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영화스타일’이 궁금하면,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

박애경 기자
  • 입력 2018.08.30 13:22
  • 수정 2019.04.1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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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간의 평화교류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면서 세간의 관심이 북한에 쏠리고 있다. 신비(?)에 가까울 만큼 폐쇄적인 북한의 문화와 생활에 대해 많은 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과 귀를 곤두세운다. 이들의 눈과 귀, 그리고 가슴을 채워줄 혁명적 코믹 어드벤처 영화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다. 남북 간 화해의 물고가 트이지 않았다면 어쩌면 만나기 힘든 영화이지 싶다.

오는 9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 Aim High in Creation!>는 선전영화를 만들기 위해 평양으로 간 호주 영화감독 안나가 북한을 대표하는 영화인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코믹 어드벤처이다.

영화는 주인공 안나가 살고 있는 시드니에 거대 다국적 기업들의 탄층 가스 채굴이 시작되자, 가족과 마을을 지키기 위해 선전영화를 제작하기로 결심하고 북한으로 향하는 안나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왜 선전영화이며, 왜 북한인지 그 배경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안나는 자신의 딸이 뛰어노는 시드니 파크에서 환경을 파괴하는 탄층 가스 시추가 진행된다는 소식에 다른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큰 충격을 받았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대규모 집회와 시위에도 참여해봤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그러던 중, 안나는 몇 해 전 평양에 다녀온 친구로부터 선물 받았던 한 권의 책을 떠올린다. 김정일이 1987년에 쓴 ‘영화와 연출’이란 책이다. 이 책에는 완벽한 선전영화를 만드는 세세하고 직관적인 김정일의 지침과 자본주의에 맞서는 그의 사명은 물론,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그의 애정이 담겼다. 안나는 즉각 매료됐다. 안나에게는 탄층 가스야말로 자본주의 최악의 사례였으며, 돈에 눈이 먼 다국적 기업들이야말로 김정일 스타일 선전영화에 등장하는 완벽한 적이었던 것이다.

특히, ‘감독은 인민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 받은 독립적인 예술가이며 창조적 사령관’이라고 명시된 부분을 읽는 순간, 안나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영화감독으로서 강력한 선전영화를 만들어 이를 통해 시드니 파크의 가스 채굴을 막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많은 환경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어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했지만, 직설적이고 투쟁적인 다큐멘터리들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는 사실 또한 안나에게 영향을 끼쳤다. 마침내 안나는 라스 폰 트리에의 <다섯 개의 장애물>과 <미스 리틀 선샤인> 같은 극영화에 영감을 받아 호주 감독과 배우들이 모여 김정일 규칙에 따른 북한식 단편 선전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주제는 물론 탄층 가스개발을 막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결심은 행동으로 옮겨졌다. 우여곡절 끝에 안나는 서구 영화인 최초로 북한 영화산업 전반에 관한 촬영 허가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선전영화를 만드는 평양 최고의 영화인들을 직접 만나 그들만의 영화제작 기법을 전수 받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시드니의 환경 문제와 자신의 사연을 이해하고 공감해준 북한 대표 영화인들과의 교감을 통해 ‘어디에 살든 어떤 체제 아래에 있든 영화인은 모두 한 가족’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여성감독 안나 브로이노스키의 좌충우돌 평양 영화계 모험을 그린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는 사회문제에 관해 새롭고 기발한 접근과 시도를 했다는 평을 받는다.

영화를 통해 북한의 영화산업과 문화 그리고 체제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갈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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