 왕에 대한 맥베스의 시해와 권력 찬탈을 그리고 있다. 그들은 권력욕에 불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을 배반하고 권력을 찬탈한다. 이런 역사의 유사성과 반복성을 포착한 극작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한국화함으로써, 문화의 충돌과 융합을 시도하고자 한다.

한국의 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권력자 시해와 찬탈은 10.26과 광주항쟁에 이은 쿠데타가 아닐 수 없다. 두 사건을 〈맥베스〉의 틀에 녹여내는 작업은 한국의 현대사를 객관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연출자는 두 사건을 르뽀나 다큐처럼 사실적으로 옮겨놓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한다. 오히려 두 사건을 연극적 픽션으로 재창조함으로써, 역사적 사건을 문학적 또는 예술적 의미로 재조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극작가이며 연출이기도 한 박정근 교수는 권력욕에 불타는 찬탈자에 의해서 혼돈에 빠지는 국가와 그의 비극적 파멸을 그리고 있다. 한국의 권력자들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게 닮았다.

(이호민 마들 극단 대표. 촬영=윤재훈 기자)

마들 극단 대표인 이호민씨는 작년의 리어, 파고다 공원에 오다에 이어, 올해에는 김 부장 역할을 맡고 있다. 현실하고는 많이 다를 수 있지만 자기 자신에게 잘 맡은 역이라며 혼신을 다해 열중하고 있다. 그에게 극단의 구성원들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그야말로 시민들이 만든 극단으로 선생, 공단 직원, 자영업자 등 현업에 종사하거나, 자유로운 직업, 또는 은퇴하신 분들로 구성됐다. 
요즘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남자 회원보다는, 여자 회원들이 더 많다. 

배우를 하고 싶으신 분들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항상 문은 열려있으니 노크하길 바란다.

이 대표는 2018년부터 네 개의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고, 대학 때에도 연극을 해본 적이 있는데, 할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연배들이 있어 팀원들간의 조율이 힘들 때도 있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재미있게 해나가고 있단다.

어디나 비슷하겠지만 시민극단의 재정 상황이 워낙 미약하고, 매달 1인당 3만 원씩을 내면서 운영해오고 있다. 그러니 어렵게 지원받는 사업이라도 있으면, 일 년 내 어렵게 운영해 오고 있다.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지역의 풀뿌리 문화운동에 시정의 책임자들의 관심이 꼭 필요하다고 눈시울을 붉힌다. 이런 뜻깊은 사업에 후원해 주실 주위에 독지가는 없을까? 무엇보다도 베이비부머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세계적인 추세에 간절한 울림을 기도해본다. 

(연극 ‘서울에 온 맥베스’ 사령관 역. 촬영=윤재훈 기자)<br>
(연극 ‘서울에 온 맥베스’ 사령관 역. 촬영=윤재훈 기자)

본 기자도 작년에 ’리어, 파고다 공원에 오다‘에 주연배우로 참여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대사를 외우느라 고생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번 연극에서는 사령관 역을 맡고 있으며, 벌써 10여 년이 넘은 세월 동안 10여 개의 작품 무대에 올랐다. 이번 배역을 연습하면서 역사의 단죄를 받아야 할 죄인들이 전혀 반성하는 것 없이, 역사의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는 것이 무척 가슴 아프다.

나라와 민족을 팔아 평생 자신과 가족들의 부귀영화에 눈이 멀어 동족을 고발하고 죽게 만들었으나, 그들은 단 한 번도 역사의 단죄를 받는 적이 없다. 오히려 뻔뻔스럽게 일제로부터 하사받은 땅을 돌려달라고 재판까지 하고, 그 손을 들어주는 현실이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세계적인 추세와는 달리 처벌받지 않는 친일파들은 휘황찬란한 집에 살면서,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은 가난에서 가난으로 대물림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평생 시를 비롯한 각 문학 장르의 글을 쓰고 있으며, 홍익대를 비롯한 몇 개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였다.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였으며 해양 문학상 등 몇 개의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특히 각종 사회단체와 공공기관에서 평생 무료강의 봉사를 해온 것을 삶의 보람으로 삼고 있다. 환경에 관심이 많아 30여 년간 각종 세재나 샴푸가 없는 생활을 유지해오고 있으며, 비닐과 일회용품, 화장지나 물수건 등을 쓰지 않는 생활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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