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이슈파이팅]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만이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암유어팬(I'm Your Fan)' 온랩 암 인식개선 사업

김남기 기자
  • 입력 2023.01.27 17:05
  • 수정 2023.05.0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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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만이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

사회적 아픔이나, 개인의 질병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사망원인 1위인 질병 그리고 그중 가장 흔한 병이 암이다. 그래서 우리 주위에는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경험자가 많다. 하지만, 그들의 아픔을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어렴풋이 그 아픔을 짐작하곤 한다.

혼자만 고통스러워하고, 우울감에 자기 삶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암 경험자들이 많다. 누군가처럼 사회활동과 가정생활을 누리지 못함에 그동안의 열심히 살아온 삶이 부정당하는 듯한 고통을 호소한다. 암 경험자들이 집 밖으로 나와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암 경험자도 즐겁게 살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속 시원히 활동하는 이들이 있다.

'암유어팬(I'm Your Fan)' 성과공유회, 주요 참가자들. 촬영=김남기 기자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지난 25일 설이 지난 첫날 올겨울 들어 가장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이날 사회적협동조합 온랩이 <암유어팬> 지원사업 성과공유회와 사업설명회를 했다. <온랩>의 ‘온’은 따뜻할 ‘溫’과 시작을 위해 행동하는 ‘ON’의 의미를 뜻한다. 그래서인지 이날 함께 행사를 주관한 한국에자이의 1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암유어팬(I'm Your Fan)' 성과공유회는 참가자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온랩>의 '암유어팬(I'm Your Fan)' 사업은?

‘온랩은 당신의 팬(Fan)이 되겠습니다.’ 온랩은 암 경험자도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 지원사업으로 암 인식개선 활동 지원사업을 함께하고 있다. 암 경험자는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 상품개발 등의 활동을 통해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사회적 인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일조를 한다.

정승훈 온랩 이사장(윤슬케어 대표)은 항암치료를 마친 지 10년 된 암 경험자이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암유어팬(I'm Your Fan)' 사업에 애정이 깊다.

'암유어팬(I'm Your Fan)' 성과고유회에서 발표하는 정승훈 온랩 이사장. 촬영=김남기 기자 

우리는 오랫동안 암 경험자의 권익신장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해 왔다.
암 경험자와 각계 전문가가 함께하는 온랩은 암 경험자가 겪는 문제를 리빙랩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깊이 있는 워크숍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여러 전문가와 암 경험자가 소통하며 공통의 미션 달성을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다.
다양한 시도를 축적하면서 암 경험자의 삶의 질 제고와 원활한 일상복귀를 돕는 코크리에이션 플랫폼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 정승훈 온랩 이사장

'암유어팬(I'm Your Fan)' 작은 음악회

성과공유회에 앞서 ‘작은 음악회’와 ‘구름도장 클래스’가 진행됐다. ‘작은 음악회’는 나우퍼포먼스그룹에 김원섭 단장, 박진아, 이하나 씨의 공연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하나 씨는 암경험자로 ‘룰루랄라 합창단’의 멤버이기도 하다.

우리 뇌는 행복한 일보다 불행한 일을 더 많이 기억합니다.
행복한 일이 불행한 일보다 세배 더 많아야 한다고 합니다.
나는 기분이 좋아, 설레, 반가워, 멋져, 이런 단어를 외치면, 우리의 뇌는 실제로 그렇게 느낍니다. 저는 아침마다 벽에 적어 놓고 행복 언어를 외칩니다.
저는 기쁨이란 것은 좋은 사람과 함께 노래를 부르면 얼마나 즐거운지 알게 해 줍니다.

-  ‘기쁨’ 곡 소개 중. 이하나

이날 공연은 박진아 씨의 자작곡인 ‘그냥 웃어요’와 ‘I'm Fine Thank you', ’기쁨‘, ’첫 번째 가출‘ 등을 불러 지난 일 년간 수고한 <온랩>의 '암유어팬(I'm Your Fan)' 사업에 수고한 이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구름도장 클래스’는 성과공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직접 자신이 꿈꾸는 ‘마을’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다. ‘구름도장’은 치매 어르신을 위한 치유적 미술 활동 중 하나이다. 미술치료사와 디자이너가 함께 제작한 구름도장은 스텐실 방식의 활동지에 스펀지 도장을 찍어 작품을 완성한다. 회상치료에 도움이 되는 질문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해, 정서적 치유와 회복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참석한 이들은 한 분씩 자신이 직접 만든 꿈 꾸는 마을 이미지를 소개했다.

‘구름도장’에서 내가 꿈꾸는 마을주제로 장종욱 사회적협동조합 소이랩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저는 사회문제를 시민과 함께 해결하는 리빙랩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제가 꿈꾸는 마을은 다섯 가지 색이 모두 어우러지게 그렸다.
그 이유는 누구나 서로의 관점을 나의 경험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각자의 태도와 가치관을 인정하는 마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장종욱 사회적협동조합 소이랩 대표

'암유어팬(I'm Your Fan)' 성과 공유

2022년 한 해 동안 '암유어팬(I'm Your Fan)' 사업은 세 곳에서 진행됐다. 각 사업성과에 대한 사업시행기관의 사업내용 발표가 있었다.

먼저 ▲암파인니팅클럽의 ‘만다라 뜨개전’은, 암 경험자가 직접 제작한 만다라(손뜨개 작품)를 전시함으로써 선배 암 경험자의 활동과 에너지를 치료 중인 환자와 대중에 알렸다. ▲마포희망나눔의 ‘행복의 나눔’은, 지역 주민의 돌봄으로 회복한 암 경험자가 치료 후 버킷리스트를 이루고 보답하는 시간을 통해 암 경험자의 사회복귀에 마을의 역할을 알렸다. ▲사회적협동조합 다시시작의 ‘경기민요 희망소리꾼’은 암 경험자가 경기민요를 배움으로써 심신의 회복을 촉진하고, 암 치료 후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대중에 알렸다.

암파인니팅클럽 ‘만다라 뜨개전’에 대해 윤지영 회원이 발표하고 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암파인니팅클럽 ‘만다라 뜨개전’

암파인니팅클럽 ‘만다라 뜨개전’에 대해 윤지영 회원이 발표했다. 암파인니팅클럽은 여성 암 경험자로 이루어졌다. 코로나19 시기에 암파인니팅클럽 멤버들은 소통을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클럽 회원들은 만다라 형상(원)의 뜨개질을 통해 서로를 연결하며, 현실에서 갖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내적인 건강함과 평화로움을 찾게 됐다.

‘만다라 뜨개전’을 준비하면서 회원은 각자 맡은 분량을 채우기 부단히 노력을 했다. 건강이 안 좋거나, 어깨가 아파서 못 할 때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진행했다. 만다라 전시회를 위해 지난해 6개월간 만다라 코바늘 모티브 뜨개를 9명의 회원이 준비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생명에 대한 감사와 축복의 에너지를 담아 총 385개의 만다라 모티브로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만다라 뜨개 전시회에는 각자 뜬 만다라 모티브 작품을 모아 하나의 완성체로 전시했다. 첫 전시회는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에서 지난해 8월 23일부터 9월 7일까지 만다라 작품을 통해 따뜻함과 긍정의 생명에너지를 전달했다.

두 번째 전시회는 서울시청 시민청 시민플라자에서 지난해 10월 11일부터 22일까지 열었으며, 만다라 컬러링 도안과 만다라 코바늘뜨기 도안을 제작해 배포했다. 마지막 날에는 훌라공연을 함께해 ‘만다라 뜨개전’의 흥을 돋웠다.

만다라 뜨개전은 한 개의 뜨개 작품보다는 여러 개가 함께 모였을 때 그 아름다움이 더욱 빛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6개월의 기간 동안 멤버들은 소소한 즐거움과 더불어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며 고민과 불안함을 덜어내는 힐링의 순간이 되었다.

암파인니팅클럽 ‘만다라 뜨개전’ <쉼_지금, 여기 >작품. 사진=암파인니팅클럽 제공

<쉼_지금, 여기 >작품 소개 
바쁘게 앞만 보고 살던 우리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 덕분에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게되었다. 그 쉬어가는 시간에 뜨개를 하면서 한숨짓는 과거의 자신과 미래의 불안에 떠는 자신을 잠시 진정시킬 수 있었다. 만다라의 푸름은 지금, 여기서 우리 자신에게 필요한 ‘쉼’을 의미한다.

마포희망나눔 ‘행복의 나눔’에 대해 전현정 복지사가 발표하고 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마포희망나눔 ‘행복의 나눔’

마포희망나눔 ‘행복의 나눔’에 대해 전현정 복지사가 발표했다. 마포희망나눔의 ‘행복의 나눔’사업은 암 경험자인 회원분 중 한 명의 이야기이다. 이분은 5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오랜 투병생활을 혼자 이겨 나가야 했던 시간이 많았다. 가족들도 곁에 없었고 혼자 힘들고 우울했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겨우 한고비 넘기나 했는데 3년 전에는 갑상샘암이 발견되어, 또 한 번의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방구석에서 혼자만 지내야 했다. 그러다 저를 방구석이 아닌 사람들의 곁으로 불러준 고마운 곳인 마포희망나눔과 인연을 맺었다.

이곳에서 저는 언니를 만났고, 친구를 만났고, 동생을 만났다. 매일 혼자 우울해 있는 나를 이끌어 준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저의 마음을 고백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나에게 다가와 줘서 고맙다. 나를 늘 따뜻하게 대해줘서...
친구들이 있어 힘이 되었고, 저 또한 이제는 그 친구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
그리고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아픈 나를 더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

- 마포희망나눔 암 경험자 편지

마포희망나눔 암 경험자는 더 기대하지 못했던 나의 삶에 사랑이 찾아왔다. 그리고 조심스레 평생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갈 꿈을 꾸고 있다. <온랩>의 '암유어팬(I'm Your Fan)' 사업의 지원을 통해 이들의 사랑을 축복하는 여행과 언약식을 진행했다.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친절히 건넨 말 한마디가, 그리고 그저 말없이 건낸 미소가 다른 사람들을 살린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 그리고 지금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혼자 아파하지 말고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주변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 마포희망나눔 암 경험자 편지

사회적협동조합 다시시작의 ‘경기민요 희망소리꾼’ 사업에 대해 안연원 이사장이 발표하고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사회적협동조합 다시시작 ‘경기민요 희망소리꾼’

사회적협동조합 다시시작의 ‘경기민요 희망소리꾼’ 사업에 대해 안연원 이사장이 발표했다. 안 이사장은 암 경험 24년 차로 유방암을 이겨낸 환우들과 함께 고양시, 국립암센터의 지원으로 사회적협동조합 ‘다시시작’을 설립했다. ‘다시시작’ 협동조합은 수제비누를 제조 판매하여 수익금으로 암 투병 후 경력 단절된 환우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경기민요 희망소리꾼’사업은 2017년 시작해서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됐지만, 지난해 10월 <온랩>의 ‘암유어팬’의 지원으로 다시 시작했다. 이경자 무형문화재 경기민요 이수자의 도움으로 14명의 암 경험자는 ‘다시시작’ 사무실에서 경기민요를 배우며, 경기민요를 통해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힘을 느꼈다.

많은 암 생존자들은 암 투병으로 겪어야 하는 여러 가지 정서적 어려움인 무기력, 우울, 자신감 결여, 삶의 의욕상실, 자살충동 등을 겪는다. 암으로 인해 가슴 깊은 곳의 울화와 왜 내가 아파야 하는지 자신을 자책하는 등 큰 스트레스를 겪는다. 그 억울함과 화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암 경험자 ‘경기민요 희망소리꾼’에서 민요를 배우고 있다.. 사진=다시시작 제공

경기민요가 가진 치유의 힘이 한(恨)을 토해내는, 가슴의 억울한 화를 녹여 밖으로 뱉어내는 울화와 아픔을 해소한다. 신나는 가락과 함께 즐거움으로 채우며 즐거워하는 암 경험자는 볼 때면, 경기민요가 암 환자의 정신적 정서적 지지에 큰 효과가 있고 영향력을 갖는다.
그동안 ‘경기민요 희망소리꾼’은 아픔을 극복하고 공연하며 즐겁고 신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왔다. 봉사공연 참여로 더 큰 기쁨을 얻어 암 치료 중인 다른 환우들에게도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갖게 하고 삶의 활력을 찾아주는 역할을 해왔다.

- 안연원 사회적협동조합 다시시작 이사장

암 경험자 ‘경기민요 희망소리꾼’에서 민요를 배우고 있다. 사진=다시시작 제공

경기민요 하는 날은 신명 나게 하루가 즐거워 아픔은 생각도 나지 않아요! - 신정미 암 경험자
다리수술로 고생하다가도 민요 하는 날은 신기하게 안 아파요. - 엄순정 암 경험자
제가 민요를 배운 후 표정이 달라졌다고 가족들도 응원해줍니다. - 김태형 암 경험자
치매 걸리신 시어머님을 돌봐드리는 데 지칠 때면 민요 한 자락 불러요. 그러면 어머니도 덩실덩실 어깨 춤추시고 - 박숙현 암 경험자
요양원에서 일을 하는데 가끔 한 자락씩 불러드리면 아프신 분들이 좋아해서 보람 있어요. - 이봉자 암 경험자

암유어팬(I’m Your Fan)...암 인식 개선  지속가능한 모델 

암 인식개선 활동 지원사업인 암유어팬(I’m Your Fan) 2기가 올해 다시 시작된다. 온랩은 암 경험자도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 지원사업으로 서비스, 문화, 예술, 자조모임, 출판, 상품개발,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촉진하고 계속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재 모집 중이며, 2월 25일까지 암 경험자 1명 이상 포함된, 암 인식개선에 관심 있는 단체는 참여 신청을 할 수 있다. 접수는 온랩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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