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Pre-View②] ‘이장移葬’ 가부장제 모순과 가족의 의미 담아내

박애경 기자
  • 입력 2020.02.2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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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디스토리 제공
사진=인디스토리 제공

【이모작뉴스 박애경 기자】 사회가 다양화와 다변화를 겪으면서 가족의 형태도 이전과는 다르다. 대체로 가족은 혈연, 혼인, 입양, 친분 등으로 관계되어 일상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들의 공동체 또는 그 구성원을 말한다. 구성원이 많은 대가족 형태에서 부부중심의 핵가족 형태로 바뀌더니, 지금은 비혼 등으로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공동체에서의 따뜻한 교감보다는 건조한 개인화가 사회를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늦추려 정승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16년 <새들이 돌아오는 시간>, 2017년 <순환소수>라는 단편영화로 한국사회의 가족상을 꾸준히 탐구하며 스크린에 담아낸 정승오 감독이 이번에는 장편 데뷔작 <이장移葬>이라는 영화에서 공동체만이 할 수 있는 따뜻한 교감을 그려냈다.

정 감독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의도는 한국 사회에 깊이 박힌 ‘가부장제’에 대한 도전과 결별이다. 정 감독은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제사의식에서 남성중심의 가부장제로 인해 여성들이 차별받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생각했다. 성별에 상관없이 함께 마음을 나누고 보듬는 것이 진정한 가족이라는 그의 신념에서다.

이야기는 살림밑천 장녀 ‘혜영’, 믿을 건 돈이라고 외치는 둘째 ‘금옥’, 결혼을 앞둔 참견의 여왕 ‘금희’, 아무도 못 말리는 돌직구 ‘혜연’, 귀하게 얻은 막둥이 아들 ‘승락’, 다섯 남매가 아버지 묘를 이장하기 위해 큰아버지 집에 모이면서 이어지는 에피소드다.

‘아버지 묘 이장’을 둘러싸고 드러나는 가부장제적 사고의 모순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가족 구성원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따뜻함도 스크린에 담았다.

어린 시절을 함께 부대끼며 기억을 나누었던 5남매는 각각의 삶에 치여 서로를 바라볼 수 없었다. 싱글맘인 장녀 혜영은 육아휴직과 동시에 퇴사 권고를 받게 되고, 둘째 금옥은 경제적 형편은 괜찮지만 남편의 바람으로 힘들어한다. 결혼을 앞둔 셋째 금희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고, 10년째 대학생인 넷째 혜연과 유일한 아들이라 항상 VIP대접을 받는 막내 승낙은 나름의 고민으로 인해 각각 잠재적 분노와 무기력을 품고 산다.

영화는 이러한 5남매의 이러한 응어리진 속내를 아버지 묘 이장을 모티브로 분출시키고, 마침내 서로의 체온으로 녹여내 치유하게 한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가족 이야기가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무겁지 않게 터치되면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야기를 이끄는 인물은 영화 〈고갈〉에서 거칠고 강렬한 감정 연기를 펼쳤던 장리우, 영화 <곡성>에서 병규처 역을 맡았던 이선희, <82년생 김지영>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공민정, 극단 연기로 내공을 쌓은 윤금선아, 그리고 독립영화계 대세 곽민규 등이다.

한편 영화 <이장>은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CGV아트하우스상 창작지원상, 제35회 바르샤바 국제영화제 신인감독경쟁 대상 & 넷팩상 수상, 제8회 바스타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대상, 제7회 인천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북미의 아시아 영화 전문 매체인 AMP(Asian Movie Pulse) 선정 올해의 아시아 영화 TOP 25에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는 3월 5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잠정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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