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의 밑줄긋기 47] 나의 추석 달은 백동전 같이 눈부시다

박명기 기자
  • 입력 2019.09.0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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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 내

좀 더 환해지기를

-이해인 시 <달빛 기도1>에서

두둥실 추석 보름달에 두툼한 리스트를 펼쳐 소원을 빌어보자 / 사진=한국천문연구원 페이스북
두둥실 추석 보름달에 두툼한 리스트를 펼쳐 소원을 빌어보자 / 사진=한국천문연구원 페이스북

안팎으로 팍팍한 시절이다. 살림살이뿐 아니라 마음살이도 여간 힘들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간절하다. 며칠 지나면 한가위다. 제대로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지만, 두둥실 보름달을 보고 빌고 싶은 소원 리스트는 두툼하기만 하다.

 

■ 나의 추석 달은 백동전 같이 눈부신 이마를 번쩍인다

한국인에게 추석은 설과 함께 민족 최대 명절이다. 추석에는 가족이 고향집에서 다함께 만나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곡식, 햇과일 등으로 음식을 장만하여 차례를 지낸다.

하지만 최근 세태는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한 조사에 따르면 차례상 차리는 집이 71%에 불과했다. 모두 핵가족 급속화와 1인 가구 증가(2017년 28.6%) 때문이리라.

어떤 이들은 “추석도 그냥 연휴의 하나일 뿐”이라며 ‘추석귀성길’보다 해외여행길을 선택한다. 해마다 명절 이후 부부싸움, 가족갈등으로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통계는 단골뉴스다.

시인 문정희는 ‘나의 추석 달은 백동전 같이 눈부신 이마를 번쩍이며 밤 깊도록 그리운 얘기를 나누고 싶다’(시 <추석 달을 보며>)라고 시로 읊었다.

그렇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옛말을 떠올려보는 날이 추석이다.

올 추석에도 반가운 가족들과 함께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어보자. 그리고 빙 둘러 앉아 도란도란 밤 깊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자. 성큼 다가선 가을, 명절 핑계로 아름다운 고향 가을 풍경을 함께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문정희 시 속처럼 올 추석에는 ‘헤어져 그리운 얼굴들 곁으로 가을처럼 곱게 다가서고 싶다’.

 

추석에는 가족이 다함께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과 음식으로 차례를 지낸다 / 사진=박명기
추석에는 가족이 다함께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과 음식으로 차례를 지낸다 / 사진=박명기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보름달이 아니라도 누구나 달이 뜨면 신이 난다. 김용택은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부분)라고 쓴 바 있다.

정호승도 ‘나도 지금 너를 사랑하는 보름달이 되어 천 개의 강물 위에 천 개의 달이 되어 떠 있다’(시 <보름달> 부분)고 읊었다.

전체 가구 중 열에 셋이 일인가구다. 성인 다섯 중 하나는 ‘나홀로 추석’을 쇠는 ‘혼명족(혼자 명절을 보내는 이들)이다. 여기에다 외면할 수 없는 명절풍속도도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45%-아르바이트생 64%이 추석 연휴에도 출근해 일한다고 답했다.

달보고 소원을 빌어보자 / 사진=엔씨소프트
달보고 소원을 빌어보자 / 사진=엔씨소프트

추석 날 천 개의 강물에는 천 개의 보름달이 뜬다. 달은 하나지만 보는 사람이 천 개라는 뜻이다. 집에 대한 그리움은 같지만, 각각 다른 방식으로 추석을 쇤다.

해피 추석! 올 추석 달에게 소원을 빌고 난 이후, 멀리 있는 그리운 이들에게 전화 한 통씩 걸어주면 어떨지. 김용택 시 속처럼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들에게 ‘달이 떴다’고 전화 한 통씩 걸어주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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