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이다③] 금오도 기행 2···현지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여행

윤재훈 기자
  • 입력 2020.04.20 11:53
  • 수정 2021.09.17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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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 기행 현지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여행

<서울 서부 50+센터 인생학교> 시니어들과 떠난 여행 (촬영=윤재훈 기자)

(금오도에서 안도로 넘어가는 '안도대교')
(금오도에서 안도로 넘어가는 '안도대교')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러지지 않았고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 때 비로소 무엇인가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 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 진정한 여행(A True Travel), 나짐 하지메크

“오마, 어쩌까 잉,
거가 뭐 볼 것 있다고,
온 사람마다 다 그리가까, 잉.
참말로, 이상하네.”

금오도에서 다리를 건너 안도로 넘어와 여장을 풀었다. 오늘 우리가 잘 동고지 마을의 민박집 아주머니의 순한 눈매와 다정한 전라도 사투리를 뒤로 하고, 우리는 해가 지기 전에 이 섬의 명물인 <글 쓴 바위>로 향했다.

('글 쓴 바위'에 남아있는 희미한 글씨들)
('글 쓴 바위'에 남아있는 희미한 글씨들)

구름 낀 바다는 낙조 사이에 아득한데,
눈 뚫린 어느 곳에 봉래산을 찾겠는가?
장건의 뗏목 길은 그대로 많이 막혔으며,
서불의 다락배는 오래도록 돌아오지 못하였네.
가을바람은 백발을 속이기 쉬운데,
신선의 음식도 홍안을 빌리기는 어렵구나….

 진시황을 명을 받아 동남동녀(童男童女) 3천명을 거느리고 장생불사의 약을 찾아 나선, 아니면 돈키호테 같았을 사내, 서불(徐市). 그가 우리나라를 찾아 왔었다는 기록은 서귀포 바닷가를 비롯하여 곳곳에 남아있다. 꽃다운 아이들 3천 명 씩이나 실고 어떻게 이 세계의 바다를 떠돌았을까? 그들의 노랫소리와 삐걱 이는 노 젓은 소리가 금오도 바다에 들려올 듯하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금오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절벽을 채 다 올라오기도 전에, 봄 땅을 뚫고 올라오는 달롱게(달래)가 아주머니들의 발걸음을 잡고 있다.

그 옛날 아랑처녀의 전설이라도 깃들여 있을 것 같은, 섬사람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이어왔을 <아라 우물>. 어떤 날은 달이 빠져있고 또 어떤 날은 동네 처녀들의 말간 낯을 비쳐주고, 선한 사람들 목숨 줄도 이어주며, 아들 낳고 딸 낳고 그렇게 오순도순 외로운 삶들을 유지해 왔을 샘터.

 “소주 두 병만 사갔고 오지
 글면 나가 돈 준 것디,”

 할머니는 많이 서운한지 그 소리를 몇 번이나 연발한다.
 그분을 뒤에 두고 오는 발걸음이 쉬,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도 잘 계시려나.

(숙소 아저씨, 어촌계장)

낮잠을 자다가 봉변이라도 당했을까? 얼마다 어족이 풍부하면 족히 50센티는 넘을 것 같은 감성돔을 수달이 삼분의 일쯤이나 먹다 버리고 갔다. 낚시꾼이 곁은 지나다 이 광경을 보면, 족히 한나절쯤은 앉아서 낚싯대를 던질 것 같다.

수천 년 이 바닷가에 서 있었어요
때로는 너무 외로워 떠나려고도 했어요
그러다 한 해 두 해 세월이 가고
피붙이들 하나 둘 태어나니
영, 못 떠나겠더라고요


이제는 절벽 위 단단히 뿌리박고
아예, 이 바닷가 지키며 살아요


그대도 살다가 영 지치는 날이 오거든
어느 날 행여,
이 초록별을 떠나고 싶은 날이라도 오거든
그때는 주저 말고 이 바닷가로 오세요


저 절벽 아래
억 년을 소용돌이치는 갯물처럼
동백꽃 환하게 꽃등을 밝히고
당신을 기다릴게요

     -금오도 동백(冬柏), 윤재훈

3코스 동백꽃 터널 왼쪽으로는 계속해서 청옥 빛의 바다가 보인다.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智者樂水),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한다”라고 하는데, 우리는 오늘 산과 물을 다 보았으니 다시 지상으로 내려가면 그만큼 선한 일을 많이 하며 살아야겠다.

(서울 50+ 서부센터, 인생학교 급우들)
(서울 50+ 서부센터, 인생학교 급우들)

섬에서 가장 높은 듯한 <사다리통 전망대>, 우리는 창망한 바다를 바라보며 속세에서 좁혀졌던 마음들을 맘껏 넓혀, 한 일 년 정도는 넉넉하게 살 것 같다. 저마다의 얼굴에는 그 다짐이라도 하듯 한껏 밝은 표정에 마음까지 시원하다.

이 바닷가 참꽃이 머물 때 온다더니
뭍으로 나간 뒤 소식이 없다
진홍빛 울음 같던 붉은 순정으로
내 가슴 속 몰려와 소용돌이치더니
한 번 간 뒤 영, 끓어졌다

오늘도 부둣가에 여객선은 떠나고
사람들 몇
낯선 가방을 들고 돌아오는데,

나는 절벽가, 시누대처럼 서
외로운 것들끼리 쓰르락, 쓰르락
해풍에 몸을 비비며,
낡아가고 있다

그러다 몰려오는 파도를
온 몸으로 받으며
한 바다 돌아오는 바람을 만난다
- 참꽃 필 무렵, 윤재훈

툭, 툭 떨어지는 동백꽃들을 주어 하트를 만든 순한 여심(女心),
밀고 끌고, 서로 도와가면 마지막 동백꽃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제는 여수에서 사신다는 나이 든 어머니와 둘이서, 우리에게 두 끼의 식사를 지어준 어촌계장. 못내 아쉬운지 동구 밖까지 나와서 우리를 배웅해 준다.
문득 잃어버린 것들이 그립다. “친구들 고등학교 갈 때 나는 해풍과 함께 이 바닷가에서 살았어요,” 헛헛한 그의 웃음에 문득 고향친구가 생각난다.

3코스가 끝나는 지점에 자리 잡은 포구, 바닷물은 빠져나가고 목선만 저희들끼리 낡아가고 있다

“그는 누구일까? 아마 꽃인 모양이다.”

봄날이라도 바닷바람은 차다. <서울 50+ 서부센터, 인생학교> 팀들의 여행에 대한 기대를 들어보았다

50이후 보다 의미 있고 준비된 여가로서의 여행 활동을 희망한다.

나는 그동안 어떻게 살았고 앞으로 어떤 삶의 기획을 하고 살 건지,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여행이 주는 혜택은 바로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어 즐거웠다.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知者樂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둘이 합해진 사람들이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경험의 동년배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트래블러스맵 오택진 팀장에게 <공정여행>에 대한 평소에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공정여행이란 비용의 효율성을 따지기 위해 획일화 되어있는 단체 여행과는 차별화된 형태이다. 가치 주제를 같이 하는 소수 사람들과의 여행모임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연 친화, 인간 친화, 현지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여행이다.

또한 여행에서 우리가 쓰는 돈은 여행 현지 주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의 특징도 있다. 그것이 지역을 살리는 일이라 생각한다. 저렴한 여행을 위한 대규모집단의 여행보다는 정말 마음 맞는 사람들과 관계에서 오는 행복을 느끼며 다녀올 수 있는 여행상품을 만들어보고 체험해보는 기회를 많이 가져보고 싶다. 여행소비시장에서의 소비자 욕구도 그런 형태의 여행들을 요구하고 있다. 여행기획자란, 아주 크게 거창하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정말 원하고 즐길 수 있고, 의미 있는 여행을 만들어가는 그런 기획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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