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건희의 산책길⑫] 따뜻한 인간애 다룬 우화적 휴먼코미디 ‘동굴가족’

천건희 기자
  • 입력 2020.10.20 21:18
  • 수정 2020.10.2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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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악극회의 세계명작시리즈 아홉번째 공연
- 11월 1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

사진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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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가 되면서 공연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은 ‘Show Must Go On!’을 신념으로 새로운 연극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다. 이러한 열정이 진하게 묻어있는 연극 한편을 지난 10월 18일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관람했다. 바로 극단 <관악극회>의 세계명작시리즈 아홉 번째 공연으로 대학로 초연인 <동굴가족> 이다.

사진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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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나무들과 빨간색 벽돌의 아르코 미술관이 가을 햇살을 받으며 여전히 정겹게 서 있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은 언제나 나에겐 쉼터 같은 공간이다. 코로나19 여파 때문인지 공원 광장은 마로니에 예술공간에서 대학로 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날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다. 언제나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고 관객의 환호성이 있던 야외공연장은 유튜브 실황중계를 겸한 ‘랜선 라이브’로 대학로 문화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환호성 대신 대형화면에 담긴 음악만이 공원에 울려 퍼졌다.

사진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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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동굴가족>은 철거가 임박한 뉴욕의 한 낡은 극장에 함께 살게 된 전직 배우 출신 노숙자들의 품격과 자존심을 담은 아름답고 우화적인 휴먼코미디다.

예술감독에 주인공 역까지 맡은 연극인 이순재 선생님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품위와 유머를 잃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며 한 가족처럼 살아가는 아름답고 따뜻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닥친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갈 것인가 그 답을 찾아보고 싶다”며 <동굴가족> 작품의 의미를 소개했다.

사진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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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배우였던 노숙자들은 서로를 ‘왕’, ‘여왕’, ‘공작’ 등으로 부르며 연기훈련을 하면서 현재의 절망을 극복하고, 난방시설 중단으로 맞닥뜨린 추위를 기차놀이를 하면서 서로의 체온으로 녹이며 버텨낸다.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낯선 사람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침대와 먹을 것을 나눈다.

최종률 연출가의 말처럼, 최악의 상황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며 인간애를 지킨 그들에게 동굴은 ‘궁전’이 되고 극장은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의 행복한 놀이터가 되었다.

사진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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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관악극회>는 대학 연극회 출신 연극인들이 2011년 창단한 극단으로, 그동안 동서양의 고전 명작 희곡들을 8회에 걸쳐 무대에 올렸다. 이번 <동굴가족>은 아홉 번째 공연이다. 사회적 주제를 다룬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공연예술계에 새로운 기풍을 조성하고자 노력하는 <관악극회>의 열 번째 공연이 벌써 기다려진다.

짧아진 해로 차가워진 바람은 무대 위의 따뜻한 바람으로 사라졌다. 이 작품을 쓴 희곡 작가, 윌리엄 써로연(William Saroyan)이 남긴 말이 내내 마음에 남는다.

“당신이 살아가는 동안 – 그 놀라운 시간동안 비참함과 슬픔을 보태지 말고,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쁨과 신비에 미소 지으며 사십시오.”

연극 <동굴가족>은 오는 11월 1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사진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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