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양선의 두바퀴로 여는 세상 5] 자전거, 업힐 본능의 묘미

홍양선 기자
  • 입력 2019.06.20 12:11
  • 수정 2020.03.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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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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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힘들게 산에 올라가. 결국 내려올 텐데...” 흔히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하지만 “저기 산이 있어 오른다”고 말한 유명 산악인의 말은 인간의 오르고 싶어 하는 끝없는 욕망을 잘 드러낸다.

자전거 또한 저기 길이 있어 달리고 또 오른다. 숨이 차고 심장이 끊어질 것 같은 느낌을 즐기는 것은 극한 운동의 묘미다. 주말 아침 오늘은 라이더들에게 필수 코스인 안양의 삼막사를 다녀왔다.

Ⓒ홍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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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채비를 마치고 안양천을 따라 광명교-철산교-안양대교를 지나 경인교대 방향으로 질주했다. 기존 33단 시마노 변속기에서 12단 스램방식(앞 1단x뒷바퀴 12단)으로 자전거를 바꾼 후 업힐 성능 테스트를 제대로 하게 됐다.

삼막사에서 들려오는 스님들의 관세음보살 불경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하니 페달링이 더욱 힘차게 원을 그린다. 산도 등산 애호가들에게 마약처럼 홀리게 만드는 ‘100명산’이 있듯이 라이더들에게도 질주본능 업힐 본능 ‘마약코스’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안양천과 한강을 한 바퀴 도는 하트코스다. 그리고 그 중간에 삼막사가 있다.

삼막사는 관악산과 붙어 있는 삼성산(461m)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신라 문무왕 때 신라의 원효, 의상, 윤필 대사가 함께 만든 집을 얽고 수도하면서 사람들이 삼성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삼막사 또한 이 세 명의 성인이 이곳에 암자를 짓고 수도하였다 하여 삼막사로 불리게 됐다.

Ⓒ홍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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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의 지류이자 삼막사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삼막천을 따라 좁은 길을 내달리니 왼쪽에 경인교대가 나온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업힐이 시작되는 시작점이다. 음료수 한잔을 마시고 삼막사 업힐을 시작했다. 사실 삼막사 경사도와 업힐 높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라이딩했다. 오르고 올라도 굽이진 길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그리고 오르면 오를수록 급경사가 더욱 가파르다.

다만 숨이 끊어질 듯한 경사도 하나를 오르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완만한 길이 있어서 멈추지 않고 단숨에 오르라는 ‘마약’을 주는 듯 했다. 주변엔 등산하는 사람들이 응원해준다. 내려오는 라이더들도 목례로 응원한다.

변속기는 일찌감치 뒷단 드레일러 톱니바퀴가 50T로 되어 있는 1단 저속으로 놓았지만 앞단의 34T가 기존 자전거보다는 상대적으로 큰 톱니바퀴 원을 그리면서 급경사 구간에서는 다소 힘이 부쳤다. 결국 삼막사로 통하는 9부 능선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자 쉬었다. 안 쉬고 단숨에 오르고자 했는데 쉽지 않았다.

당 보충을 하고 다시 업힐에 나섰다. 잠깐 동안의 휴식이 보약이 됐다. 끝까지 단숨에 오르니 푸른 나무와 숲 사이로 저 멀리 확 트인 광경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홍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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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막사 일주문을 지나 삼막사 중심부로 향하니 천불암이 보였다. 그 안에는 스님의 목탁소리와 관세음보살 불경 외는 소리가 조용한 산사의 적막감을 일깨운다.

삼막사에서 긴 호흡으로 자연과 절을 감상하고 다운힐을 시작했다. 다시 삼막천을 지나 안양천으로 내달리니 업힐을 하면서 몸 안의 묵은 노폐물이 빠져나갔는지 한결 가벼운 느낌이다.

도로변에 자주 가는 허름한 식당에 들러 잔치국수를 먹으려 하니 70대 중반의 사람들이 라이딩을 하다가 잠시 쉬고 있다.

“삼막사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입니다.” “그러면 그 위에 철탑까지 갔나요?” “아뇨, 그 위에 길이 또 있나요” “철탑까지 가야 제대로 오른 건데, 젊은 분들은 MTB로 산길 타고 내려오는데 그걸 보면 무척 부러워요. 이제 우리는 70대 중반이라 못해요.”

아뿔싸! 철탑을 못 가보고 내려온 것이었다.

다음 기회에 단숨에 오르고 싶었는데 오히려 잘 된 기분이었다. 며칠 내로 철탑까지 올라 산길을 타고 내려와야겠다는 생각이다.

“근데 몇 년 타신거에요?” “우리는 30년 탔죠. 저 밑에 땅끝마을부터 안 가본 곳이 없습니다.” 내 고향 당진 이야기를 하자 거기도 제부도를 거쳐 갔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자니 라이딩 연륜이 물씬 묻어난다.

“젊었을 때 많이 돌아다니세요. 자전거 타면서 건강 유지하고 이렇게 친구랑 즐기는 게 큰 낙(樂)입니다.”

그러자 그 옆에 자전거 복장이 아닌 분이 말한다. “나는 마라톤을 즐겨 했는데, 자전거는 뱃살은 안 빠져…뱃살은 달려야 돼.” 옳은 말이다. 자전거의 단점이 뱃살 운동은 잘 안 된다. 조만간 헬스를 하면서 런닝을 병행하려던 참이었다. 대신 자전거는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발달하면서 당뇨나 고혈압 질병을 가진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운동이다. 다음은 하트 코스를 달려보고 싶다. 안양천, 과천, 잠실, 여의도, 안양천 합수부로 한 바퀴를 돌면서 힐링해 보자.

오늘 삼막사 라이딩은 끝이 났다. 중생을 위험으로부터 구제하는 보살로 ‘모든 곳을 살피는 분’ ‘세상의 주인’이라는 뜻을 가진 관세음보살. 천불암에서 관세음보살을 반복하며 염불하던 스님의 목소리가 여전히 귓전에 남아 있다.

▲홍양선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前 대우자동차 홍보실前 홍보대행사 KPR現 홍보대행사 프리스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양선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前 대우자동차 홍보실
前 홍보대행사 KPR
現 홍보대행사 프리스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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