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척 ‘명사십리, 맹방 해변’이 죽어가고 있다 2

윤재훈 기자
  • 입력 2020.11.27 15:11
  • 수정 2020.11.3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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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2029년까지 탈석탄을 하고, 2030년에 배출목표를 강화해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공정 분담을 지키며, 화석에너지에 들어가는 금융을 재생에너지 쪽으로 전환하길 희망한다.” 
기후투명성 공동회장인 피터 아이겐 교수

 

(맹방해변을 살려주세요, 청와대 앞에서. 촬영=윤재훈)
(맹방해변을 살려주세요, 청와대 앞에서. 촬영=윤재훈)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기후변화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모인 국제 씽크탱크인 국제 환경 협력단체인 ‘기후 투명성(Climate Transparency)’은 한국 시간으로 18일 2020년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국의 그린뉴딜 정책은 EU을 제외한 G20 국가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경기부양이지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2025년까지 온실가스 12,3MtCO2e(석유환산톤)을 감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건설 중인 삼척 포스코 석탄발전소가 1년 배출하는 양과 비슷할 뿐이다.”

라고 꼬집었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수준은 G20 평균의 2배에 이르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5 수준이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년간 매년 평균 3,6% 늘어난 반면에 G20 국가들은 놀랍게도 매년 2,9% 감소했다.

재생에너지는 전체 발전량의 5% 수준인데, 이는 G20 평균의 27%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또한 한국은 G20에서 4번째로 큰 규모로 화석연료에 투자 중이다.

(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 올 겨울 들어 첫 번째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10일, 충남 태안군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일대가 흐리게 보이고 있다. 뉴시스 제공)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맹방해변의 막무가내식 공사의 문제점을 환경부에 지적하여, 승인기관인 산자부로부터 ‘공사중지 명령’을 이끌어 냈으며, 12월 말까지 시정명령 중이다.

그런데 폐광지역의 돌과 냄새 나는 뻘등으로 눈가림을 하고 있어, 지역주민들의 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정의당 기후위기대응본부장인 이현정씨도,

"세계는 석탄화력발전소가 퇴출되는 분위기에서 우리나라는 짓고 있는 실정이다. 문대통령께서 우리나라가 파리협약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유엔에 가서 발표했는데,

폐쇄되는 것만 말하고 현재 지어지는 것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석탄발전소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KBS 캡쳐)
(KBS 캡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지구온난화에 가장 취약하며, 기후 변화 해결을 위해 아시아 지역은 석탄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후변화로 빈발하는 홍수는 아시아 지역이 특히 더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고 했다. 지난달 29일 미국 뉴저지 소재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피해를 최신 데이터와 위성사진 등을 이용해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2050년 해수면 상승 피해 인구가 기존 전망보다 약 3배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석탄을 주요 연료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또한 중국과 방글라데시,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의 개발도상국 6개국에 홍수로 인한 피해 증가 대부분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여기에 덧붙여 구테흐스 총장은,

"아시아에서 상당한 숫자의 새 화력발전소 건설이 계획되고 있어 석탄 사용 중단은 아시아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다. 미래를 위해서는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드시 중단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지구 환경오염의 주범, 석탄발전소 수출, 이제 그만! 뉴시스 제공)
(지구 환경오염의 주범, 석탄발전소 수출, 이제 그만. 사진=뉴시스 제공)

한국은 왜, 외국에다가 환경협오시설인 석탄발전소를 수출하는가.

한국은 현재 신종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 기조연설에서 "탄소 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 사회로,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한국 정부는 그린 뉴딜로 2025년까지 73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65만개를 만들고, 온실가스도 1229만 톤을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전기차와 수소차 등 보급 확대 계획 등도 담았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말한다. 친환경 정책인 그린뉴딜을 실행하면서 왜 다른 나라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수출하냐고, 그것은 크나큰 자가당착이라고 했다.

동학실천 시민행동 대표 이요상 대표도

“저는 핵으로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 기후 때문에 그럴 것 같다. 제주 강정 해군본부도, 4대강 유역도 같은 재앙이다. 한 번 파괴된 자연은 절대 복원될 수 없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지구 재앙을 몰고 오는 것들은 당연히 폐기되어야 하고 그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公約)이었다.”

(Market Forces twitter.)
(Market Forces twitter.)

포시스, 350.org 등 9개 국제환경단체들은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한국의 정책을 비판하는 광고를 싣기도 했다.

“KEPCO is voting this week on whether to invest in two new coal power stations in Vietnam and Indonesia. To make sure the Korean Government doesn't support @iamkepco in pushing these polluting power projects, we've run this ad in the Washington Post! https://nocoalkepco.com/en”

(Market Forces twitter.)
(Market Forces twitter.)

실제로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공적자금을 석탄화력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한국은 2008년부터 10년 동안 11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해외 석탄화력사업에 투자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해외 사업을 통한 이익 창출로 국내 전기요금을 낮추고, 민간 기업의 동반 진출로 국익에 기여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해마다 주요국 온실가스 배출 감축 행동을 분석ㆍ발표하는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도,

“2016년 한국의 석탄발전소 수출 재정 지원과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의 가파른 증가,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폐기 등이 그 요인이라 했다.”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의 '38년 가동된 삼천포 1,2호기 폐쇄 환영 퍼포먼스, 미세먼지, 온실가스 주범 석탄발전소 2030년 퇴출하라!' 뉴시스 제공)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의 '38년 가동된 삼천포 1,2호기 폐쇄 환영 퍼포먼스, 미세먼지, 온실가스 주범 석탄발전소 2030년 퇴출하라!'. 사진=뉴시스 제공)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트렌드아시아의 안드리 프라세티요 연구원은 "자와 9,10호기 투자 강행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사람을 살리고자 노력한다는 한국의 정책이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난을 의식해 한국 국회에서도 해외 신규 석탄발전소 투자를 제한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지난달 김성환, 이소영 등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 발의한 '해외석탄발전금지법'은 한전과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의 해외석탄발전 참여 및 투자 금지를 골자로 했다. 환경변호사 출신 이소영 의원도

"국내에서는 대기오염 때문에 건설 중인 7기를 제외하고 신규 석탄발전소를 짓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반면 해외 사업은 관련 산업 보호와 수출 확대라는 명분으로 이어져 왔다“ 고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는 지구 어디에서 배출되더라도 동일한 결과를 낳는다. 국내에서 신규 석탄발전소를 짓지 않는다면, 해외에서도 짓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한전은 현재 인도네시아 외에도 베트남과 필리핀, 남아공에 석탄 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이외 추가 사업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면서, 관련 법 통과 여부에 따라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과 런던을 비롯한 전 세계 도시에서 수백만 명이 참여한 기후 시위가 열렸다. 자카르타에서 시위에 참여했던 소녀 누룰씨는,

“기후만이 아니라 내 미래도 걱정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자신들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 그걸 유행시킬 정도로 힘이 있잖아요. 만약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장려한다면, 그 또한 영향력이 클 거예요.“ 라고 말했다.

“한국전력 김종갑 사장은 베트남 붕앙 2기 및 자와 9, 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사업 투자를 철회하여야 한다. 국제적으로 비난받는 한전의 석탄화력사업은 시대를 역행할 뿐 아니라, 지구의 기후변화에도 크나큰 악이다.”

그런데 한전은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도 석탄화력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전은 “태양과 바람에서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생태계를 이끈다” 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필리핀에서도 1,200MW 규모의 필리핀 수알 석탄화력 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발전업계인 스미토모, 이토추, 마루베니, 미쓰비시 등도 모두 탈석탄을 추진 중인데도, 한전은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의 현실을 외면하고 혼자서 해외 석탄화력사업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삼척 시청 앞에서 시위 중인 대책위. 석탄 대책위 제공)
(삼척 시청 앞에서 시위 중인 대책위. 석탄 대책위 제공)

삼척 석탄발전소 맹방해변 공동 대책위 위원장 하태성씨도,

"시멘트 폐광지역을 포스코에서 인수해 화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하고 있다. 그 중에 천연동굴과 천연기념물들도 나왔지만 무시되고, 급속히 파괴되고 있다. 우리는 적어도 항구와 백사장만을 살리기 위해 에너지전환을 통해 LNG로도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절박한 삼척시민 앞에 환경과 기후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래도 석탄보다는 오염이 적게 나오기 때문이다."

(2050 ‘탄소중립 전략회의.’ 뉴시스 제공)
(2050 ‘탄소중립 전략회의.’ 뉴시스 제공)

문대통령은 오늘 열린 ‘2050 탄소중립 전략회의’에서

“2050년 탄소중립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몇 년 전에 발표했지만,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에야 처음 줄어들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탄소중립까지 가는 기간이 촉박하다. 여기에 제조업과 탄소 배출이 많은 업종의 비중이 매우 높고, 여전히 높은 화력발전 비중과 부족한 재생에너지 보급량은 탄소중립 조기 실현에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도 방역으로 세계를 선도하고 있고 경제 대응에서도 기적 같은 선방을 보이고 있다.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도전 또한 능히 성공할 수 있고, 또 다른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낼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소의 홈 페이지에 이런 글귀가 있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는 폐광산부지 활용으로 산림 및 지형훼손을 최소화하고, 최첨단 환경설비 적용 등 친환경 설비를 갖춘 청정발전소로 2024년 준공 예정입니다. 포스코에너지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준공을 통해 삼척시 지역경제 활성화 및 고용창출 등 지역사회와 동반성장에 앞장서고자 합니다”

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소리인가. 우리나라 최대의 기후 악당 때문에 몇 달째 삼척 주민들은 밤잠을 설쳐가면 집회를 하는데도, 홈페이지에는 이런 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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