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수 없다 “포기를 외치기엔 남은 삶이 많다”

박애경 기자
  • 입력 2019.05.3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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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세 인기 유튜버 박막례의 부침개 인생 ‘하루아침에 진짜 잭팟’

【이모작뉴스 박애경 기자】 나이 71세에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전직한 박막례와 오로지 할머니의 행복을 외치는 PD 손녀 김유라의 에세이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가 출간됐다.

책은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이름이 ‘막례’로 붙여진 ‘대세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의 70여 년의 파란만장 인생이야기와 할머니의 독특한 매력을 카메라에 잘 살린 손녀 김유라 PD의 유튜브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있다.

1947년생 박막례는 농부의 막내딸로 태어나 여자라고 글도 못 배우고 집안일을 도맡아하는 일꾼으로 살았다. 스무 살에 결혼했지만 밖으로 나돌기만 하는 남편 대신 아이 셋을 혼자 힘으로 키워야 했다. 막일부터 시작해 과일장사, 엿장사, 꽃장사, 파출부, 식당 일 등을 전전했다.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는데 모진 세상에 사기를 두 번이나 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용인에 작은 식당을 열고 40년간 매일같이 새벽 4시에 출근해 일했다. 눈앞에 닥친 생계에만 몰두하고 살다 보니 나이는 70이 되어버렸고, 이렇게 살다 죽겠구나 했다. 남은 생은 자식들에게 피해 안 끼치고 죽어야지, 다짐만 하고 있던 어느 날, 박막례는 병원에서 치매 위험 진단을 받았다. 위로 언니들이 차례로 치매에 걸렸는데, 자신의 차례가 언제 올지 모를 일이었다. 소식을 들은 장손녀 김유라는 직장을 그만두고 할머니 박막례와 호주여행을 떠난다. 손녀와 함께 무작정 떠난 호주 여행이 박막례 인생의 후반전 시작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박막례 인생의 첫 자유여행이었던 호주 케언즈에서의 시간은 지금의 백만 조회수를 넘나드는 유명 유튜버로 변신하는 시작점이 됐다. 손녀 김유라는 호주여행에서 새로운 매력의 할머니를 발견한다. 할머니는 화장이 진하든 민소매 원피스를 입든 말든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고, 토마토나 무만 보아도 우리나라 것과 다른 점들을 자세하게 기억했고, 처음 먹는 음식의 맛도 세심하게 구별했다. 그런 할머니를 보고 김유라는 놀랐다. 나이가 많으니 세상에 무뎌졌을 거라는 자신의 생각은 편견이었다. ‘처음’이 주는 설렘에 빠진 할머니의 여행을 담은 영상을 한 커뮤니티에 소개했다. 가족들을 위한 여행후기처럼 올린영상이 조회수 100만을 기록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그 후로 금방 잠잠해졌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퇴사 후 김유라는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을 늘렸다. 그러고 나니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할머니와 파스타를 먹으러 가고 인스타그램을 공유했다. 이러한 일상은 박막례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김유라는 평소에 메이크업을 잘하는 할머니의 뷰티 영상을 재미삼아 찍었다. 그중 ‘치과 들렀다 시장 갈 때 메이크업’은 하루아침에 조회 수가 100만을 넘었고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다.

‘삶의 의미’를 새롭게 찾게 된 박막례는 매일 새로운 기운을 뿜어냈다. 돗토리현 모래사구에서 보드를 탔고, 크루즈 여행을 하면서 외국인 친구들과 매일 밤 춤을 추었다. 처음 가본 유럽, 프랑스 파리에서는 바게트를 먹다 이가 빠져도 깔깔 웃었고, 옷장 속에만 고이 모셔뒀던 예쁜 원피스들을 꺼내 입기 시작했다. 스위스의 환상적인 풍경을 보면서 “살아서 천국 왔다”는 감탄을 연신 내뱉고, 마운틴카트를 타다 넘어져도 “도전했다가 생긴 상처는 괜찮다”고 안심시키고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만끽했다. 2018년에는 구글에서 초대받아 난생처음 미국 땅을 밟고는 넓디넓은 구글 본사를 휘젓고 다니며 외국 친구들을 많이 만들었으며, 무엇보다 새로운 기술을 알아가고 배워가는 재미에 눈을 떴다.

신간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이렇듯 박막례의 인생이모작 도전기를 유쾌한 진지함으로 그려낸다. 여기에 손녀 김유라의 할머니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을 담아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더한다.

매일이 도전이고 호기심이 넘치는 박막례 할머니가 살아온 삶이 증명하듯, 인생은 끝까지 모를 일이다. 일찌감치 끝났다고 포기를 외치기에는 우리에게 남은 삶이 아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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