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엔딩] 요양원 어르신 曰, ‘네일 케어가 제일 좋아’...‘오솔길프로젝트’

김남기 기자
  • 입력 2023.01.19 17:08
  • 수정 2023.01.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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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일 케어가 제일 좋아’
아마도 손주뻘 되는 학생과의 이바구가 더 좋았을 걸

장수사진 촬영. 사진=부산 호스피스완화케어센터 제공
장수사진 촬영전 헤어 메이크업을 받는 어르신. 사진=부산 호스피스완화케어센터 제공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 65세 이상 여성은 이미 20.1%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존엄하고 품위 있는 생의 마무리로 웰엔딩은 우리 사회의 큰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웰엔딩은 사회‧문화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단체와 기관들의 활동을 볼 수 있다.

박중철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는 “한 사람의 삶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때, 좋은 마무리라고 이야기한다.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상처가 아닌 좋은 기억으로 승화될 수 있는 것이 좋은 죽음이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 사람의 삶의 좋은 기억과 남은 사람의 추억이 공존하는 것은 비단 가족만이 아닌, 사회구성원 간의 교감에서도 발산할 수 있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하는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은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즉, ‘살던 지역에서 안심하고 나이 들어가는 것’을 중요시 여긴다. 이를 위해 주택, 지역 돌봄, 건강관리 등이 지역사회에서 웰엔딩의 요소로 필요로 할 때이다.

오늘 소개할 ‘오솔길프로젝트’는 부산지역의 대학생들의 참여로 초고령사회 웰다잉 건강생태계 조성사업으로 만들었다. 부산가톨릭대학교와 대동대학교의 대학생들은 지역 노인요양원과 호스피스완화케어센터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웰엔딩 건강프로그램을 총 7차례 진행했다.

뷰티헤어디자인과 학생들은 어르신들을 이쁘게 단장시키고 장수사진을 찍었고, 음악과 학생은 요양원에서 콘서트를 열거나 뷰티과 학생은 네일케어도 해드렸다. 소프트웨어학과 학생들은 어르신들이 가고 싶은 곳을 360도 VR로 마치 현장에서 여행하는 듯한 감성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오솔길 프로젝트의 총괄책임자 박철우 교수는 “어르신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봉사활동과 VR 콘텐츠 개발을 했다. 이를 위해 고생한 교수와 학생 그리고 요양원, 호스피스완화케어센터 관계자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부산 호스피스완화케어센터 김소영 부센터장은 오솔길 프로젝트에 대해 처음 기획하면서부터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열정적인 진행으로 지속적인 보완과 문제점을 해결해 나갔다. 앞으로도 웰엔딩을 위한 지역사회상생협력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할 것을 다짐했다.

오솔길 프로젝트는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의 지역사회 상생·협력 지원사업으로 시작됐다. 이는 부산지역 대학의 협력으로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상생협력 모델을 발굴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오솔길 프로젝트 애광노인요양원 봉사활동. 사진=부산가톨릭대 제공.

오솔길 프로젝트의 첫 삽은 애광노인요양원에서 ‘솔주니어 동아리’ 학생의 참여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해 말동무가 되어 드리면서 혈당체크, 종이접기, 주변정리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뷰티헤어디자인과 학생은 어르신의 커트와, 네일 아트를, 뉴뮤직과 학생은 어르신들을 위한 흥겨운 콘서트를 마련했다.

오솔길 프로젝트 공주독립운동기념관 VR영상제작. 사진=부산가톨릭대 제공

특히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은 요양원에서 생활해야만 하므로 갑갑한 마음으로 여행에 대한 로망이 크다. 그래서 오솔길 프로젝트는 여행 콘텐츠를 영상으로 만들기로 했다. 사전에 애광노인요양원, 동래노인요양원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여행 욕구 관련 사전 요구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산과 바다가 있는 풍경을 가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소프트웨어학과 학생은 공주독립운동기념관, 공주 역사영상관, 근현대사 전시관, 한밭수목원, 공주 농업전시관, 풀꽃 문학관, 공주 하숙마을 등을 360도 VR로 촬영했다. 몸이 불편해 직접 여행을 못 하지만, 어르신들이 실제 현장에 있는 듯한 실감 영상을 만들었다.

5차 오솔길프로젝트에서는 요양원에서 무료 1일 카페를 열었다. 어르신과 수다도 떨고, 게임도 하고, 네일 케어와 손지압 마사지 등의 봉사활동을 했다. 네일 케어는 젊은 여성이 주로 네일숍에서 받는 케어서비스이다. 이런 서비스를 받은 어르신은 자신의 거친 손톱이 반짝 윤이 나고 이쁘게 탈바꿈하는 순간 환한 미소가 번졌다. 특히 네일 케어는 가장 인기 있는 활동 주 하나로, 네일케어를 받는 동안 학생과의 즐거운 담소는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한다.

애광노인요양원의 임채영 사회복지사는 1일 카페와 네일 케어는 어르신이 가장 선호하는 시간이다. 마치 손주와 대화하듯 이야기꽃을 피우고 차를 마시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아쉬워했다고 후문을 들려주었다.

오솔길 프로젝트 '데이케어의 날' 장수사진 촬영. 사진=부산가톨릭대 제공<br>
오솔길 프로젝트 '데이케어의 날' 장수사진 촬영. 사진=부산가톨릭대 제공

부산시 호스피스완화케어센터에서는 어르신의 장수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호스피스완화케어센터의 환자는 주로 말기 말기 암 등의 중증을 겪고 있어 통증 완화치료를 주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어르신은 삶의 마지막 순간을 고통 없이 보내는 것을 다행으로 여길 정도로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오솔길프로젝트는 '데이케어의 날'을 마련해 장수사진을 촬영했다. 어쩌면 영정사진이 될 이날의 촬영은 즐거운 가운데 진행됐다.

좀 더 이쁘게 자신의 마지막 모습이 사람들에게 비치길 원하는 바람일까? 뷰티헤어디자인과 학생들의 솜씨로 어르신은 좀 더 젊고, 환하게 카메라 앵글에 담겨졌다. 한 어르신은 소망나무에 담담히 글귀를 적고 기도했다. 그리고 감사의 말을 남겼다. 긴장하고 왔는데 너무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뷰티 디자인과 김도현 학생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어르신에게 좋은 서비스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기와 함께 너무 값진 경험을 하고, 자기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생을 살아가는 부분만 중요시했다. 생을 마감하는 부분들은 눈을 감고 있다. 우리는 ‘존엄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솔직하게 논의해야 한다. 우리는 중환자실과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어르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불편해한다.

-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요양원이나 호스피스완화케어센터 그리고 중환자실에서의 어르신의 이야기는 이 사회에서 그리 다루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들을 품고 있다. 진실을 감추기보다는 한꺼풀 벗겨내어 우리 사회의 지역 커뮤니티에서, 이들 어르신의 삶을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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