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일깨우는 소중한 우리말 사전 ‘말모이’

박애경 기자
  • 입력 2019.01.0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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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속에서 우리말을 지켜내려는 이들의 의지가 담긴 감동이야기, 영화 <말모이>가 오는 9일 개봉된다.

‘말모이’는 주시경 선생 등이 1910년 무렵 조선 광문회에서 편찬하다 끝내지 못한 최초의 우리말 사전이다. 훗날 조선말 큰 사전의 모태가 된 ‘말모이’는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자, 영화에서는 사전을 만들기 위해 일본의 탄압을 피해가면서 우리말을 모으는 비밀작전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비밀작전의 중심에는 일자무식 까막눈 ‘판수’ 역의 유해진과 유학물 먹은 유력 친일파 아들 ‘정환’ 역의 윤계상이 있다.

유해진과 윤계상의 첫 만남은 유해진(판수)이 아들의 밀린 월사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선어학회 대표 윤계상(정환)의 가방을 훔치면서 시작된다. 출신 배경과 삶의 모습 등 모든 것이 극과 극인 두 사람이 마음을 합해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한 동지로 변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나라사랑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친구이자 형제들을 만나게 된다.

까막눈 유해진(판수)이 어떻게 우리말과 글의 소중함에 눈을 뜨게 되는지, 그를 생각 없는 전과자로 취급하던 지식인 윤계상(정환)이 어떻게 그와 뜻을 합하게 되는지. 당연한 듯 쓰고 있는 우리말이 어떻게 누구에 의해 지켜질 수 있었는지, 영화 <말모이>는 판수와 정환, 그리고 조선어학회 회원들에서 시작해 말과 글을 지키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라 믿고 일제의 탄압을 피해 ‘말모이’에 동참한 전국 각처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조선어학회의 어른이자 열린 마음의 소유자 조갑윤 선생 역의 김홍파, 술과 동료를 사랑하는 시인 임동익 역의 우현, 학회 기관지인 잡지책 ‘한글’ 기자로 원칙주의자인 박훈 역의 김태훈, 학회의 비밀 사무실이 있는 ‘문당책방’의 주인이자 강단 있는 회원 구자영 역의 김선영, 형무소에 갇힌 아내를 사랑하는 학회 막내 민우철 역의 민진웅까지. ‘말모이’의 큰 축인 조선어학회의 회원들의 무게감 있는 신념이 영화의 틈을 꽉꽉 채운다.

탄탄한 연기력과 남다른 개성을 지닌 유해진과 윤계상을 비롯해 김홍파, 우현, 김태훈, 김선영, 민진웅 등 연기파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영화 <말모이>를 통해 우리말의 소중함을 깨닫기를 바라본다.

영화 <말모이>는 <택시운전사> 각본을 통해 시대의 비극, 그 한복판으로 가게 된 평범한 한 사람의 선택과 각성의 드라마를 흥미롭게 그려낸 바 있는 엄유나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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