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리빙랩포럼③] 음악으로 나누는 즐거움...가수 이한철 ‘괜찮아, 다 잘 될거야~’

김남기 기자
  • 입력 2021.04.15 13:17
  • 수정 2022.05.1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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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리빙랩하기’ 이한철 총감독(나우사회혁신네트워크). 사진=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제공)
‘음악으로 리빙랩하기’ 이한철 총감독(나우사회혁신네트워크 감독). 사진=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제공)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제4회 리빙랩과 젠더 포럼’이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의 주최·주관으로 ‘시니어를 젠더 관점에서 재해석하다!’를 주제로 마련됐다. 이 포럼은 경제적 빈곤, 차별, 소외, 학대 등의 고령사회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유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특히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젠더적 관점에서 어르신이 결핍의 대상이 아닌 온전한 인간이자 산업혁신과 R&D 주체, 새로운 감성과 문화의 주체로 재정의하고, 이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시니어 포럼 1편 ‘왜 우리는 시니어를 젠더 관점에서 논의하는가?’ 성지은 선임연구위원(과학기술정책연구원) 
2편 ‘리빙랩 활동을 통해 본 시니어의 평가와 과제’ 정덕영 부관장(성남 고령친화종합체험관)
3편 ‘음악으로 리빙랩하기’ 이한철 총감독(나우사회혁신네트워크)
4편 ‘고령 산업의 혁신주체로서 시니어에 대한 재해석과 과제’ 김지희 대표((주)효돌)

 ‘음악으로 리빙랩하기’ 이한철 총감독(나우사회혁신네트워크 감독)

60대 인디밴드와의 만남

나는 시니어들과 더불어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속마음을 들여다보며 작사·작곡을 하는 ‘공동음악창작’을 한다. 시니어들의 목소리를 담은 노래를 2015년부터 현재까지 10곡 정도 발표했다.

시니어들과의 창작활동은 즐거웠다. 2016년에 블루그래서(컨츄리)음악을 하는 멤버와 작곡활동을 했다. 멤버는 60대로, 1970~1980년대 대학생활 했던 사람들의 당시 유행하던 음악은 컨트리, 포크였다. 포크라는 것은 세시봉 때문에 이해는 했지만, 컨트리가 인기가 많았다고 하니 이해하기 힘들었다.

현대 홍대의 20대 인디밴드에서 신기하게도 컨트리가 유행 중이다. 어르신들의 음악은 오래된 것, 낡은 것이 아닌 지금 젊은이에게도 특별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이다. 당시 내가 가진 음악 재능을 어르신들에게 뿌리고 나눠야지 이런 생각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배웠다. 나는 리빙랩을 몰랐지만, 여태 내가 하고 있던 게 리빙랩이었다.

장애인‧비장애인이 서로 공감하며 함께 부르는 노래 ‘가까이’

(장애인‧비장애인이 서로 공감하며 함께 부르는 노래 ‘가까이’. 사진=이한철 '가까이'뮤직비디오' 화면캡쳐)<br>
(장애인‧비장애인이 서로 공감하며 함께 부르는 노래 ‘가까이’. 사진=이한철 '가까이'뮤직비디오' 화면캡쳐)

중증장애독립생활연대(이하 독립연대)는 장애인이 시설에 기대지 않고, 주체적으로 장애인이 일상을 채워나갈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는 단체이다.

독립연대로부터 나는 노래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그 무렵 나는 어찌된 일인지 3분 만에 노래를 만들었다. “곡 만드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같이 만들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서 장애인‧비장애인이 서로 공감하며 함께 부르는 노래를 만들게 됐다. 그 곡이 ‘가까이’라는 노래이고, ‘다가가면은 너와 나 우리 어렵지 않은 친구’ 이 가사가 더욱 공감이 간다. 이 곡을 만들기 전까진 장애인을 볼 때, 도와야 하나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 곡을 만든 이후 장애인은 우리와 같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장애인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도와주거나 내가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받거나 해야 한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결국 이 노래를 계기로 나우사회혁신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만들었다.

시니어 아마추어 음악인 발굴  ‘노년반격 프로젝트’

(실버그래스 밴드)
(실버그래스 밴드)

노년반격 프로젝트는 아마추어 시니어 음악인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노년반격 프로젝트는, 나이가 들어도 나답게 살 수 있는 시니어들의 삶의 모습들을 노래로 담아냈다.

실버그래스의 ‘첫 번째 가출’은 시니어들의 어린 시절 추억을 담고 있어, 강냉이를 사달라고 조르다 부모님께 혼나 장난스러운 가출을 한 주인공이 결국 아버지에게 ‘아프지 않은’ 매를 맞는다는 내용이다. 멤버들의 추억담이 곧 가사가 됐다.

바야흐로의 ‘이 나이쯤에’(포크듀오)는 은퇴후 인생과 사랑에 대한 노래로, 담담한 노래와 세련된 섹스폰의 조화를 이룬 포크록이다.

민들레트리오의 ‘외출하는 날’은, 쉰이 넘은 나이에 세명의 여성이 음악이 좋아 만난 멤버들이 바쁜 일상 속에 접어 두었던 꿈을 찾아 외출을 한다는 내용이다. “신발장 깊은 곳을 빼꼼 들여다 보다 기죽은 구두를 흔들어 깨워 집을 나선다”라는 가사에서 시니어세대의 열정을 느껴볼 수 있다.

환자들에게 위안을 주는 삶의 쉼표같은 노래

(룰루랄라 합창단)
(2018년 나우프로젝트)

노래가 환자들과 함께하면, 그 고통에 휴식을 만들어 준다. 쉼표합창단은 뇌전증 아이들과 만든 합창단으로 고통을 피할 수 없다면, 그 시간을 삶의 쉼표로 만들기 위해 노래를 만들었다. ‘Haver a good time’ 이라는 노래는 댄스곡으로 중간에 얼음땡 놀이와 같이 ‘얼음!’하고 멈추는 부분을 삶의 쉼표를 의미하고 만들었다.

‘룰루랄라’합창단은 암 환자로 구성돼, 함께 모여 슬펐던 순간을 노래로 부르며, 기뻐지기도 하고, ‘내 인생의 주인은 나구나’하는 다짐도 한다. 1기는 ‘I’m fine thank you’를 불렀고, 2기는 ‘안녕, 나의 하루’는 암경험 이후 주어진 하루하루의 소중한 일생을 통해 만들어 불렀고, 3기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내가 나를 만나는 여행'을 노래했다.

(‘알로하하하’ 멤버 할머니. 사진=이한철 감독 제공)<br>
(‘룰루랄라'합창단 조진희. 사진=이한철 감독 제공)

손을 모으고 울고 있는 사람이 룰루랄라 합창단의 2기 멤버다, 그녀는 내 공연을 보고 울었다. 내 노래는 슬픈 노래가 없는데, 저렇게 우니 기분이 묘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암 수술 후 1년 동안 암과 관련된 사람은 단 한 명도 만나지 않았는데, 제가 암이라는 사실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룰루랄라의 1기의 공연을 봤는데 제게 ‘괜찮다’며 말하는 듯했습니다.” 그녀는 암 경험자들에게 힘이 되고자 2기 멤버가 되었고, 스튜디오에서 밝은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며 더욱 주체적으로 사회구성원이 됐다. 그녀는 독립출판사에서 ‘암밍아웃’이라는 책을 발간도 했고, 두 번째 책을 제작 중이다.

‘알로하하하’팀은 경도인지장애 어르신들로 구성돼, '하하하 웃자'는 생각에서 웃음의 의성어로 팀 이름을 지었다. 어르신들이 새로 가사를 쓰면 금세 잊어 버려서, 추억의 곡을 리메이크해 가수 사월과오월의 ‘장미’를 발표했다.

 

(‘알로하하하’ 멤버 할머니. 사진=이한철 감독 제공)
(‘알로하하하’ 멤버 할머니. 사진=이한철 감독 제공)

“얘가 우리집 강아진데 내가 끌어안고 펑펑 웁니다” 처음 시작할 때 ‘알로하하하’ 멤버 할머니의 말이다. 그리고 노래만들기를 다 하고 녹음하는 날 그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기타와 4분의 시간만 있다면,..‘괜찮아, 다 잘 될거야’

우리가 행복한가? 고령화‧질병과 장애‧물질주의‧기후위기‧외로움과 고립 등의 문제에 있어서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나는 기타와 4분의 시간만 주면, 사람들을 박수갈채와 웃는 표정의 순간을 만들 수 있다. 우리가 하나가 되는 연결의 힘을 느낄 수도 있다. 음악은 위로를 받고자 할 때, 신날 때, 추억의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의 추억을 되새김질 할 수 있다. 나는 노래 만들기를 통해, 사회 구성원이 서로 연결돼 함께 성장하며, 연대하는 과정에서, 시민역량이 강화된다.

앞으로 음악으로 만들기 리빙랩 만들기의 과제는 ‘4414’ 프로젝트이다. 네 명(4)의 뮤지션이-네 개(4)의 지역마을 공동체분들과-하나(1)의 멜로디를 가지고-네 곡(4)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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