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건희의 산책길②] 그리운 시절 그리운 사람 ‘김녕만 사진전’

천건희 기자
  • 입력 2019.06.11 16:54
  • 수정 2020.07.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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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친정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뒤 1주기를 맞이하여 가족 추모 사진첩을 만들면서 사진이 갖는 역사성과 기록성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친정어머니께서 보관하고 계셨던 빛바랜 흑백 사진 몇 장은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되살아나게 하고 나를 위로해 주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김녕만 사진가의 사진전 ‘그리운 시절 그리운 사람’을 지난 주말에 다녀왔다. 전시는 화순군립 천불천탑 사진문화관에서 열린다. 1970년대 우리나라의 농촌 풍경과 농악의 상쇠였던 故노판순 선생의 장례식을 고스란히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천건희
Ⓒ천건희

1층 전시장에 들어간 순간, ‘아~’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맞아! 저런 시절이 있었어... 세상에.....’

주로 1970년대에 촬영한 흑백 사진들인데, 사진을 보고 있으니 순간적으로 내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미소 짓게 만든다. 40여 년 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순수했던 시절, 단발머리에 흰색 머리띠를 두룬 운동회, 떨어진 러닝셔츠 입고 등목을 하는 장면 등 김녕만 작가의 훈훈하고 따뜻한 인간미와 유머가 전달되는 공간이다.

김녕만 작가의 말처럼 다시 볼 수 없어서 그리운 것만은 아니고, 지금은 없는 그 무엇이 거기에 있기에 그리운 것이리라.

Ⓒ천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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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전시된 사라져버린 전통 장례식 사진은 흑백의 대비로 강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전통 장례식은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망자의 마지막 길을 온 정성을 다해 예의를 갖추고 배웅을 한다. 2년 전 친정어머니 상을 치룬 입장이라 어머니 상에 오신 분들의 사랑과 위로가 생각나 가슴이 뭉클하였다.

김녕만 작가는 “우리가 날마다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강을 건너고 있지만 죽음을 통해서 삶의 가치를 깨닫고 다시금 힘을 내는 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시장에는 동갑내기 친구인 김녕만 작가의 사진과 음악인 장사익 노래 ‘하늘 가는 길’을 동영상으로 편집한 ‘영상과 소리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이 있어 더욱 감동적이다.

Ⓒ천건희

 

하늘 가는 길 (작사·노래 장사익)

 

간다 간다 내가 돌아간다

왔던 길 내가 다시 돌아를 간다

어 허아 어허야 아 어 허아 어허야 아

·

·

·

 

구름타고 갈까 하늘로 간다네

어 허아 어허야 아 어 허아 어허야 아 아 ~

하늘로 가는길 정말 신나네요

Ⓒ천건희

전국 최초의 군립 사진전문 문화관이라는 화순의 천불천탑 사진문화관은 넓은 주차장을 가진 여유롭고 멋진 건물이다. 화순에서 서울까지 돌아오는 길이 짧게 느껴진 것은 사진과 영상에서 느껴진 감동이 또 한편의 그리운 시절과 그리운 사람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전시는 8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여름휴가로 찾아가면 그리운 시절 그리운 사람으로 위로 받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듯하다.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운주사가 5분 거리에 있음은 덤이다.

오늘도 우리는 사진 인류(Homo Photographicus)로 어디에서든지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서로 소통을 한다.

우리들의 사진들도 먼 훗날 그리운 시절이 되리라...

Ⓒ천건희
Ⓒ천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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