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엔딩] ‘당신의 이름으로 별을 부릅니다’... ‘별빛버스’ 무연고 사망자 장례지원
[웰엔딩] ‘당신의 이름으로 별을 부릅니다’... ‘별빛버스’ 무연고 사망자 장례지원
  • 김남기 기자
  • 승인 2022.12.09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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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등이 무연고 시신 등을 처리하는 경우 장례의식 등 최소한의 존엄이 보장되도록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장례비용 등을 지원할 수 있다.

-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고령화. 1인가구. 고독사. 무연고 사망자 등에 대해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개정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무연고 사망에 대한 지원 법률이 있지만, 지자체의 준비는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이에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공영장례’의 활성화와 무연고 사망자의 추모예식을 치르지 못하는 지자체를 지원하기 위해 ‘별빛버스’를 만들어 전국 방방곡곡에서 공영장례를 치르고 있다.

기자는 ‘별빛버스’에 동행해 충남 당진시를 방문하여,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지원활동에 참관한 내용을 전한다. 

무연고 사망자 장례지원 '별빛버스'. 사진=김남기 기자

‘별빛버스’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게, 당신의 이름으로 별을 부릅니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요인으로 무연고 사망자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 장례는 지방자치단체 책임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우리의 이웃이었던 자의 마지막 길이 최소한의 존엄한 의례도 없이 외롭게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무연고 사망자의 마지막 길에 덜 외롭도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마지막 배웅을 '별빛버스'에서 이루어지도록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지원사업을 2022년 9월부터 시작했다.

-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원장

‘별빛버스’는 보건복지부에서 공영장례를 위한 버스의 필요성을 제안해 만들어졌다. 이 취지를 공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전 직원이 매월 봉급에서 일정액을 기부하는 사회공헌기금으로 3억원을 기부하여 만들어진 버스이다. 그동안 별빛버스는 지난 9월 만들어져서 15곳의 지자체를 방문해 장례지원을 해왔다.

추모예식을 위한 버스는 국내 첫 사례로,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임직원이 힘을 합쳐 버스를 개조하여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추모공간은 10여명이 들어가도 좁지 않은 공간에 제단이 차려져 있고, 온돌, 히터, 에어컨, 환풍기 등이 설치돼 있다.

당진종합병원 장례식장 앞, 이곳에서 별빛버스로 시신이 운반했다. 촬영=김남기 기자

발인...당진종합병원

지난 6일 별빛버스는 장례지원을 위해 충남 당진시를 방문했다. 오전 10시경 당진종합병원에 별빛버스 도착했다. 고인의 시신을 발인한 후 화장을 위해 홍성추모공원으로 이동했다. 당진시에는 화장장이 없기에, 별빛버스에 관을 싣고, 멀리 이동한 것이다. 지자체에는 화장장소가 멀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별빛버스에는 행여나 시신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냉장장치를 설치했다. 고인에 대한 배려가 섬세하게 이뤄진 것이다.

국내 최초로 시신운구 냉장시설이 되어있는 별빛버스 내부. 촬영=김남기 기자

추모예식 준비...홍성추모공원

고인이 쓸쓸하게 가시지 않게 제사상 차림에 마음을 담아 준비하고 있다. 제사를 지내는 고장의 나물과 과일들로 당일 신선한 재료를 준비한다. 사용된 과일은 복지관이나 인근의 푸드뱅크에 기증한다.

지자체마다 장례절차나 시신의 처리 문제로 별빛버스의 장례지원이 원활하지 않을 때도 있다. 별빛버스의 장례지원이 무연고사망자의 추모가 있는 장례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기 위해 한국장례문화원의 공영장례 TF팀은 전국을 돌며, 고인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외롭지 않게 명복을 빌고 있다.

- 강인선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과장

제사음식을 차리기 전에 제기를 정성스럽게 닦고 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이날 추모예식에는 다른 무연고 사망자와 달리 당진복지관의 지인들 8명이 참석했다. 지인에 따르면, 고인이 복지관에 며칠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생활보호사 등이 연락해도 답이 없었다. 이에 지인 중 한 분이 집으로 방문했지만, 아무 기척이 없었다.

집에 가서 초인종을 눌러도 반응이 없고, 며칠 전 복지관에 전달한 김치통도 문 앞에 있더군요.
평소에 술을 좋아하고, 몸이 안 좋아 보이긴 했어요

- 고인을 발견한  지인의 증언

평소 당진복지관에서 함께 지낸 온 지인들은 고인의 사망 소식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무연고 사망자 처리에 고인에 대한 추모도 못 할까 봐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당진시에서 ‘별빛버스’ 공영장례를 신청했고, 이날 고인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온 것이다.

극락왕생하라고 온 거예요.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게. 축원도 하고 싶어서 지인들과 함께 왔어요.
고인이 막걸리 좋아해서 제사상에 올리려고 가져왔어요.

- 추모예식에 참석한 지인

별빛버스 제단위에 위패와 제사음식이 차려져 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별빛버스 제단위에 위패와 제사음식이 차려져 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별빛버스를 본 지인들은 깜짝 놀랐다. 복지관을 통해 장례식을 한다는 소식에 한달음 달려 왔지만, 버스에서 장례식이라니...걱정은 기우였다. 추모예식 버스가 이렇게 잘되어 있는지 몰랐다며, 멀리서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고인과 함께했던 기억을 되새기며,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삼게 됐다.

추모예식...홍성추모공원 별빛버스 

윤이현 님은 1954년생으로 지난 2022년 11월 30일 자택에서 사망하셨습니다.
윤이현 님의 유골은 솔뫼공설묘지에 봉안됩니다.

- 추목예식 고인소개 중에서

고인의 지인들이 상주로 참여하여 제사를 지냈다. 촬영=김남기 기자
고인의 지인들이 상주로 참여하여 제사를 지냈다. 촬영=김남기 기자

상주 역할을 대신해 지인들은 술잔을 올리고, 큰절하며, 여는 장례식장처럼 경건하게 장례식이 진행됐다. 그리고 고 윤이현 님의 이름이 총 10번 거명됐다. 어쩌면 이 땅에 그의 이름이 다시는 불리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의 아들과 친구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간 그의 마지막 이승에서의 인연이 이름으로 남는 것이다. 조사와 지인들의 헌화 그리고 지인분 중 한 분의 축원으로 추모예식은 마무리됐다. 특히 조사 낭독은 추모식에 함께한 모든 이의 진심을 담아 고인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다만, 무연고 사망자의 특성상 고인의 영정사진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날도 영정사진 없이 장례절차가 진행됐다. 

이승에서 부르는 마지막 이름 윤이현 님의 위패. 촬영=김남기 기자

조사(弔詞)

윤이현 님을 떠나보내며, 그리워하며, 그렇게 사무치는 시간을 배웅합니다.
잊을 수 없을 듯한 생생한 기억을 배웅하며, 진심으로 떠나보냅니다.
우리와 함께했던 삶은 떠나간 빈자리를 통해 사무치도록 그리운 만남을 새로 짓습니다.
(중략)
이제는 편히 안녕히 가십시오.
여기에 모인 우리가 당신을 배웅할 수 있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고이 잠드소서.

화장장을 들어가는 고인을 배웅하는 지인과 직원들. 촬영=김남기 기자

화장 그리고 봉안...홍성추모공원

추모버스에 안치된 고인의 시신은 지인들의 손에 의해 화장실 입구로 옮겨졌다. 지인들과 장례식을 준비한 진행자들의 마지막 애도를 뒤로한 채 화장장으로 들어섰다.

고인은 유골을 모신 별빛버스는 봉안당이 있는 당진 솔뫼공설묘지로 이동했다.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별도의 봉안당에 유골을 안치하고, 별빛버스의 공영장례지원은 마무리됐다.

유골함을 모시고 봉안당으로 이동하는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직원. 촬영=김남기 기자

이날 별빛버스의 공영장례를 참석한 당진시 공무원은

무연고 사망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공영장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차에 별빛버스의 장례지원을 받기로 했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병원 안치실에서 추모가 있는 장례식을 함께 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주 ‘별빛버스’는 당진시에 이어 진주, 대전, 광주로 고인의 긴 여정을 배웅하러 달려간다.

‘윤이현 님. 당신의 이름으로 별을 부릅니다.’

별빛버스 로고. 촬영=김남기 기자

인간존엄의 최소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제도나 고령자 기초연금 등은 최소한의 삶을 살 수 있는 돌봄의 형태로 모든 지자체에서 동일하게 적용되어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는, 지자체마다 재정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지방마다 제각각이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는, 추모가 있는 장례식을 거쳐 화장과 봉안당에 모신다. 재정자립도가 낮거나 무연고 사망자 수가 낮은 지자체에서는 시신을 바로 화장하고, 유골을 공설 봉안당에 모신다.

‘삶의 마지막 순간’. 인간 존엄성이 지자체의 재정 형편에 따라 결정된다면, 이는 분명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정책의 기본 개념에 위배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2016년 1,820명, 2017년 2,008명, 2018년 2,447명, 2019년 2,536명, 2020년 2,880명, 2021년 3,603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는 주로 홀몸의 고령의 어르신이 집에서 외롭게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무연고 사망자 중 의료급여수급자 비율은 2021년 71.9%로, 저소득 취약계층에 편중돼 있다. 또한 무연고 사망자중 실제 연고자가 없는 경우는 매년 약 20% 정도인 반면, 매년 약 70%는 연고자가 있어도 시신 인수를 거부한다.

윤이현 님의 봉안실. 촬영=김남기 기자

지자체는 최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조례의 개정을 통해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를 처리하는 부서 역시 소득 수준에 따라 담당하는 부서가 분리되는 등 업무가 일원화돼 있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무연고 장례의 행정 절차를 표준화하고 운영을 위한 매뉴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정책과 법률이 필요할 것이다.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공영장례법에 의한 정부와 지자체의 담당부서에서 종합적인 콘트롤 타워를 할 수 있는 기관도 필요할 것이다.

왼편에 일반 사망자 봉안실과 오른편 무연고 사망자의 봉안실이 대조적이다. 촬영=김남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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