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양선의 두바퀴로 여는 세상 9] 제주 한바퀴 2일차 ‘햇살과 바람 동무삼아’

홍양선 기자
  • 입력 2019.07.18 11:30
  • 수정 2020.03.2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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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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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바퀴’ 둘째 날이다. 간밤에 드르릉하는 탱크 소리에 잠을 약간 설치고 아침을 맞았다. 산방산 기슭으로 비춰 오는 아침 햇살이 무척이나 힘차 보였다. 오늘은 산방산-중문-법환바당-서귀포항-쇠소깍-표선해변-성산포 코스로 정했다. 다시 출발이다.

이번 코스는 업힐과 다운힐이 많아서 좀 어려울 것이라는 말에 약간 긴장하면서도 숨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짜릿한 맛은 있겠구나 하면서 내달렸다.

조금 지나다보니 서귀포 중문단지에 다다랐다. 제주 여행하면 단골코스가 중문 주상절리다.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지표면에 흘러내리면서 식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규칙적인 균열이 생겨 형성된 게 주상절리다.

Ⓒ홍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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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육각형일까? 하는 궁금증에 알아보니 표면부터 용암이 식을 때 균열이 육각형 모양으로 형성되고 점점 깊은 곳으로 식어가면서 균열은 큰 기둥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주상절리를 감상하고 나오는데 전복과 해삼을 파는 노점상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전복회 한 점씩 하고 나오는데 이번엔 감귤을 파는 제주 아주머니가 부른다. “어이 잔차 부대 귤도 좀 사줘요?” 만원으로 햇귤 맛을 느끼며 다음 행선지로 페달을 내딛었다.

도로 주변 농장에는 감귤이 주렁주렁 달렸고 아직은 파란 빛이 더 많았다. 요리조리 굴곡진 길을 돌아가는 느낌이 좋다. 날씨는 여느 여름날처럼 쨍하다. 코끝에 느껴지는 바다 바람이 에너지를 돋우어 준다.

30km정도를 내달리니 법환바당 인증센터가 나온다. 왜 바당일까? 물으니 동네 아저씨가 “바당은 바다, 포구여... 여기가 법환 마을의 포구란 말이지” 저 멀리 있는 섬은 뭐죠? “그 건 범섬이고...” “아하~~~”

잔잔한 마을을 돌아 해안가를 달리는데, 어딘 선가 한 여인이 나타났다. 나이가 50은 넘어 보이는데 전국은 물론, 세계를 자전거로 다 돌았다며 지쳐 보이는 우리 팀을 보고 안쓰러워하는 눈치다.

날쌔게 질주하는 모습이 마치 야생마 같았다. “저 여인도 저렇게 달리는데... 자 자 이제부터다! 허벅지 근육 키우자.”하면서 서로를 위로 했다. 그 여인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보니 어느새 태양은 등을 떠밀어 주듯이 등 뒤에서 비추고 있었다.

쇠소깍에서 인증도장을 꽝꽝 찍고 언덕길을 오르는데 언덕길 옆 쇠소깍은 물이 말라서 기암괴석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언덕을 넘어 내달리다가 중간에 멋진 ‘체리펜션’에서 잠시 쉬었다. 펜션 앞으로 쫙 펼쳐진 넓은 바다가 시야를 사로잡았다. 다음엔 그림 같은 체리펜션에서 한번 묵어보자 맘먹었다.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보니 세상을 다 가진 듯하다. ‘잔차가 이런 맛이구나. 네 바퀴로 하는 드라이브는 이런 맛을 못 느끼는데 투트랙 라이딩만이 느낄 수 있는 투트랙 특권이구나.’ 생각했다.

Ⓒ홍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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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한이의 색소폰 연주에 맞춰 흥을 돋은 후 우리는 다시 표선 해비치 해변까지 질주했다. 해비치란 해가 비친다는 의미다. 3년 전에 가족여행으로 온 표선 해변에서 해수욕하던 생각이 났다. 우리 일행은 여기서 잠시 포토타임을 갖고 다시 내달렸다.

저 멀리 성산포가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온다. 해는 점점 서쪽으로 기울어 광치기 해변을 뒤로 하고 두바퀴를 비추고 있다. 석양의 라이딩은 또 다른 운치가 있다. 쟁반을 받치고 있는 듯 사다리꼴 모양의 성산일출봉이 점차 크게 보인다. 숙소가 바로 그 밑에 있다 보니 고단한 무릎통증이 어느새 사라진다.

아무래도 오늘 저녁도 흑돼지로 영양 보충을 해야 할 판이다. 정상 분화구의 가장 자리가 성벽처럼 보인다 해서 城山(성산)이요 일출이 아름답다해서 성산일출봉이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출을 보기로 했다. 몇 년 만에 일출을 보게 되는지 모를 정도로 일출광경을 보았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홍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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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코스는 정말 힘들었다. 업앤다운힐이 반복돼서 그런 듯하다. 해는 이미 저 멀리 제주 바다 속에 잠겼다. 어둑어둑한 길을 라이터에 의존하고 마침내 두 번째 숙소에 닿았다. 8명이 한방에 써야 하는 게스트하우스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에게 가장 맛있는 흑돼지 식당을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금박돈’을 알려준다.

지금까지 먹어본 흑돼지 중에서 가장 맛난 집이었다. 연탄불에 직접 구워 주니 고기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흑돼지에 소주 한잔 걸치니 하루의 피로가 싸~악 달아나는 기분이다.

이렇게 ‘제주 한 바퀴’는 3분의2를 돌면서 또 하루가 지나갔다.

“내일은 일출이다~~”

▲홍양선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前 대우자동차 홍보실前 홍보대행사 KPR現 홍보대행사 프리스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양선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前 대우자동차 홍보실
前 홍보대행사 KPR
現 홍보대행사 프리스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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