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건희의 산책길㊽] 김민기의 동요상자를 열다…조경옥 콘서트 ‘내가 아주 어릴 때였나’
[천건희의 산책길㊽] 김민기의 동요상자를 열다…조경옥 콘서트 ‘내가 아주 어릴 때였나’
  • 천건희 기자
  • 승인 2022.12.26 18:5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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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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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출신 가수 조경옥의 콘서트를 지난 12월 17일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관람했다. 작년에 발매된 <김민기, 어린이를 담다>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을 중심으로, 김민기의 다양한 노래를 들려주는 라이브 콘서트이다. 이 공연은 2021년부터 시작된 ‘아침이슬 5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김민기가 직접 연출을 맡았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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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블루 소극장에 모인 관객 대다수가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50~60대 중장년들이었다. 1970년대 김민기가 가슴에 품었던 동심을 만나려는 기대감으로 밝았다.

아가 옷을 입힐까 색동저고리 입히지
치만 뭘로 할까 청바지로 하지.....

- <인형>의 가사 中

가수 조경옥은 <인형>의 첫 소절을 무반주로 부르는데,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맑은 목소리이다. 조경옥의 차분하고 여린 음색은 어쿠스틱 기타, 콘드라베이스, 우쿨렐레, 아코디언 등의 반주와 잘 어우러졌다. 노래와 함께 무대에 펼쳐진 사진과 애니메이션은 노랫말의 함축된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였고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노래와 노래 사이에는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가 노랫말에 얽힌 창작 배경과 의미를 해설하여 작품의 이해를 도왔다.

촬영=천건희 기자
촬영=천건희 기자

김민기의 동요는 한때 어린이였던 어른들을 위한 노래이기도 하다. 어린이의 밝고 천진난만한 정서 외에 치열한 삶의 현장에 놓인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서울로 가는 길>에는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만 마치고 도시로 나가 돈을 벌어야만 했던 사람들의 아픔이, <작은 연못>에는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가 담겼다. <백구>에는 함께 살던 반려견 백구가 사고로 죽어 뒷동산에 묻어주기까지의 이야기가 한 편의 슬픈 동화처럼 그려진다. 김민기의 노랫말과 멜로디가 조경옥의 감성에 더해져 더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우리 부모 병들어 누우신 지 삼 년에
뒷산의 약초뿌리 모두 캐어 드렸지
나 떠나면 누가 할까 병드신 부모 모실까
서울로 가는길이 왜 이리도 멀으냐....

- <서울로 가는 길> 가사 中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 <작은 연못> 가사 中

내가 아주 어릴 때였나 우리 집에 살던 백구
해마다 봄 가을이면 귀여운 강아지 낳았지
어느 해에 가을엔가 강아지를 낳다가
가엾은 우리 백구는 앓아누워 버렸지....

- <백구> 가사 中

촬영=천건희 기자
촬영=천건희 기자

록밴드 ‘로큰롤라디오’가 초대 손님으로 출연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로큰롤라디오’는 김민기의 <강변에서>, <차돌 이내 몸>, <새벽길>을 록 감성으로 편곡해 힘 있게 들려주었다. 조경옥 콘서트는 각자 지나온 시간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주었고. 마음으로 하나 되어 같이 떼창을 하며 젊은 시절의 나를 만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 <아침 이슬> 가사 中

<아침 이슬> 노래는 1971년, 김민기 나이 만 스물에 만든 노래이다. 이제 50년이 지나도록 그 시절의 공간과 시간의 역사를 전해준다. 김민기는 1991년에 개관한 소극장 학전(學田) 대표로 ‘자신이 할 일’이라고 여기는 청소년, 아동극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을 향한 김민기 대표의 높고 큰 뜻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조경옥이 메인 보컬을 맡은 <김민기, 어린이를 담다> 앨범은 노래마다 얽힌 이야기와 해설이 익살스럽고 따뜻한 그림들과 함께 실렸다. 음반을 들으며 동시집처럼 혹은 동화책처럼 읽어도 좋은 책이다. 조경옥의 ‘김민기의 노래는 박제되고 회고되어야 할 노래가 아니라, 여전히 지금도 가슴 뛰게 하는 노래들’이라는 말에 동감하는 마음이다.

김창남 교수가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 중에서 직접 쓴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라는 카드를 받고 집으로 오는 길은 혹한에도 포근했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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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정 2022-12-27 22:34:59
옛노래를 들으면 젊은 날의 이상, 낭만, 동경이 떠올라 좋운 나아가 되었네요.... 작은 연못은 중학교때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노래^^ 추억이 떠오르는 좋은 공연 소개 감사드립니다 ^^*

김신우 2022-12-27 15:09:19
한 해를 마무리할 때 보기 좋은 공연인 것 같아요 ㅎㅎ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박윤선 2022-12-27 09:32:12
가사를 읽어가니 노래가 들리는듯 합니다~^^ 포근해지는 공연정보네요. 감사합니다~~~

장영주 2022-12-27 08:42:48
예전 어린이였던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Nysy 2022-12-26 21:30:01
잘읽었습니다~~ 겨울에 특히 보기 좋은 공연이었을거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