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니어 문제, 리빙랩으로 해결 2...성지은(과학기술정책연구원)

강이슬 기자
  • 입력 2021.02.05 10:05
  • 수정 2021.06.0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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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 리빙랩 탐구

시니어 문제, 리빙랩으로 해결 

 

 

 

시니어제품 개발 시 주의할 점과 시니어랩의 역할이 무엇일까요?

성지은 연구위원 : 리빙랩을 통한 제품 개발의 가장 큰 차별성은 최종 사용자의 시각에 맞춰져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연구자나 기업의 시각이 아닌 기술·제품의 최종 수요자이자 사용자의 시각으로 보면 많은 것들이 달라집니다. 시니어의 시각으로, 때로는 환자나 장애인의 시각으로 기술과 제품을 바라보면, 현재 산·학·연 전문가 중심의 기술·제품·서비스 개발 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번은 성남 체험관에 벤처기업 담당자가 첨단기술이 집약된 지팡이를 들고 찾아왔다고 합니다.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GPS,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무팁, 스마트헬스 측정 기능, 보행자 앞을 비춰주는 LED램프 등 첨단기술이 장착된 지팡이였습니다. 연구자들은 기능에 반해 성공을 확신했지만 시니어들은 시연도 해보기 전에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시니어들은 ‘지팡이를 잡을 아귀힘이 없어 손잡이 부분이 중요하다, 디자인이 너무 튄다, 보관에 용이해야 한다. LED램프가 왜 필요하냐 너무 복잡하다’며 제품을 거부하셨어요. 결정적으로는 시니어들은 지팡이를 짚음으로써 ‘노인임’을 나타내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시니어의 환경과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연구자와 생산자 중심의 개발이 되어버려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니어 평가단이 첨단기술 융복합 지팡이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다.)

최근 치매환자를 위한 많은 기술과 제품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제품을 사용할 주체나 생활 현장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개발이 진행돼, 그 제품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한계로 최근에는 개발 초기부터 시니어들의 수요를 반영하고 지속적인 실험·실증·피드백을 거치면서 기술과 제품을 개발합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시니어리빙랩처럼 유형에 따라 구분된 시니어평가단 구성과 함께 전문기술자문단, 조직화된 고령친화관련기술업체와 함께 시니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 나가고 있지요.

리빙랩에서 개발한 제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성지은 연구위원 :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의 한국시니어리빙랩에서 개발한 ‘고령자용 재활운동기기’는 개발 당시 60대 이상의 시니어들에게 큰 호응을 받은 제품입니다. 일반적으로 재활운동기기는 고령자보다는 재활운동을 시키는 의사나 물리치료사들의 입장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수요자에게 외면 받거나 수요처의 한계때문에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연결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시니어리빙랩을 활용해 개발된 고령자용 재활운동기기는 시니어들이 제품개발의 모든 과정에 참여해, 실제 시니어들에게 필요한 기능과 디자인으로 상용화되었고 현재 복지관이나 보건소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시니어 평가단이 고령자용 재활운동기기의 사용성을 평가중이다.)

다른 나라 리빙랩 활용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성지은 연구위원 : 고령화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사회적 도전과제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고령화 문제를 위기이자 기회로 인식하고 다양한 시니어 리빙랩 실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마쿠라 리빙랩입니다. 가마쿠라시는 고령인구가 45%에 달하는 지역으로 초고령 사회의 미래 모습을 전망하고 대응하는 모델 지역입니다. ‘초고령 사회에서 인구와 일자리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라는 목표를 가지고 빈집과 점포를 활용해서 기업을 유치하거나, ‘장수사회에 맞는 일터-삶터-놀터의 스타일’을 탐색하기 위한 다양한 리빙랩 실험이 이뤄지고 있지요.

(가마쿠라 리빙랩 추진 방식. 자료=마에다 노부히로)

더 나아가 일본은 스웨덴과 국제 연계형 리빙랩(Transnational Living Lab for Aging)을 진행하면서 양국에서 개발된 다양한 솔루션을 생활현장에서 실험·검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각 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진출하려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스웨덴 공동연구 '국제 연계형 리빙랩' 내용. 자료= 마에다 노부히로)

시니어 리빙랩의 앞으로 전망과 발전 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성지은 연구위원 : 고령화는 시니어들을 위한 기술·제품 개발을 넘어 생활·교통·안전·교육·주거·건강·의료·돌봄 등 지속가능한 사회·기술시스템 전환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따라서 당사자이자 혁신 주체인 시니어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물론, 민·산·학·연·관과의 긴밀한 연계와 협력 없이 고령화는 절대 해결되지 않습니다. 리빙랩은 제품·서비스를 실증하는 사용자 주도형 모델이자 관련 주체와의 관계를 확장해 나가고 지속적인 협력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더 나아가 실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지역·마을, 체험관·요양원·돌봄센터·병원 등을 시험대상으로 삼아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하며 반복적인 실증과 피드백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리빙랩은 기술 사업화는 물론 국가연구개발사업, 스마트시티사업, 도시재생사업, 농촌 활성화사업, 지역혁신사업 등과 연계될 경우 일회성 사업의 한계를 넘어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다만 리빙랩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리빙랩 모델 발굴이 필요하고 소규모로 진행하면서 점차 고도화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리빙랩은 민·산·학·연·관의 협력모델이기 때문에 이를 엮어 낼 수 있는 코디네이터나 촉진자의 육성도 중요합니다.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나 일본의 경우 한국과의 리빙랩 교류를 확대해 나가고 싶어 합니다. 특히 이 나라들은 고령화와 관련해서 실증 및 시험대상 확보, 일상 데이터 수집 및 빅데이터 확보, 기업의 해외 판로 및 시장 개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시니어리빙랩처럼 체험관내에서의 리빙랩 경험을 치매안심마을 등 실제 지역현장으로 확장해 나가고 이를 통해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해 나갔으면 합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지자체, 대학, 기업,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연계없이 각개약진으로 리빙랩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보다 실효성 있는 활동으로 연계·협력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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