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양선의 두바퀴로 여는 세상 1] ‘돈대’의 흔적을 찾은 강화도 반바퀴

홍양선 기자
  • 입력 2019.05.01 10:18
  • 수정 2020.03.2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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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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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강화도다. 강화도 라이딩은 한마디로 말하면 ‘돈대(墩臺)’ 라이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대에 얽힌 통한의 역사를 가슴속 깊이 새기고 달린 섬 강화도.

주말 아침 라이딩을 위해 서울에서 강화 초지대교 인삼센터까지 승용차로 이동했다. 처음으로 차량용 자전거 거치대에 자전거 3대를 가뿐하게 싣고 강화섬으로 향했다.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달리면 초지대교 밑에 도착한다. 그곳에 자전거를 풀고 시계 방향으로 강화섬 둘레길을 따라 페달링을 시작했다. 주변엔 이른 아침부터 낚시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바닷가 주변엔 전망이 좋은 아름다운 펜션들이 하룻밤 쉬어가라고 유혹한다.

©홍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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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가량 동막해수욕장과 외포항 방향으로 달리다 보니 분오리돈대가 나온다. 강화도 남쪽 해안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그 옆에는 동막해수욕장이 초승달처럼 둥그렇게 펼쳐져 있다. 돈대는 외적의 침입을 관찰할 목적으로 흙과 돌로 쌓아 올린 군사시설이다. 평지보다 조금 높직하면서 평평한 땅이라는 뜻이다.

돌문으로 된 입구로 들어가 포대위에 오르니 이미 바닷물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저 멀리 수평선과 맞닿아 있다. 바닷물이 쫙 빠진 갯벌은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갯벌 가장자리엔 물이 들어오면 다시 떠날 채비를 한 빈 배들이 군데군데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분오리 돈대에서 내려와 동막해변으로 접어드니 횟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오늘은 뭐 먹을까? “조개구이 어때?” 일행 모두 “좋아”라는 말이 바로 떨어진다. 라이딩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그 지역의 먹거리다. 대학 동창(태식 정용 명수)들과 조개구이에 칼국수를 먹으며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고 나니 언덕을 오르는데 다시 힘이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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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는 잘 알다시피 역사적으로 애환이 깊은 섬이다. 조선시대 후금이 침입한 정묘호란(1627년/인조 5)때는 인조 왕실이 강화도로 피신하였던 곳이다. 병자호란(1636년/인조 14)때 인조는 미쳐 강화도로 피신하지 못하고 남한산성에 피신하였다가 치욕의 삼전도 굴욕을 당했다. 그때 아마도 먼발치에서 눈물을 삼키며 강화도를 바라만 봤을 듯 하다.

당시 인조반정 이후 명, 청 관계에서 균형을 잃은 외교 정치 때문이었을까? 이런 수모를 겪은 후 숙종은 비로소 해안 전역의 돌출부에 큰 톱니바퀴를 움직이는 작은 톱니바퀴 모양의 돈대(53개)를 곳곳에 설치, 강화도를 지켜나갔다.두 번째로 들른 장곶돈대는 입구가 허물어져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장 안으로 들어가니 민들레, 냉이 등 야생화가 봄날의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한가롭게 피어있다. 그곳에서 잠시 누워 하늘을 바라보니 지난날 전쟁의 잔흔은 온데간데없이 고요하다.

©홍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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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요함이 당시엔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였기에 더욱 숙연해진다.곶은 한자어로 가운데 중(中)이 겹쳐진 ‘串’ 이다. 바다 쪽으로 돌출되어 나온 곳을 일컫는다. 장산곶매로 유명한 백령도 맞은편의 장산곶도 그런 연유로 쓰인 말이다.돈대의 역사와 사연을 깊숙이 알게 된 강화 라이딩은 안타깝게도 당초 계획에서 벗어난 반바퀴 라이딩이었다. 외포항을 지나 내륙으로 질주하여 초지대교 밑으로 돌아오려던 생각이 완전 빗나갔다. 중간에 참외, 곶감, 고구마, 야관문 등 지역 특산물 맛에 젖어 앞으로만 달리다보니 어느새 방향은 외포항이 아닌 초지대교로 향하고 있었다.

©홍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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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방향을 잘 못 들어섰네” 우리 4인방 라이더는 그래도 돈대의 역사를 느낀 라이딩에 큰 위안을 삼고 반바퀴 라이딩에 만족해야 했다.

다음에는 초지대교 밑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 나머지 부분을 달리라는 신호였을까? 조만간 외포항에서 교동까지 다시 찾으라는 뜻으로 위안해야 했다. 지난날 돈대에 올라 저 멀리서 진군하던 적군을 보고도 막지 못한 나약한 나라의 한을 되새기며 우리는 다시 서울로 향했다.

조만간 다시 봅시다. 돈대

▲홍양선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前 대우자동차 홍보실前 홍보대행사 KPR現 홍보대행사 프리스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양선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前 대우자동차 홍보실
前 홍보대행사 KPR
現 홍보대행사 프리스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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