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투어] 연극 '서울에 온 맥베스'...한국 근대사 풍자극

윤재훈 기자
  • 입력 2022.12.12 15:52
  • 수정 2023.07.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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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쿠데타를 성공 후. 촬영=윤재훈)
(연극 '서울에 온 맥베스' 군부 쿠데타를 성공 후. 촬영=윤재훈)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서울 도봉구에서 활동중인 '마들 시민극단'이 잔잔하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리어, 파고다 공원에 오댜'로 많은 관객들에게 기쁨과 생각거리를 선사하더니, 올해는 '서울에 온 맥베스' 공연이 전태일기념관에서 12월 10일 막을 올렸다. 창동 극장에서 올렸던 2회 공연에 이어 세 번째 공연이다. 올해 마지막 공연으로 12월 29일 포천에 있는 중학교에서도 또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새해에도 포천에서 다시 올릴 예정이라고 하니 그 인기가 대단하다. 

'서울에 온 맥베스'는 10. 26 대통령 시해와 김재규의 양심, 군부 쿠데타와 광주 학살로 이어지는 우리 역사에 가장 아픈 시대를 다뤘다. 전태일 기념관의 전석이 다 차고 보조 의자까지 빈틈이 없어, 관객들이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였다는 원성 아닌 원성까지 샀다. 이번 연극은 시민극단마들에서 처음 참여하는 배우들도 몇 사람 있었지만, 저마다 혼신을 다해 연기의 빛을 더했다. 

(연극 '서울에 온 맥베스' 10.26 청와대 연회 장면. 촬영=윤재훈 기자)

극단을 이끌고 있는 박정근씨는 셰익스피어 학회 출신 극작가이자 연출가이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기초해서 한국적 배경으로 각색하고, 무대에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한국문화가 서구화되면서 일방적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서구와 우리 문화가 접하면서 나름의 정체성을 갖게 했다. 서구문화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통해 한국적으로 소화해내고, 우리 문화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시민극단을 통해 시도하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원어 연극 작품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정년 이후로는 시민들이 직접 연극을 향유하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한국 관객들에게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 프로배우들 보다는 시민들에게 연극적인 것을 직접 가르쳐서, 동참할 수 있는 문화운동을 펼치고 싶어 이 극단을 만들었다고 한다.

(광주 민중 항쟁. 촬영=윤재훈)
( 연극 '서울에 온 맥베스' 광주 민중 항쟁. 촬영=윤재훈 기자)

작년 ‘리어, 파고다 공원에 오다’에 이어 올해에는 두 번째로 이 공연을 하고 있는데,. 특별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단다.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군사문화가 시민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퇴행하게 하는 불행한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시민의 자각에 의해서 권력의 무의미함을 알리고 독재는 역사에 죄인이 된다는 것을, 세계적인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통해서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었단다.

앞으로 계획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재창조하는 데 더욱 주력하고 싶단다. 과거에는 고전으로 돌아가 스토리를 만들려는 시도를 했는데, 지금은 한국의 현대사에 접목시켜 셰익스피어가 현대인들에게도 가까운 소재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믿음도 주고 싶단다.

여기에 한국 관객들에게 뮤지컬이 활성화되면서 너무 엔터테이먼트 쪽으로 흘러가 버렸기 때문에, 셰익스피어와 같은 진지한 연극에 대해 매우 거리감을 갖게 되었단다. 대학로 연극들도 너무 엔터테이먼트로 흘러가 버려, 연극의 퇴화와 문학적 연극이라는 것이 쇠퇴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박정근 연출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우리와 가까운 소재로 바꾸어 본다면 그런 문제들이 좀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1,500년대부터 시작된 것이 현재에 와서도 세계인들에게 재미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한다. 나아가 고갈되어 가는 한국의 연극적 바탕을 위해서도, 셰익스피어를 잘 활용하여 우리 무대에 좀 더 활기를 불어넣은 계기를 만들자고 한다.

여기에 셰익스피어에 매몰당한다거나 서구 문화의 식민지화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소극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카피하는 수준이 아닌 한국적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한다며, 작품의 문화적 콘텐츠에 대한 깊이와 폭으로 한국문화를 변형시키고 재창조시키는 적극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박정근 연출가

(김재규의 변(辯), 촬영=윤재훈)
( 연극 '서울에 온 맥베스' 김재규의 변(辯), 촬영=윤재훈 기자)

기자는 이번 마들 시민극단을 취재하면서, 과연 한국의 시민극단에 씨앗이 있기나 하는지 궁금했다. 여기에 연출가는 지역에 소수의 시민극단이 있기는 한데, 시민들의 취미나 자아실현 정도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렇지면 한국의 높은 교육 수준에 비하면 그 정도에서 끝나면 안되고, 외국 문학을 수용하고 다시 재창조하는 그런 능력이 우리에게 갖추어져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박 연출가는 문화적 충돌로, 우리가 세계를 문화적으로 리드할 수 있는 수준과 역량이 있기 때문에, 한국의 교육이나 문화 현장에서  주체적 자세를 가지고 문화창조와 교류에 앞장서 주면 좋겠다고 한다. 진지한 연극보다는 지역의 문화를 표피적으로 카피하는 그런 수준이면 안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일상사의 재현 정도에 예산이 낭비되는 안타까운 현장도 있기도 하지만, 시민 차원에서 보다 진지하게, 좀 더 수준 높은 무대의 시도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한다.

(여우주연상 후보들, ‘저 좀 주목해 주세요.’ 촬영=윤재훈)
( 연극 '서울에 온 맥베스' 여배우들. 촬영=윤재훈 기자)

한국의 드라마와 K-POP은 오래전부터 한류의 영광을 톡톡히 누리고 있고, 이제 영화에서도 오징어 게임 등의 작품들이 세계적인 영화상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연극의 위상은 아직도 어둡기만 하다.

연극인들의 용기를 복돋아 줄 수 있는 연극제들도 너무 열악하여, 겨우 지방에서 행해지는 시민 연극제나 서울에 몇몇 연극제 정도이다. 이렇게 상업적인 연극들이 설자리를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소수의 극작가나 연출자들은, 시민 연극이 일어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을 통해 너무 말초적인 것들이 대책없이 범람하다 보니, 더욱 우려가 된다고 한다. 여기에 연극은 꼭 일정한 장소를 찾아가야만 하는 약점이 있는데, TV, 영화 등은 어느 곳에서나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약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 연극이 각광 받던 시대가 있었을까? 그렇지만 앞으로도 예술성의 고전이라는 가치 때문에 연극은 꼭 존재되어야 하며, 특히 교육적 목적에 호소력이 더 강하다고 한다.

연출가는 해마다 한 편씩의 셰익스피어 연극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두 편의 비극을 했으니 이번에는 희극을 해볼 생각이라고 한다. 여기에 꼭 한 작품으로만 각색하기보다는 경우에 따라 두세 작품을 함게 각색할 수도 있단다.

이번 겨울에도 한 편을 잘 준비하여 내년에도 올해처럼 일 년간 연습하여 올릴 생각이다. 그리고 항구적으로는 레파토리를 여러 편으로 발전시켜, 원하는 곳이 있으며 그곳에서 원하는 작품으로 찾아갈 생각이라고 한다.

(‘리어, 파고다 공원에 오다’ 촬영=윤재훈)
(‘리어, 파고다 공원에 오다’ 배우들. 촬영=윤재훈 기자)

특히나 ‘리어, 파고다 공원에 오다’는 한국의 ‘노인 소외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찾아가는 연극으로 할 예정이며, ‘서울에 온 맥베스’는 좀 더 정교하게 만들어 대학로로 나가 시민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여기에 희곡도 실험적으로 만들어 대학로로 나갈 예정이라고 하니, 그 향후 계획이 주목된다.

또한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는 서울 시민연극제나 소극장 공유페스티발 등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이번 전태일기념관 공연이 끝나면 포천에 있는 중학교에 방학 선물로, 12월 29일부터 다시 학생과 선생님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하니 더욱 주목된다. 그리고 새해에 하는 포천공연도 성공적으로 마치기를 기도해 본다. 

(무당 씬. 촬영=윤재훈)
(연극 '서울에 온 맥베스' 무당 씬. 촬영=윤재훈 기자)

이번 공연에 숨은 곳에서 제안하고, 이 연극이 성사되게끔 지원금을 타온 공로자가 있는데, 바로 윤명자 기획자이다. 그녀는 매번 연습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건강식으로 만들어와 단원들의 주린 배를 채워준다.

그녀는 2022년도 초에 도봉이 배움터 주민학습프로젝트를 제안서를 써냈다. 그리고 60여 팀이 모였는데, 거기에서 10여 팀이 선정되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선정된 팀은 딱 두 팀이었는데, 시민극단마들이 선정되어 매우 보람있다고 한다.

배우들도 그 보답을 하기 위해서 일 년 내내 열심히 연습하여, 11월 12~13일 양일간 창동 극장에서 공연할 때는, 이틀 내내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찼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녀도 10여 년간 배우를 했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재밌단다.

시민들이 연극을 하면서 잠재적인 능력을 계발하는데 즐거움을 느끼는 게 보기 좋단다. 그녀는 평생 교육공무원으로 퇴직하여 연금으로 살고 있어 경제적인 면에서는 좀 자유롭다. 현재 마들문화예술 연구소장과 두리문화 예술협동조합 이사장, 마들시민극단 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마들극단의 시작은 처음에는 참 소박했다. 셰익스피어를 촌극으로 만들어 원고를 외우거나 읽으면서 시작해, 원하는 사람은 연극까지 하게 되었으며, 경비는 서로 각출하고 음식물도 함께 준비해와서 먹었다고 한다. 이번 극에서는 무당에게 애드립을 넣어주는 박수무당 역할을 하고 있으며 너무 재밌다고 한다. 그녀는 극단 배우들에게 모든 것을 감사드리며 끝까지 잘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더욱 활성화 된 극단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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