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건희의 산책길⑮] 시와 타이포그라피 잔치 ‘2020-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천건희 기자
  • 입력 2020.12.02 14:05
  • 수정 2020.12.03 15: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촬영=천건희 기자
촬영=천건희 기자

[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지난 11월 24일, 파주출판도시 명필름 아트센터에서는 파주 타이포그라피배곳(Paju Typography Institute, PaTI)이 준비한 특별한 공연 <시와 타이포그라피 잔치/이하 시타>가 열렸다. 타이포그라피(typography)는 활판 인쇄술, 글자꼴의 디자인, 편집 디자인 등을 모두 포괄하는 조형적 활동을 말한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미디어가 발달한 지금도 종이나 화면에 내용과 가장 적합한 글자체로 느낌과 생각을 전하는 타이포그라피의 기능은 오히려 가치가 더해지고 있다.

파주출판도시는 예술적 건축물이 많은데, 공연장인 명필름 아트센터 1층에 들어서니 한 편의 영화가 촬영 중이어서 이곳이 문화복합공간임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함돈균 총감독 / 촬영=천건희 기자
함돈균 총감독 / 촬영=천건희 기자

<시타>의 의미를 문학평론가인 함돈균 총감독은 “시와 글자와 그림은 하나라는 동아시아 예술의 전통적 관점을 현대시와 타이포그라피 디자인으로 재창조하고, 시대정신을 담은 주제를 융합적 문화 퍼포먼스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올해의 <시타>인 <시타 PaTI 2020-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는 이상의 시 「오감도(烏瞰圖)」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성찰한 작품으로 아주 인상적이었다. 현대문명에 대한 불안의식과 인간성의 아이러니를 드러낸 이상의 시를 대본으로 삼아 시, 음악, 타이포그라피, 연극, 춤, 강연, 인터뷰가 하나의 공연으로 이어졌다.

이상의 시 '오감도' / 촬영=천건희 기자
이상의 시 '오감도' / 촬영=천건희 기자

이상의 시 「오감도」는 다양한 해석을 지닌 어려운 시로 알고 있었는데. 타이포그래피시로 ‘형태를 지닌 오감도’로 보면 쉽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질주하는 문명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현 상황을 어떻게 뚫린 골목으로 전환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공연이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문서를 멋지게 꾸미고 싶을 때는 길쭉하게 각 잡힌 글자체로 네모틀을 벗어난 글꼴 ‘안상수체’를 많이 쓴다. 한글 글꼴의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널리 알린 안상수 선생님과 디자이너들이 파주 타이포그라피배곳(PaTI)을 2013년에 세웠다. 파티(PaTI)는 멋짓(디자인)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믿음에 기초하여 배곳(학교)을 만들어가고 있는 곳이다. 한글 타이포그라피를 통해 디자인으로 세상을 더 낫게 바꾸고자 하는 이들이 모인 곳인 파티(PaTI)가 세계적인 예술문화의 교육장이 되길 바란다.

촬영=천건희 기자
촬영=천건희 기자

이번 공연은 코로나로 아쉽게도 하루 공연으로 끝났다. 그러나 PaTI 유튜브 채널‘PaTV’로 추후 관람할 기회가 있다니 기대해 본다.

아름다운 ‘올바른’ 디지털 글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안상수 선생님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