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고독사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죽음과 장례의 의미를 묻는다’

박애경
  • 입력 2019.07.2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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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니 미도리의 신간 ‘죽음과 장례의 의미를 묻는다’

【이모작뉴스 박애경 기자】 고령화 사회로의 질주와 함께 1인 가구 증가 역시 속도를 같이한다. 독거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고독사 문제는 우리 사회가 심도 있게 들여다 봐야할 키워드가 됐다. 개인과 사회가 고독사 문제를 어떻게 대비해 가야하는지 25년간 죽음과 관련된 연구를 해온 고타니 미도리 일본시니어생활문화연구소 소장의 신간 <죽음과 장례의 의미를 묻는다>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장례식과 묘, 죽음을 맞는 방법 등을 제시하고, 모두가 안심하고 죽을 수 있는 사회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안한다.

새롭게 주목받는 장례식과 묘의 다양한 풍경

죽음을 맞는 모습부터 사후의 의례까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죽음을 둘러싼 풍경이 변화한다. 저자 고타니 미도리는 초고령국가 일본에서 고독사는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혼이나 사별, 평생 결혼하지 않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혼자서 죽음을 맞는 고령자가 빠르게 늘어나, 이제는 한 개인이 가족에게 둘러싸여 죽음을 맞는 모습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장례식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최근 일본의 장례식은 규모가 작아지고 가족과 가까운 친족만으로 간소하게 치르는 가족장이 늘고 있으며, 장례식 없이 가족들끼리 하룻밤을 지내고 곧바로 화장을 하는 직장(直葬)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오랜 기간 가족과의 교류가 단절되어 혼자서 쓸쓸히 죽음을 맞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 가족이나 친족 등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연고자가 있어도 장례나 유골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경우에 발생하는 사후 처리 비용으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도 문제이다. 그리고 묘를 돌봐줄 자손이 없거나 평생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아무도 돌보지 않는 무연묘가 급증하는 것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

한편, 예전에는 고인이 살아온 기념으로서 유족에 의해 묘를 세우는 일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죽은 후에는 이 세상에 살았던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영국과 스웨덴의 자연묘지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환경을 고려해 개별 묘석을 세우지 않는 익명의 묘를 지향해 왔다고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가족이나 자산의 유무, 생전의 공적에 관계없이 철저하게 죽은 자의 평등성을 중시하는 묘라고 설명한다.

누구도 고독사하지 않는 사회를 모색하다

자신의 장례식과 묘를 생전에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5년간의 현장 조사에서 여러 사람들의 노화와 죽음을 보아온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노화와 죽음 등의 미래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보다 사람들과의 관계이다. 저자가 관찰한 바로는 고인에게 자녀가 있는지, 재산이 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가 인생의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저자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더는 데에는 주변 사람들과 얼마만큼 친분을 맺어왔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혈연을 초월한 공동묘나 고령자주택 등 새로운 공동성 안에서 노화나 죽음을 서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논한다.

저자는 또한 사람이 육체적으로 죽음에 이르더라도 주변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 사회적 삶을 이어갈 수도 있다고 말하며, 반대로 살아 있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증가하는 현실에 우려를 표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독사와 무연묘를 방지하는 한 방안으로 각 지자체에서 전개하는 다양한 활동을 소개했다.

예를 들어, 독거 고령자가 저렴한 가격으로 생전에 장의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합동묘나 합동 납골당을 신설하는 곳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또한 시민단체나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합동묘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한 예로 고령자 생활협동조합에서는 고령자가 지역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다양한 교류 모임을 만들고, 합동묘를 조성해 사후에도 회원들이 같은 묘에 들어가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회원끼리 정기적으로 만나 친목을 도모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동료 회원을 추모하는 행사도 연다. 이러한 방식은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고독사와 무연묘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다.

이처럼 앞으로 일본의 장례문화에서는 허례나 체면 요소가 점점 약화되는 한편, 혈연을 넘어선 여러 사람들이 연대와 협력에 기초해 함께 묘에 들어가는 형태의 공동묘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이 책은 고독사 시대에 빠르게 변화하는 일본의 장례문화를 분석하여 죽음과 장례의 의미를 고찰한다. 이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따라 고독사와 무연묘 등의 문제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에도 그에 대비한 적극적인 논의가 전개될 수 있도록 많은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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