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에 담긴 연필의 궤적...그리고 음악적 생동감

박애경 기자
  • 입력 2018.06.11 17:09
  • 수정 2018.06.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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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조선, 김범중 개인전 ‘phase haze’ 열어

자료제공=갤러리조선
자료제공=갤러리조선

김범중 작가의 개인전이 오는 6월 16일부터 6월 30일까지 갤러리조선에서 열린다. 언뜻 전통회화를 떠올리게 하는 김범중 작가의 이번 신작들은 <phase haze(페이즈 헤이즈)>라는 이름으로 관객을 마주한다.

김범중 작가는 장지와 연필로 평면 회화 속에서 발견되는 모종의 방향성을 탐구해왔다. 작가의 장지와 연필 작업은 레코드판 표면을 긁는 축음기의 행위에 비견됐다. 레코드판의 주름이 멜로디와 그 흐름의 시간을 비유하는 것처럼, 연필의 궤적은 작업의 시간을 담아낸다. 김범중 작가는 특유의 청각적 예민함을 화면 위에 치환시켜, 사물이 내재한 고유의 진동수까지 읽어내려는 듯 집요하고 집중적으로 작업에 임한다.

가는 연필선의 집합으로 그려진 이번 신작은 수묵회화가 그러하듯 화면 안에 공간감을 부여하며 선과 면의 대조를 극명하게 한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흑연의 반복적인 운동이 장지 위에 그려낸 흔적을 볼 수 있다. 반복에 반복을 기하며 형태를 찾아가는 그리기 행위는 흑연이라는 재료가 내포하는 질감이 아닌 행위 자체의 운동감을 상기시킨다. 흑연의 운동선을 따라 찢기기도 하고 부풀어 오르기도 하는 장지의 표면 역시 그림의 바탕 혹은 여백이라는 맥락 밖으로 돌출하여 장지라는 촉감적인 재료의 물성을 드러낸다.

소나타에서 그러하듯 각 주제는 서로를 반추하며 변형과 전개를 이어간다. 음악과 같은 그림이 종결부에서 어떻게 갈무리 되는 지는 각자에게 달려있다.

이번 개인전 관람 포인트는 장지와 연필이 만들어내는 담담하고 미세한 생동감을 찾아보는 것이라 하겠다.

전시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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