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투어] 봄이 오는 길목에서, '두꺼비에 대한 단상' 展1...정재원ㆍ성다솜 작가

윤재훈 기자
  • 입력 2023.02.09 14:33
  • 수정 2023.02.1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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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샘에 모인 작가와 관객들, 촬영=윤재훈)
갤러리 샘에 모인 작가와 관객들. 촬영=윤재훈 기자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입춘이 지난 지가 며칠이 되었다. 이제 머지않아 두꺼운 대지를 뚫고 수많은 푸른 싹과 온갖 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상상만 해도 온몸에 열꽃이 돋는 듯하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가슴에서는 봄이 더욱 먼저 오는지, 벌써 봄맞이 그룹전이 열리고 있다.

<두꺼비에 대한 단상>展이 국내 젊은 작가 7인(김재현, 김현주, 박미경, 성다솜, 송수민, 아바, 정재원)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기획전으로 ‘갤러리샘’에서 2월 25일까지 열린다.

<두꺼비에 대한 단상>은 소설가 조지 오웰이 지은 동명의 산문선 제목이다. 조지 오웰은 글 속에서 봄을 맞이하는 두꺼비의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두꺼비가 온몸으로 메마른 봄을 마주하는 모습에서 제목의 영감을 얻었다. 깊은 밤 웅덩이로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두꺼비의 모습은 놀라우리만치 숭고하고 한편으로는 장엄하기 때문이다.

(갤러리스트 이혜민씨의 설명. 촬영=윤재훈)
큐레이터 김솔이씨의 설명. 촬영=윤재훈 기자

<두꺼비에 대한 단상>展의 의미는, 3년이라는 기나긴 코로나의 터널을 뚫고 나온 사람들에 대한 위안의 의미가 담겨있다. 더불어 겨울로 상징되는 인내와 고난의 시간이 봄을 맞이하는 7명의 작가들의 작품으로 표현된다.

이번 전시회는 ‘전시장을 찾는 모든 관객에게 봄의 따스한 기운이 충만할 수 있게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저마다 다른 차원의 자연에 천착하는 작가들이 모여 자연이라는 키워드를 두 가지 의미로 설명한다.

우선 직관적으로 봄은 겨울에서 넘어가는 순간의 감각을 떠올린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이상과 낭만의 계절로도 여겨져 왔다. 여기에 자연의 푸른빛은 문명과 대비되는 상징이고, 많은 이들이 자연에 대한 낭만을 통해 이상적인 삶에 대한 나름의 가치를 만들어왔다.

정재원, 여름-산들바람, 2022, acrylic on paper, 40.9×31.8cm
정재원, 여름-산들바람, 2022, acrylic on paper, 40.9×31.8cm

정재원 작가 이상적 풍경

이번 전시는 갤러리샘의 1관과 2관 두 곳에서 진행된다. 먼저 1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정재원 작가의 작품은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비현실적이다. 재개발이 멈춘 지 오래되어 풀이 무성히 자란 쓸쓸한 이미지와 신선들이나 머물 법한 환상적인 무릉도원의 세계를 펼친다. 정재원 작가의 ‘이상적인 풍경’은 과거와 현대를 넘나드는 확장된 이미지를 통해 봄을 맞이한 우리가, 각자의 이상과 방향성을 고민하게 한다.

작가는 주로 회화작업을 하고 있다. 농촌이 아닌 도시 속에서 발견되는 숲은 형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이야기한다. 재개발 지역에서 흔히 발견되는 것들이 많은데, 화가는 아파트가 조성되면서 설치되는 정원에 대한 작품들도 그렸다.

정재원의 ‘유원(留園, Lingering Garden)’ 작품은 제목에서부터 중국의 예술 도시 소주에서 만났던 세계문화유산 궁궐인 '유원'을 생각나게 한다. 여기저기 수많은 가산이 솟아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호반 도시 중의 하나로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오는 곳이다. 또한 '유원'은 중국 천지의 수많은 시인 묵객의 작품도 넘쳐난다.

정재원, 유원(留園, Lingering Garden), 2021, mixed media on paper, 182x233.6cm
정재원, 유원(留園, Lingering Garden), 2021, mixed media on paper, 182x233.6cm

차 봉지 한 개
따뜻한 물, 한 주전자
소동(小童)을 데리고 문득,
그림 속으로 든다

폭포수 아래
평평한 돌 위에
찻상을 펴면
소나무 숲에
다향(茶香)이 감돈다

그 향에 취해
비스듬히 기대
오수(午睡)에 들면
나는,
한 장의 풍경이 된다

계곡 물소리
꽃잎 벙그는 소리
서늘하다

방아깨비 한 마리
겁도 없이
무릎 위로 튀어 오르면,
깜짝, 놀라
그림 속에서 나온다
-  전람회 소경(小景), 윤재훈

인간은 자연을 가까이 두고 싶어 하는 저마다의 욕망이 있다. 정 작가는 시대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90년 아파트 키즈 세대인 정 작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자연을 작품에 반영하였다.

현재 우면동 거주하고 있는 정 작가는 이런 고민들 때문에 주로 재개발 현장으로 나간다.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이 다 사라지고 난 뒤 고요한 아파트 뜨락, 비가 오고 다음 날 웅덩이에 비친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작가를 가슴을 자극했다. 그 찰나의 풍경이 사라지기 전에 화가는 화폭에 담아낸다. 여기에 고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인간의 욕망이 현대에는 어떻게 이어져 오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기자는 ‘물속에 비친 반영의 그림’을 보고 고즈넉한 산속의 풍경을 담아내지 않았나 생각했다. 작가의 의도에 많이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화가는 그 생각도 다르지 않다고 위로한다. 정 작가는 표현재료에 대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하고, 우리 옛 전통 산수풍경을 더욱 현대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 중이다.

정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인문대학 미술사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개인전은 ‘수면 위로’ ‘낭만이 머무는 찰나에’ ‘회광반조(回光返照)-기로에서 꽃핀’ 등이다. 주요 그룹전은 ‘에브리아트’ ‘한원미술관’ ‘OCI미술관’ 등이며,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겸재정선미술관, 동화약품, 서울대학교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성다솜, 식물 공동체 Plant community, 2022, formax, urethane, 400×300cm
성다솜, 식물 공동체 Plant community, 2022, formax, urethane, 400×300cm

성다솜 작가 '공동체 삶'

2관에는 설치와 평면 작업을 주로 하는 성다솜의 <식물공동체>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성 작가는 실제 식물의 형상을 단순화하거나, 변형시킨 오브제들을 주로 사용하였다. 작품에 사용된 오브제들은 바라보는 이의 감정과 가치관, 상황에 따라 자신을 투영하도록 이끈다. 성 작가의 작품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행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소재는 포맥스라는 플라스틱 재료를 사용하였으며, 그 위에 자동차 도색할 때 쓰는 우레탄이라는 물감을 사용한다.

올해 34세인 성 작가는 작품을 통해 각기 다른 모양과 색을 가진 식물들이 한 공간에서 살아가면서도, 서로 차별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는 공동체적인 삶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모두 다르게 생겼지만,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한 과정을 말이다.

성 작가가 특별히 공동체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이다. 하지만, 한부모 가정으로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것처럼, 주위에 도움도 많이 받았다. 성 작가는 자연히 공동체의 삶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으며, 양면적이지만 차별받을 때도 있었다. 특히 학교에서 이혼 가정을 손들어보라고 할 때가 싫었으며, 그럴 때마다 올바른 공동체가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서 고민했다.

그래서 성 작가는 식물을 키우면서 스스로 작은 깨달음들이 왔다. 식물은 작은 관심 속에 물만 줘도 잘 자라는 것이 신기했으며, 식물을 드로잉 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받았다. 숲속에 들어가 보면 저마다 다른 나무들이 자신들의 모습으로 스스로 어울려 살아간다. 이런 올바른 공동체의 모습이 어린 시절 작가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는 성 작가는 다른 매체에도 도전하고, 올바른 공동체를 표현할 수만 있다면 어떠한 매체라도 사용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핵가족과 혼밥 등 외로움이 팽배하는 이 시대에, 모두가 차별하거나 차별받지 않고 올바른 공동체로 살아가길 바란다.

참으로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한 정신이며, 다른 모든 장르의 예술가들도 이런 정신들을 더욱 벼리고 다듬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동고(同苦)의 마음마저 들었다.

작가는 국립안동대학교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은 ‘유기적 공동체’ ‘식물 공동체’ 등이며, 주요 그룹은 ‘KB청춘나루’ ‘2UC’ ‘갤러리멜팅팟’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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