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낯선 이름... 시니어모델 ‘천황성’

이모작뉴스 박애경 기자
  • 입력 2018.01.28 15:30
  • 수정 2021.06.0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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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굴곡진 인생을 살아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0여 년 동안 전방부대에서 육군 장교 생활을 마친 후 살아보려고 참 많은 일을 했다.

요식업을 비롯해 해외사업에도 손을 대봤고,

그 시기 동안 IMF위기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적도 있다.

하지만 매 순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가족과 나를 위해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렸다.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한 50후반에 불현듯 묵혀두었던 나의 꿈이 스멀스멀 살아나기 시작했다.

경상남도 고성군 촌놈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꿈... 바로 모델이다.

모델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울렁이고 심박 수가 빨라졌다. 행복한 울렁임이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가슴 뛰는 삶을 살자고...

천황성
모델•배우 / 1957년생 / 180㎝ 83㎏

아직은 낯선 이름, 시니어모델 천황성. 하지만 시니어모델 중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를 만나기 위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시니어모델 교육기관인 제이액터스를 찾았다. 111, 겨울 칼바람이 매서웠다. 제이액터스의 문을 여는 순간, 옷을 잘 갖춰 입은 열 명 남짓의 시니어모델들이 음악에 맞춰 워킹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모델 특유의 걸음걸이를 뽐내며 얼굴가득 행복의 빛을 담고 있었다. 그들의 열정적인 모습에는 조금 전 기자가 느낀 겨울은 없었다. 기자는 무리들 속에서 모델 천황성 씨를 찾아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헌칠한 키와 서글서글한 눈매, 당당한 어깨가 눈 한가득 들어왔다. 반가움과 훈훈함 속에 첫 인사를 나누고, 그의 인생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굴곡진 인생이라고 하셨는데...

나의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그야말로 버라이어티 그 자체입니다.(웃음) 군대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나와서는 안 해 본 일 없이 여러 직군에서 일했습니다. 심지어 인도네시아 발리에 돔 형태의 스키장을 만드는 사업에 손을 대기도 했습니다. 때마침 폭탄테러와 쓰나미로 하려던 사업이 물거품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나름 사명감을 갖고 뛰어들었습니다. 눈을 볼 수 없는 나라에 눈을 보여주고 싶었고, 한국의 기술력을 입증해 보이고 싶었습니다. 그 후 시작한 일이 마산에서 바닷장어를 가져와 천안에 식당을 차려 팔았습니다. 그 또한 실패로 끝났죠. 내륙지방인 천안 사람들은 민물장어에 익숙해서인지 바닷장어를 썩 좋아하지 않더군요. 이후 다른 종류의 요식업과 무역업 등 안 해본 일 없이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Q.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그러다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릴 앙카의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이렇게 말합니다. ‘삶이 당신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통해 삶이 일어나는 것이다라고... 그러면서 반드시 가슴 뛰는 일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어떤 일을 할 때 가슴이 뛴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세 가지를 가르쳐준다고 합니다. 첫째, 그것이 나를 위한 길이고, 둘째, 내가 그 일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셋째, 결국 내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합니다. 그때그때 먹고 사는 일에 치여 분주하게 살아 온 내게 그 글귀는 나의 폐부 깊숙이 박혀 심장을 울렁이게 했습니다. 나를 가슴 뛰게 하는 일은 무엇일까? 화려한 조명과 리듬에 맞춰 관객들 앞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고 그들과 시선 맞춤을 하는 모델이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청소년기부터 줄곧 옷맵시 난다는 칭찬을 받아 온 터라 내 안에 막연히 잠재된 열망이 그 순간 터진 듯합니다. 생각은 행동으로 옮겨졌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지인들의 독려가 컸습니다.

 

Q. 모델이 되기까지 과정은?

사실 모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막연히 길거리캐스팅이 되어야 하나 싶어 광화문과 압구정동을 배회한 적도 있었지요.(웃음) 그러다 시니어모델을 양성하는 학원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곳 제이액터스였어요. 모델 수업을 받기 전 여러 차례 제이액터스 정경훈 대표와 상담을 했습니다. 학원 등록을 하기 전 가장 망설인 부분은 바로 신체조건이었습니다. 누구나 신체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여러 달 동안 망설임 끝에 마침내 본격적인 모델수업에 들어갔습니다. 내 나이 60세를 바로 넘긴 때였죠. 당시 정 대표는 제게 모델 캐릭터는 매우 다양하다. 열심히 배우고 기량을 닦다 보면 자신이 갖고 있는 캐릭터를 원하는 곳이 나올 수 있다. 신체조건은 필수가 아니다라며 조언해 주었습니다. 지금 제가 활동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사람입니다.

 

Q. 첫 데뷔 소감은?

공식적인 데뷔 무대는 5개월간 모델 기초과정을 끝낸 후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특강시간에 이뤄졌습니다. 그때 대중과 처음 마주했습니다. 당시 몹시 긴장한 탓에 런웨이를 걷는 내 머리 속이 하얗게 되어버린 듯 했습니다. ‘어깨 올리지 말고 자연스럽게... 팔자걸음 하지 말고... 배에 힘을 주고 뒷다리로 탁탁 치면서 전진...’ 그동안 익힌 대로 주문을 외워보지만 몸이 경직되면서 생각따로 몸따로가 되어버렸지요.(웃음) 아슬아슬한 첫 무대를 마치고 탑에서 내려오는 순간 내안에 떨려오는 전율의 짜릿함을 이루 표현할 수 없네요. 이후 수차례 문화센터와 자선행사를 통해 무대에 서면서 점차 나의 취약한 부분도 고쳐져 더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모델 천황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Q. 가슴 뛰는 일과 먹고 사는 일의 경계는?

아직은 모델 일을 하면서 생기는 수입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나 스스로 태도가 달라지고, 주변의 시선도 달라지더군요. 항상 시선이 나를 향할 거라는 생각에 언제 어디서든 바른 자세, 온화한 인상을 가지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타인을 의식하는 일은 곧 타인을 배려한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내 중심 보다는 다른 사람 중심으로 변화되는 나를 발견하는 일은 수입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가족들은 아직 부끄러워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가끔 나에 관한 이야기가 미디어를 통해 나오더라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내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적극적인 표현을 안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묵묵히 지켜보며, 무언의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두 아들은 SNS에 올라온 나의 소식에 엄지척과 함께 응원의 댓글을 달아주기도 하죠.

처음 아내는 크게 반대했습니다. 젊은 나이도 아니고 나이 들어 모델 일을 하는 게 무슨 비전이 있느냐며 볼멘소리를 하더군요. 그래서 한동안은 아내 몰래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든든한 조력자입니다. 아직 완벽하게 자리 잡지 못한 나를 위해 살림살이에 대해 부담을 주지 않고 묵묵히 인내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남편과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해 온 나의 대한 믿음 때문인 듯합니다. 순간순간 힘들었던 시기를 지혜롭게 헤쳐 나갔던 나의 능력을 가족들이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델 천황성이라는 또 하나의 미래를 기대하면서 말이죠.

 

Q. 주변 지인들의 시선은 어떤지.

친구들은 나를 매우 자랑스러워합니다. 부러움도 가득합니다. 마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그 시절 만난 친구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고 있습니다.(웃음) 어쩌면 나의 친구들은 나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가슴 뛰는 삶을 살 수 있는 용기와 결단에 그들도 함께 행복해하는 것 같습니다.

 

Q. 평소 건강관리는?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동문들과 산행하고 주31시간 정도 걷는 일, 그리고 주1회 아카데미에서 2시간 동안 워킹연습을 합니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무엇보다 잘 웃고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 건강해지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말하는 입을 아끼고 듣는 귀를 열심히 열어두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향후 계획과 목표는?

현재 나는 부족함이 많은 모델입니다. 그래서 아직은 배워야 할 게 많고 또 그래야 합니다. 어느 정도 숙련된 후에는 젊은 모델들과 나란히 한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그리고 욕심이 있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단순히 취미생활이 아니라 수입과 연결되는 전문직이길 바랍니다. 그러려면 시니어모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이 마련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열리는 다양한 축제에 시니어모델들이 멋스런 자태를 뽐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합니다. 무대에 선 모델들은 수입이 생겨서 좋고, 지역 어르신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 갈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나아가 시니어모델들의 권익보호와 일자리 마련을 위한 협회를 결성하고 싶습니다. 협회를 통해 국가와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과 연계해 다양한 무대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Q. 인생이모작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가슴 뛰는 일을 하며 살아라라는 말은 사치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용기를 내어 가다 보면 언젠가 새로운 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뉴에이지 명상가로 유명한 다릴 앙카의 저서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우주에서 온 바샤르의 입을 통해 제가 전하고 싶은 말을 대신합니다.

삶에서 가장 가슴 뛰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이 당신이 이 세상에 온 이유이자 목적입니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사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당신들은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창조해 나가는 힘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우주와 에너지는 자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신이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그 생각에 관련된 에너지가 따라옵니다. 당신이 어둡고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면 당신에게는 어둡고 부정적인 일만 일어납니다. 당신이 긍정적으로,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있다면 우주는 또 그것과 관련된 에너지만 당신에게로 보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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