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양선의 두바퀴로 여는 세상 8] “혼자옵서예~” 제주 한 바퀴 하실래요~

홍양선 기자
  • 입력 2019.07.10 10:57
  • 수정 2020.03.2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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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 바꿨다. 분당 페달링 회수(rpm)를 알고 타기 위한 케이던스 속도계도 장만했다. 그런데 시범 라이딩 후 주말 라이딩을 못하고 있으니 온 몸이 근질근질하다. 그래서 지난해 친구들과 함께 했던 제주도 한 바퀴를 소개하면서 위안 삼을까 한다. 지난해 10월 7일부터 9일까지 2박3일간 일정으로 다녀온 ‘제주 한바퀴 라이딩’은 3회에 걸쳐 소개할 생각이다. 올 여름 라이딩으로 제주 한바퀴를 계획하고 있다면 조금이나마 참고가 될 듯하다. 동그란 육지를 에워싸고 있는 에메랄드 빛 푸른 바다를 감상하면서 천혜의 섬 제주로 떠나보자.

Ⓒ홍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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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첫날 라이딩은 용두암~다락쉼터~한림항~협재해수욕장~해거름마을공원~모슬포~송악산~산방산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세상은 둥글다. 사람도 둥글다. 두 바퀴도 둥글다. 그리고 천혜의 섬 제주의 땅과 해안도 둥글다. 그 옆에 8인의 자전거 체인도 둥글다. 그렇게 2박3일간 제주 한 바퀴는 시작됐다.

20대에 군대서 100㎞행군을 많이 해보았지만 나이 50세를 넘어서 240㎞에 이르는 제주 섬을 두 바퀴로 함께 달린다는 것은 설렘 그 자체였다. 7일 아침 8시10분 김포공항을 떠난 비행기는 어느새 제주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일행은 곧바로 자전거를 찾으러 이동했다. 비교적 큰 탈 없이 태풍이 지나간 터라 마음도 가벼웠다.

“내 잔 차는 어디 있는 거지?"

“내 꺼는 여기 있네요. 와~잔 차(자전거의 줄임말) 보니 반갑네~~”

“열흘간 집 안에 잔 차가 없다 보니 그렇게 마음이 허전할 수가 없었는데…”

각자 애지중지하던 자전거를 만나니 다들 상봉의 기쁨에 동공이 확대되면서 2박3일간 펼쳐질 앞날을 생각하며 기대에 찬 눈빛이었다.

8인의 건각이 펼친 팔방미인 대장정(대장 정일섭)은 1팀(정일섭 홍양선 양태식 하영판)과 2팀(김영근 김상호 김민태 한명수)으로 구성, 힘차게 첫 페달을 내딛었다. 첫날 구간은 용두암에서 산방산 아래 숙소까지 시계 반대방향으로 질주하는 것이었다.

Ⓒ홍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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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암에서 출발하여 바닷가를 끼고 달리다보니 8㎞가량 이호 해변이 이어졌다. 낭만적인 분위기의 카페와 해변의 벤치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한참을 달리노라니 도시 생활의 찌든 잡념이 모두 사라진다.

좀 더 해안도로와 접하는 안쪽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달리는 말에 채찍질 하듯 “질주” “질주” 하며 소리치는 후미 대장 소리에 마냥 내달렸다. 첫 스탬프 박스인 다락해변에서 도장을 꽝꽝 찍고 나니 사이버 인증이 자동 작동한다.

앞으로 전국을 모두 누비라는 신호 같았다. 어느새 푸른 바다를 옆에 끼고 돌다 보니 ‘구엄마을’ 돌염전에 다다랐다. 약 400m에 이르는 평평한 암반지대를 이루고 있는데 예전에는 그곳을 ‘소금빌레’라고 불렀다 한다. 1950년대까지 명맥을 유지하였던 곳이다. 돌염전을 뒤로 하고 다시 라이딩 하니 익숙한 곳이 보인다.

한림항이다. 한림항은 제주에서 가장 큰 어장이다. 한림 비양도에서 차귀도에 이르는 어장으로 옥돔, 조기, 갈치 등이 유명하다. 예전에 새벽 위판장을 찾았었는데 제주의 새벽을 여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그때를 생각하니 가락에 맞추어 조기를 터는 어민들의 노래 가락이 귓전에 들려오는 듯했다.

그 유명했던 영광 조기가 모두 이쪽으로 내려온 온 모양이다. 이어 협재해수욕장을 지나는데 바다 위 하늘을 달리는 행글라이더를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우리는 대신 자전거를 머리 위에 들고 저마다 포즈를 취하면서 한껏 소리쳤다. 영판이는 "넘 가볍네~~" 하며 자전거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리며 코웃음을 짓는다.

Ⓒ홍양선
Ⓒ홍양선

한림항의 끝자락 차귀도를 지나니 모슬포 해안이 눈에 들어온다. 모슬포에서 쥐치회를 먹으려 했건만 역시 질주본능에 그만 지나쳐 버렸다. 또 모슬포에 얽힌 역사의 현장을 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냥 지나쳤다.

모슬포의 아픈 역사는 일제에 의해 시작됐다. 태평양전쟁의 전초기지였던 모슬포는 일본군의 침략전쟁에 필요한 군수물품 제작에 활용되는 등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해방 후에는 또 다시 미군정의 손아귀에 들어가면서 아픈 역사는 계속됐다. 이어진 6.25전쟁 때에는 입대를 위한 훈련소 역할을 하던 곳이다. 아쉬움 속에 언덕길을 힘차게 내딛는데 저 멀리 해병대 기지가 보인다.

여전히 군사 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 한 바퀴 중 가장 아쉬운 부분이 모슬포항을 엉겁결에 지나친 것이었다. 나의 아버지도 6.25때 이곳에서 훈련병 생활을 마치고 전선에 배치됐었다. 아직도 가시지 않은 상처를 갖고 있는 모슬포항은 치유의 시간이 필요한 제주의 역사다.

Ⓒ홍양선
Ⓒ홍양선

어느새 해가 저 멀리 서쪽의 제주 바다 속으로 풍덩 들어갈 태세다. 송악산 언덕길에 오르니 석양빛이 첫날 라이딩에 지친 피곤한 몸을 위로해 준다.

 “와~~오늘 해냈다. 다 왔어~저기 산방산 숙소 보이잖아….”

“제주 한 바퀴의 기쁨이 바로 요런 맛이구먼~”

저마다 자축하며 아예 잔디밭에 드러누워 지친 다리를 어루만진다. 이렇게 시작된 제주 한바퀴 첫 날 라이딩을 무사히 마쳤다. 이어진 저녁엔 제주 흑돼지 고기를 맘껏 흡입하며 하루의 여정을 되새기면서 서로를 자축했다.

"역시 제주 흑 돼지네~~”

▲홍양선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前 대우자동차 홍보실前 홍보대행사 KPR現 홍보대행사 프리스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양선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前 대우자동차 홍보실
前 홍보대행사 KPR
現 홍보대행사 프리스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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