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출신 가수 조경옥의 콘서트를 지난 12월 17일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관람했다. 작년에 발매된 <김민기, 어린이를 담다>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을 중심으로, 김민기의 다양한 노래를 들려주는 라이브 콘서트이다. 이 공연은 2021년부터 시작된 ‘아침이슬 5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김민기가 직접 연출을 맡았다.
학전블루 소극장에 모인 관객 대다수가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50~60대 중장년들이었다. 1970년대 김민기가 가슴에 품었던 동심을 만나려는 기대감으로 밝았다.
아가 옷을 입힐까 색동저고리 입히지
치만 뭘로 할까 청바지로 하지.....- <인형>의 가사 中
가수 조경옥은 <인형>의 첫 소절을 무반주로 부르는데,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맑은 목소리이다. 조경옥의 차분하고 여린 음색은 어쿠스틱 기타, 콘드라베이스, 우쿨렐레, 아코디언 등의 반주와 잘 어우러졌다. 노래와 함께 무대에 펼쳐진 사진과 애니메이션은 노랫말의 함축된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였고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노래와 노래 사이에는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가 노랫말에 얽힌 창작 배경과 의미를 해설하여 작품의 이해를 도왔다.
김민기의 동요는 한때 어린이였던 어른들을 위한 노래이기도 하다. 어린이의 밝고 천진난만한 정서 외에 치열한 삶의 현장에 놓인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서울로 가는 길>에는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만 마치고 도시로 나가 돈을 벌어야만 했던 사람들의 아픔이, <작은 연못>에는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가 담겼다. <백구>에는 함께 살던 반려견 백구가 사고로 죽어 뒷동산에 묻어주기까지의 이야기가 한 편의 슬픈 동화처럼 그려진다. 김민기의 노랫말과 멜로디가 조경옥의 감성에 더해져 더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우리 부모 병들어 누우신 지 삼 년에
뒷산의 약초뿌리 모두 캐어 드렸지
나 떠나면 누가 할까 병드신 부모 모실까
서울로 가는길이 왜 이리도 멀으냐....- <서울로 가는 길> 가사 中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작은 연못> 가사 中
내가 아주 어릴 때였나 우리 집에 살던 백구
해마다 봄 가을이면 귀여운 강아지 낳았지
어느 해에 가을엔가 강아지를 낳다가
가엾은 우리 백구는 앓아누워 버렸지....- <백구> 가사 中
록밴드 ‘로큰롤라디오’가 초대 손님으로 출연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로큰롤라디오’는 김민기의 <강변에서>, <차돌 이내 몸>, <새벽길>을 록 감성으로 편곡해 힘 있게 들려주었다. 조경옥 콘서트는 각자 지나온 시간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주었고. 마음으로 하나 되어 같이 떼창을 하며 젊은 시절의 나를 만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아침 이슬> 가사 中
<아침 이슬> 노래는 1971년, 김민기 나이 만 스물에 만든 노래이다. 이제 50년이 지나도록 그 시절의 공간과 시간의 역사를 전해준다. 김민기는 1991년에 개관한 소극장 학전(學田) 대표로 ‘자신이 할 일’이라고 여기는 청소년, 아동극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을 향한 김민기 대표의 높고 큰 뜻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조경옥이 메인 보컬을 맡은 <김민기, 어린이를 담다> 앨범은 노래마다 얽힌 이야기와 해설이 익살스럽고 따뜻한 그림들과 함께 실렸다. 음반을 들으며 동시집처럼 혹은 동화책처럼 읽어도 좋은 책이다. 조경옥의 ‘김민기의 노래는 박제되고 회고되어야 할 노래가 아니라, 여전히 지금도 가슴 뛰게 하는 노래들’이라는 말에 동감하는 마음이다.
김창남 교수가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 중에서 직접 쓴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라는 카드를 받고 집으로 오는 길은 혹한에도 포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