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의 지구를 걷다㊾] 천년 붓다왕국 미얀마 2..."천불천탑(千佛天塔), 바간왕국에 서다"

윤재훈 기자
  • 입력 2021.04.27 14:40
  • 수정 2021.06.22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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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천탑(千佛天塔), 바간왕국에 서다

“여행자는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지 않는다.”

 

(아낙은 자정이 넘도록 우리를 기다렸나 보다. 촬영=윤재훈)
(아낙은 자정이 넘도록 우리를 기다렸나 보다. 촬영=윤재훈)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저녁 8시 10분에 출발하는 야간 버스를 탔다. 시내를 벗어나자 어슴푸레하게 미얀마의 산하가 다가온다. 모두 잠이 들었는지 버스 안은 금새 조용해진다. 한참을 달리던 버스가 선다. 시계를 보니 12시 50분인데, 식당 앞이다. 사람들은 부스스 일어나 대부분 밖으로 나간다. 모두들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데, 따라가 보니 그 안에 화장실이 있다. 몇 사람은 늦은 식사라도 할 요량인지 음식을 주문하고, 더러는 식당 안에 있는 가게를 구경한다. 과자를 비롯한 갖가지 물건들을 파는 잡화점이다. 기사님은 따로 밀실 같은 곳으로 들어가 먹는데, 손님을 모시고 오면 이렇게 특별대우를 받은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다. 밖으로 나오니 옆에 조그만 가게가 하나 더 있는데, 아낙은 이 시간까지 잠도 안자고 우리를 기다렸는 모양이다.

(균형미가 빼어나다. 촬영=윤재훈)
(균형미가 빼어나다. 촬영=윤재훈)

다시 조용하던 버스 안이 수런거리는 걸 보니. 드디어 <바간왕국>에 도착한 모양이다. 새벽 4시 30분, 미얀마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의 도시, 천불천탑 불타의 고향, 1989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 마음속으로만 로망하던 곳을 지천명을 넘기고 드디어 찾아왔다.

8시간 20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시내와 상당히 떨어진 듯하다. 만달레이에서도 그러더니 왜 이렇게 시내에서 떨어진 곳에 세워주는지 모르겠다. 내리자마자 10여 명 이상의 기사들이 벌떼처럼 몰려든다. 만달레이에서는 그나마 오토바이 기사라도 보이더니 여기에서는 그들마저 보이지 않는다. <인레 호수> 마을의 호텔에서 표를 살 때는 숙소까지 데려다준다고 했는데, 아무도 없다. 새벽에 그에게 전화를 하니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한다. 아무래도 거짓말을 한 듯하다.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이런 일이 종종 생긴다. 한 번 가면 다시 볼 일이 없는 사람들이니 그렇게 막보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미얀마 물가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는데, 택시가 1만 짯(k)이라고 바가지를 씌우려 한다. 문득 오늘이 4월 1일 만우절이라 그런가 하고, 혼자 웃음이 나려한다. 서양인 가족 3명과 여자 1명은 이미 택시를 타고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쏭태우(미니 트럭)은 외국인들은 못탄다고 기사들이 앞다투어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나마 한 젊은 남자가 살며시 다가와서 5000킵으로 흥정을 하는데, 다른 기사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낮게 받는다고 다툰다. 어디를 가나 여행지에 첫인상은 바가지 택시기사들이 다 망치는 듯하다.

몰려있는 바가지 기사들을 피해 뒷문 쪽으로 가니 마차들이 대기해 있다. 이곳은 전부 5000짯으로 답합되어 있다. 사람들이 사는 땅덩어리는 어디를 가나 거짓말은 있을 것이다. 문득 가난한 그들의 살림살이에 도와주는 셈 칠 수도 있지만, 배낭여행자의 주머니도 가볍기는 마찬가지다.

예약이 되어 있는 럭스 필로우 호텔Lux pillow hostel로 들어갔다. 여기는 도미토리가 딸린 곳도 전부 호텔이라 부른다. 30대 젊은 주인은 호텔을 하나 더 한다고 한다. 2층 침대가 있는 8인실로 들었는데, 깨끗하다. 마당이 넓은 그 집에서 저녁에 그와 술 한잔 같이했다.

(목마른 사람을 위하여. 촬영=윤재훈)
(목마른 사람을 위하여. 촬영=윤재훈)

낭우마을의 자랑거리인 <쉐지곤 황금 대탑Shwezigon Pagoda>을 찾아간다. 더운 지방이라 바짝 마른 흙에서는 걸을 때마다 푸석푸석 먼지가 올라온다. 길가에는 목이 마르면 축이라고 이따금씩 도자기 물통이 놓여 있다. 사철 더운 나라라 물이 더욱 귀하다. 사막의 지나가는 목마른 나그네처럼 사람들은 얼마나 달디다게 이 물을 마실까. 가난한 나라들일수록 상대를 배려하는 전통이 살아있어 기분이 좋아진다.

사원으로 가는 길은 작은 마을을 가로질러 가는데, 양쪽으로 움막 같은 집들이 쭉 늘어서 있다. 약간 음침한 기분까지 든다. 60년대쯤, 흑백사진에서 보았을 법한 우리네 고향과 닮았다. 집집마다 사립문이 있어 정겨운 옛 시절을 금방 떠오르게 한다. 추억에 젖어 쉬엄쉬엄 마을 길을 걸어간다. 아이들이 많은 나라라 그런지 거리는 제법 사람들로 붐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데, 무슨 대화를 나누었을까? 촬영=윤재훈)
(말도 잘 통하지 않는데 시가를 들고 , 무슨 대화를 저리 재미있게 나눌까?

골목을 들어서니 어디선가 여인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 따라가 보니 바나나잎으로 시가를 말고 있다. 우리의 옛 영화 속에서 '석양에 떠나가다'의 찰슨 브론슨이나 클린드이스트우드, 또는 '왕과 나'에서 율브리너가 즐겨 피웠던 시가, 얼마나 큰지 꼭 남근을 닮았다.

미얀마인들은 저것을 나눠 피며 가난한 일상들을 풀어내는 모양이다. 마땅한 농가 부업이 없는 이곳에서 가정 살림에 많은 보탬이 될 듯하다. 하루에 300개 정도를 만다고 하는데, 표정들이 어찌나 순박한지 때가 하나도 묻지 않은 백지처럼 보인다.

뒤쪽으로는 여행자들은 모르는 커다란 담배 공장이 있다. 나는 이곳에서 사귄 오토바이 대여 가게 주인인 우고Ugo의 안내로 가볼 수 있었다. 담배를 쪄내는 커다란 공장에는 축축한 담배를 옮기는 그들의 모습 속에 남국의 나라 미얀마인들의 희노애락이 잘 드러나 있었다.

이어서 그는 이곳 사람들이나 가서 본다는 무너진 사찰을 구경시켜 주었다. 이미 대부분 허물어져 여행서에도 잘 나와있지 않으니 이방인은 더욱 잘 모를 듯하다. 캄캄한 동굴 안, 그는 옛 시절 몽골 침입 당시의 벽화를 후레쉬로 비추며 설명해 주었다. 하긴 징기스칸의 발발굽이 미치지 않은 아시아가 있었겠는가 마는, 이곳을 찾았던 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 후 만달레이로 가는 나를 그는 따라나섰다. 우리는 그의 친구의 트럭 뒷자리에서 흔들리며 핀우린이라는 아름다운 북부도시까지 함께 구경했다. 그곳에서 나는 한국인 오토바이 여행자를 만났다. 그는 이곳에서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의 가이드를 하면 현지여인과 살고 있었다. 그는 일이 없을 때면 이렇게 250CC 오토바이에 안전장비를 잘 갖춰 입고 여행을 다니며 미리 안내를 준비한다고 했다. 우리는 후에 만달레이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던 불고기 식당에서 다시 만났다. 식당 주인은 미얀마 부인과 사는데, 그의 초등 6학년 딸은 한국어를 곧잘 구사해 대화하기가 편했다.

(해 저물녘. 촬영=윤재훈)
(해 저물녘. 촬영=윤재훈)

저녁 무렵 마을 풍경은 평화롭다. 조그만 가게 앞에는 동네 사람들이 몰려 있다. 사립문 앞에는 의자가 놓여 있고 아낙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쉐지곤 황금 대탑의 위치를 묻자 딸이 나를 오토바이에 태워 데려다준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인심이다.

(엽서 사진 연출 중. 촬영=윤재훈)
(엽서 사진 연출 중. 촬영=윤재훈)

‘쉐지곤 사원’이 보인다. 회랑을 따라 이곳 관광엽서에서 흔히 보았던 전통옷 롱지(Longyi)를 입은 여인들이 우산을 돌리며, 붉은 가사의 동자승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신발도 덜 벗은 채 막 달려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누군가 제지한다. 서양인들이 여인과 동자승을 사서 연출 사진을 찍는 중이라고 한다. 허탈함이 밀려온다. 지나가는 바람 한 점을 찍어도 자연스러워야 그곳의 풍경이 온전하게 마음 속으로 들어올텐데. 회랑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얼마나 멀리서 온 신자들일까. 촬영=윤재훈)
(얼마나 멀리서 온 신자들일까. 촬영=윤재훈)

사원 입구에 도착하자 전국에서 몰려온 신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거대한 마을이 하나 형성된 느낌이다. 대부분 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다닌다. 안과 밖이 구분이 없다. 조그마한 트럭 짐칸에 30여 명 이상 사람들을 태우고 온 소형 트럭들이, 가지런히 도열해 있다.

열대여섯 살쯤으로나 보이는 아이들은 장사에 이골이 났는지, 능숙한 솜씨로 음식을 만들고 국수도 만다.

 

사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넓고 긴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다. 양쪽으로 상점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고, 그 앞으로 노점들이 있다. 절 마당의 풍경도 비슷하다. 초등학생쯤으로나 보이는 여학생들이 타나카를 볼에 발라주며 용돈을 번다. 호기심에 나도 한 번 발라 보았는데, 처음에는 상당히 시원하다. 대부분의 가게들은 불기구를 비롯해 옷과 잡화 등을 판다. 절 안이 가히 성속일여 (聖俗一如)다. 회랑이 얼마나 긴지 한참을 걸어간다.

(사원 올라가는 회랑. 촬영=윤재훈)
(사원 올라가는 회랑 안에 상점이 가득하다. 촬영=윤재훈)

더위 때문인지 사람들이 음료수를 많이 마신다. 하얀 음료를 마시고 있던 여학생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양곤 대학교에서 온 학생들이다. 학생들 틈에서 음료를 같이 마시던 자그마한 체구의 <산 산 웨이> 여교수님이 이방인에게도 한 그릇 사준다.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양곤 오며 연락하라고 하는데, 이미 지나온 길이다.

“여행자는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지 않는다.”

(쉐지곤 황금 대탑. 촬영=윤재훈)
(쉐지곤 황금 대탑. 촬영=윤재훈)

갑자기 눈앞에 거대한 황금탑이 나타나는데, 눈이 부시다. 그 크기에 저절로 압도된다. 높이가 무려 16층이 넘은 48.7m나 된다. 바로 바간을 대표하는 ‘황금 대탑(大塔)’이다. 양곤에 있는 쉐다곤 파고다와 이름이 비슷하며, 역시 불자들로 넘쳐난다. 입구에는 커다란 흰색의 사자가 한 마리 앉아있다.

이 탑은 미얀마를 최초로 통일한 ‘아나우라타 왕’이 따동(타톤)국을 정복한 기념으로 1060년에 건립을 시작하여, 그의 아들인 짠시따 왕이 1085년에 완공됐다. 화려한 문양이 아름다우며, 사원 전체가 온통 황금빛으로 도금되어 있어, 가히 그때의 국력이 짐작이 간다.

외부에 칠해진 금박만 벗겨 내면 밍글라 제디와 비슷할 것도 같다. 미얀마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황금사원들은 이 쉐지곤의 후예들이 아닐까? 양곤의 최대사원인 쉐다곤도 그 역사가 2,500년이라고 하지만 양식적으로 바간 양식의 쉐지곤을 닮았다. 사면에는 머리는 하나인데 몸통은 둘인 사자상들이 앉아 있다.

쉐지곤(Shwe Zi Gon)의 ‘쉐’는 ‘황금’이라는 뜻이며, ‘지곤’은 ‘모래 언덕’이란 뜻, 즉 '황금 모래 언덕에 있는 파고다'라는 의미이다. 부처의 앞머리뼈와 치아 사리가 봉인되어 세워졌으며, 이 지역 탑들의 모태가 되었다. 이곳 사람들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며, 미얀마 축제 기간인 ‘나다우’ 가 되면 전국에서 순례자가 모여든다.

마당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신발을 벗고 여기저기 웅성거린다. 한사람이 나를 찍고 가더니 또 한 가족이 나와 사진찍기를 원한다. 어깨가 괜히 으쓱해진다.

미얀마의 사원은 정령 신앙인 ‘낫’ 사당이 함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의 무속신앙이나 성황당과 비슷하다. 이곳도 초입에 ‘낫Nat’을 모신 조형물이 있으며 사원을 빙둘러 37개의 낫을 모시고 있다. 토속 신앙의 일종으로 정령과 같은 존재이며, 하부 낫Auk nats와 상부 낫Ahtet nats로 나뉜다. 미얀마에서는 의식 수준이 가장 높은 사람은 불교 신앙을 갖고있는 미얀마인들로 본다.

산스크리트어로 ‘정령들을 감싼다’로 바간에서 유일하게 그 흔적이 남아있는 ‘힌두교’의 성전이다. 바간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중의 하나로, 그 뒤에 건축된 수많은 다른 불교 사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이 사원이 냐웅우 사와한 왕(또는 타웅 투기) 재위 기간인 10세기에 지어졌다고도 한다. 힌두교 신자인 버마 인디언들을 위해 지어졌으나, 상인과 왕을 섬기는 브라만족도 포함됐으며, 현재는 거의 소실되고 본관만 남아있다.

벽돌 사원으로 지진으로 많은 손상을 입어 오랫동안 방치되어왔으며, 원래는 고타마 불상을 비롯하여 비슈누의 아바타 10개 동상이 있었으나, 현재는 7개만 남아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사원은 다른 절의 모든 낫Nats를 저장하기 위해 지어졌으면, 그래서 바간 왕국에 불교가 세워질 수 있었다고 한다.

서쪽에 큰 낫 사당이 있으며 그 옆에는 이 사원에 얽힌 9가지 신비한 반응을 적어 두었다.

1. 탑 상층부 왕관(Hti, 티) 부분에 어떤 지지대도 없다.
2. 경내 벽의 그림자가 변하지 않는다.
3. 팁에 입힌 금박이 흘러내리지 않고 그대로 붙어있다.
4. 아무리 많은 여행자나 순례자가 와도 경내가 붐비지 않는다.
5. 이른 아침에 변함없이 밥이 제공된다. 
6. 경내의 큰 북을 치면 반대 방향에서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7. 파고다가 신기루 같은 환영을 준다.
8.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경내에 물이 차지 않는다.
9. 연중 내내 경내의 나무가 꽃을 피운다.

탑 주변으로는 황금빛의 꽃으로 된 장식대 빙 둘러져 있으며, 경내 바닥에 물이 고여 있는 곳에서 바라보면 파고다가 한눈에 비친다. 아마도 당시 건축을 위한 측량점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아이는 무슨 소망이 저리 지극할까? 촬영=윤재훈)
(아이는 무슨 소망이 저리 지극할까? 촬영=윤재훈)

몸은 2개 머리는 하나인 사자상이 사방에서 탑을 수호하고 있는 황금대탑, 그 앞에는 간절하게 두 손을 모우고 기도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이 하나 무슨 소망이 저리 지극할까? 쪼그리고 앉아 간절하게 기도한다. 옆에서 저절로 경건함이 밀려온다. 이생에서 선업을 많이 짓고 불국을 기원하는 그들의 열정은 가히 생사를 초탈한 듯만 하다.

탑모서리에는 몸은 2개이면서 머리는 하나인 사자상이 서있는데, 잡귀들의 근접이라도 막고 있는 듯하다.

(잠을 자지 않기 위해 눈꺼풀을 없애버렸나? 촬영=윤재훈)
(면벽하며 잠을 자지 않기 위해 눈꺼풀을 없애버렸나? 촬영=윤재훈)

절을 빙 둘러 작은 방들이 일렬로 붙어있다. 그중 사람들이 붐비는 한 방을 들어가니 오른손에 칼을 들고 달마처럼 눈썹도 없앤 부처가. 세상을 경계하는 것 같은 눈빛으로 앉아있다. 뒤에 있는 부처는 지긋이 눈을 감고 마음을 관하며 삼매에 들어 있는 듯하다. 옆에는 아주머니 한 사람이 앉아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보시를 독려하며, 그 자리에서 바로 잔돈까지 바꿔 준다. 바꾸는 사람들은 많은데, 대부분 보시는 안하고 그냥 간다.

(스님 어디로 가십니까? 촬영=윤재훈)
(스님 어디로 가십니까? 촬영=윤재훈)

아침 공양 시간도 이미 끝나고 10시 정도 됐는데, 노스님을 따라 탁발 나온 동자승들이 많다.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따뜻한 밥과 반찬을 정갈하게 준비하고, 과일과 돈 들을 미리 준비해 놓는다. 그리고 멍크가 오는 인기척이 나면 지체없이 공양을 들고 맨발로 뛰어나가, 땅에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합장을 하며 공양을 한다. 잠시 출가한 자식 같은 동자승들에게도 똑같이 하는 그들의 순수한 불심에, 나는 늘 감동을 받는다.
남자는 일생에 한 번 이상은 출가를 한다. 이웃 나라 타일랜드는 왕도 마찬가지다. 7번까지 출가할 수 있으며 아이들이 출가하며 마을과 집 안의 자랑으로 마을 잔치를 한다. 순진무구한 불타의 나라들이다.

(가난하지만 부부금슬(夫婦琴瑟)만은 좋은 우고 친구. 촬영=윤재훈) )
(가난하지만 부부금슬(夫婦琴瑟)만은 좋은 우고 친구. 촬영=윤재훈) )

나는 바간에서 오토바이 대여가게를 하는 우고Ugo를 만났다. 게스트하우스를 막 나오면 왼쪽에 그의 가게가 있다. 그는 대여섯 대의 오토바이를 가지고 여행자들에게 빌려주는 것을 생업으로 삼고 있다. 자그마한 가게 하나, 안쪽에는 누추한 침대 하나 놓고 커튼만 내리면 그곳은 방이 된다. 부인은 오전 내내 그곳에서 불경을 외우고 기도를 하며, 홀은 너댓 명 앉으면 꽉 찰 듯하다.

그는 아침 일찍 나를 오라고 하더니 식사를 챙겨주었다, 아마도 인근에 있는 전통 시장에 가서 미리 닭다리 같은 음식을 사왔는 모양이다. 소박한 식단이었지만 먹는 내내 이국의 사내에게서 뜨거운 고마움이 밀려왔다. 나에게 뭔가가 있으면 그에게 다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옆으로는 역시 허름한 밧데리 가게가 하나 있다. 자체적으로 관광버스 정비를 하는데, 시원찮게 보인다. 버스의 타이어 상태도 재생 타이어라도 썼는지 상태가 너무 불량하다. 금방이라도 펑크가 날 듯하게 보인다. 그래도 버스 앞에는 안전을 기원하며 나무 한 가지를 꽂아 두었는데, ‘파고다 플라워(pagoda flower)’라고 한다. 이곳에서 미얀마 제 2의 도시 만달레이까지는 이 나라의 젖줄 이라와디 강을 따라 배로도 갈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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