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작뉴스 김지수 기자] 코로나 이후 인천공항 하루 이용객이 1년 전과 비교해 봤을 때 23만 명에서 7천 명으로 급감했다. 약 30분의 1수준이다. 마스크 속에 갇혀 대화하는 것조차도 어려운 요즘 해외여행을 계획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이런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수 있는 전시가 있다.
바로 ‘여행 갈까요’ 전시이다. 여행이 낯설어진 요즘 간접적으로나마 여행을 즐기게 해주는 뚝섬미술관에 지난 11월 4일 다녀왔다.
전시장에 들어가는 입구부터 마치 공항을 연상시키는 느낌을 준다. 실제로 순간 미술관이 아닌 실제 공항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끔, 비행기를 탑승하는 것으로부터 전시가 시작된다. 여행을 떠나기 전 공항에서의 느낌과 설렘을 가지고 전시를 볼 수 있는 점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들어가자마자 보인 것은 비행기 좌석이었고, 옆에는 창문에 하늘의 구름 사진을 붙여놨다. 실제로 세 개의 창문 각각 다른 하늘 모습이다. 똑같을 순 없어도 비슷한 느낌을 받아 여행 전 설렘을 증폭시키기엔 성공적이다.
전시 한편에는 마치 피서를 온 듯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옆에 걸려있는 작품의 분위기까지 찰떡궁합이다. 쌀쌀하다 못해 추워지는 요즘, 당장이라도 따듯하고 고요한 바다로 떠나고 싶게 만든다. 옆에 배치돼있는 선인장과 오두막처럼 생긴 파라솔이 무더운 휴양지로 온 것 같은 느낌을 더해주고 있다. 해당 작품을 그린 황다연 작가는 ‘삭막한 현실에서 오는 불안감, 바쁘게 살아가는 지금. 여유와 휴식이 되는 파라다이스를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요?’라는 문구로 작품을 소개했다.
차일만 작가는 프랑스 파리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그렸다. 파리의 거리 사진과 죽기 전 꼭 봐야 할 버킷리스트 중 한 곳이라는 몽생미셸의 모습을 담아냈다. 본인 또한 인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곳인지라 더욱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올해 초인 1월, 실제로 직접 다녀왔는데 꿈에 그리던 곳을 눈앞에 두고 있었을 때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밝을 때 봐도 멋지지만 해가 지고 성 안에 있는 조명이 들어왔을 때의 모습이란.. 모든 걸 다 잊게 만들어주는 장면이었다. 차일만 작가는 파리라는 도시의 어두움 속 아름다움을 거리의 조명과 물에 비치는 그림자로 아주 잘 표현했다. 특히 파리의 그림 작품들을 보고 난 후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지난 추억을 떠올려봤다.
핀란드의 오로라 숲을 그린 정은진 작가는 세계를 여행 다니며 있는 그대로의 밤하늘을 담아낸다. 좋아하는 장소를 여행하며 그 순간을 잊지 않고 추억하기 위해 남기는 사진, 거기에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까지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재능이다. 그리는 내내 작가는 얼마나 지난날을 곱씹어 봤을까. 또 정은진 작가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곳에서만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키기도 했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많은 이들에게는 오로라가 하나의 버킷리스트일 텐데, 그 버킷리스트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즉 이번 전시는 ‘여행’만이 아닌 또 다른 메시지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환경’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여행지 대부분이 쓰레기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지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있지만, 곧 다가올 미래에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떠날 여행지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여행 갈까요’ 전시는 답답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힐링’을 위한 문화생활 제공과 함께 여행지 환경 문제도 생각해볼 수 있게 구성하였다.
관람객들은 세계지도 속, 가고 싶은 곳 또는 갔던 곳 위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한마디씩 남기기도 했다. ‘대학 동기들아 잘 살고 있니?’. ‘시카우치에서 니카후라노 걸어가 보세요 “강추”’, ‘지우랑 세계여행해버렸다’, ‘스카이다이빙하기! 코로나 빨리 물러가라!’ 등 많은 메모를 볼 수 있었다.
사전예약제를 통한 입장이기에, 같은 시간대 관람객들과 짧게나마 직접 이야기도 해봤다. ‘입구도 공항 같아서 좋았고 흘러나오는 음악들과 그림, 영상들이 주는 분위기가 여행을 더 가고 싶게 했다’, ‘여행 영상들도 진짜처럼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어서 생동감이 들었다, 또 환경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같이 관람했던 숙명여대 환경디자인과 4학년 L양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좋은 취지임은 알지만 환경오염 문제 제기 후 급작스레 끝나버린 전시가 조금 뜬금없었다며, 전시회의 전반적 스토리텔링이 아쉬웠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 어려워진 지금, 여행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미술관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회 ‘여행 갈까요’는 서울 뚝섬미술관에서 12월 27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