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극장의 실험적 레트로소리극 ‘춘향전쟁’

박애경 기자
  • 입력 2019.05.17 10:14
  • 수정 2019.05.1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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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영화 ‘성춘향’에 판소리를 얹다
음악은 전통, 감수성은 복고, 형식은 현대

【이모작뉴스 박애경 기자】 1960년대를 소리와 음악으로 생생히 재현한 레트로소리극 <춘향전쟁>이 오는 6월 5일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정동극장은 2019년 창작ing 시리즈 중 첫 번째로 판소리, 폴리아티스트, 영화 성춘향 등 이질적 요소들을 신선하게 묶어낸 음악극을 무대에 올린다.

<춘향전쟁>은 한국 영화사의 중요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1961년 1월, 당시 한국 영화계의 양대 산맥이었던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과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이 열흘 간격으로 개봉했다. 당시 두 편의 영화는 감독들뿐 아니라 당대 최고의 배우 최은희, 김지미를 내세워 개봉 전부터 ‘여배우 라이벌 전’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개봉 전 대부분 젊은 춘향과 베테랑 감독이 만난 ‘춘향전’의 승리를 예견했으나, 결과는 서울 관객 36만 명이라는 한국 영화사 최고 흥행을 기록한 ‘성춘향’의 완승으로 나타났다.

‘춘향전쟁’이라는 타이틀은 이렇게 두 영화의 대결을 빗댄 기사에서 따왔다. 소리극 <춘향전쟁>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던 실제 사건에 작가적 상상력과 음악적 실험성을 대담하게 접목해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형식의 음악극으로 탄생했다.

일명 ‘레트로소리극’ <춘향전쟁>은 전통 요소를 기반으로 한 과거 사실을 현대적 형식으로 재해석한 진정한 의미의 ‘뉴트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는 영화 ‘성춘향’ 개봉을 코앞에 둔 어느 날 영화감독 신상옥과 폴리아티스트가 음향효과를 통해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리꾼은 신상옥 감독과 변사가 되어 주인공과 화자를 오가며, 마치 무성 영화를 무대에서 재연하는 것과 같은 추억을 전달한다. 반면 폴리아티스트 역할의 배우는 실제 영화 ‘성춘향’의 영상 위에 소리를 덧입히는 장면을 보여주며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음향의 세계를 시청각적으로 그려낸다. 여기에 창작국악그룹 ‘그림THE林’의 세련된 음악을 덧입혀 지금껏 보지 못한 과감한 전통 창작극으로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밖에 <춘향전쟁>은 김일의 박치기, 통행금지, 시발택시 등 1960년대를 추억할 수 있는 소재들과 소품들을 등장시켜 ‘레트로(복고)’의 감수성을 고스란히 무대 위에 옮겨놓는다. 장년층에게는 시대의 향수를, 젊은 관객에게는 복고의 감수성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6월 23일까지 정동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한편, 정동극장 창작ing 시리즈는 2017년에 시작해 우리 전통 예술의 소재 발굴과 작품 개발을 위한 창작활동 및 지원을 이어왔다. 가능성 있고 도전적인 창작진을 발굴하고 콘텐츠를 개발하는 극장의 제작 지원 사업으로 20117년에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적벽>, 뮤지컬 <판>을 발굴, 개발했다. 2018년에는 ‘예그린 어워즈’에 노미네이트 및 수상(베스트 리바이벌 공연 ‘판’)의 성과를 거두며 시리즈의 우수성을 알려왔다. 전통의 가치를 유지하되 틀에 구애받지 않는 다채로운 공연 개발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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