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건희의 산책길⑳] 팔순 박정자의 따뜻한 위로...연극 ‘해롤드와 모드’

천건희 기자
  • 입력 2021.05.10 16:14
  • 수정 2021.05.1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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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해롤드와 모드'. 촬영=천건희 기자)
(연극 '해롤드와 모드'. 촬영=천건희 기자)

[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80세의 박정자가 선사하는 ‘19 그리고 80’ 부제인 연극 <해롤드와 모드>를 지난 5월 5일,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관람했다. 공연장 로비에는 여느 공연과는 다르게 중년, 노년층 관객이 많았다. 

<해롤드와 모드>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자살을 꿈꾸는, 19세 청년 해롤드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80세 모드 할머니를 만나 삶의 의미와 사랑을 깨닫게 되는 인생극이다.

(연극 '해롤드와 모드'. 촬영=천건희 기자)
(연극 '해롤드와 모드'. 촬영=천건희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에 초연되어 현재까지 총 일곱 차례 공연이 되었다. 배우 박정자는 초연을 제외한(김혜자 주연) 2003년부터 여섯 번의 공연에 ‘모드’역을 맡아 열연을 했다. 이번 무대는 박정자가 본인 나이 팔순에 80세 ‘모드’역을 맡아 연기하는 마지막 무대여서 특별히 의미가 있다. 프로듀서 박명성, 연출 윤석화, 해롤드 역에는 오승훈, 임준혁이 함께 했다.

(연극 '해롤드와 모드'. 촬영=천건희 기자)
(연극 '해롤드와 모드'. 촬영=천건희 기자)

무대는 영역과 범위를 나눠주는 괄호 ‘【 】’ 두 세트만 세워져 있어, 단순하지만 상징적인 효과를 더해 주었다.

죽음에 집착하여 자살 소동을 벌이는 19세 소년 해롤드는 자신을 이해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드를 만나면서 삶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 80살 모드는 자유롭다. 시들어가는 나무를 뽑아다 햇볕 좋은 곳에 심어주고, 동물원의 바다 표범을 목욕시켜서 바다에 풀어준다. 모드는 노을지는 해변에서 해롤드의 손을 잡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다. 또한 우크렐라 연주하는 법을 알려주고 숲 속 커다란 나무 위로도 올라간다. “떨어지면 어떻게 해요?”라는 해롤드에게, 모드는 ‘몰라, 그런 생각 안 해봤어’라고 말하며 삶을 즐기고 만끽한다. 해롤드는 점점 모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모드의 80번째 생일을 기념해 반지를 준비해 프로포즈를 한다. 그러나 모드는 죽음을 선택했음을 알리고 따라 죽겠다는 해롤드에게 “너는 내가 심은 나무야. 이제 사랑을 모르는 다른 이들을 사랑해 줘”라고 말한다.

(연극 '해롤드와 모드' 2008년 모습.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
(연극 '해롤드와 모드' 2008년 모습.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

연극이 끝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멋지다!’였다. 팔순의 나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박정자의 너무나 자연스럽고 몰입시키는 발성, 유쾌하고 호기심 가득한 몸짓은 미소짓게 하고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 나이라는 무게에 눌리지 않는 노년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에너지를 나누어 받은 듯 행복한 마음이었다.

박정자 배우는 1962년 연극 <페드라>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무대에 서, 160편이 넘은 연극에 출연했다. 한평생 연극을 위해 헌신한 열정에 존경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무소유를 실천하는 연극 속 모드가 인생의 롤 모델이고, 무대 위에서 두 발로 든든하게 서 있을 때까지 은퇴란 없다는 박정자 배우의 다음 새로운 무대가 기대된다.

(연극 '해롤드와 모드'. 촬영=천건희 기자)
(연극 '해롤드와 모드'. 촬영=천건희 기자)

더 젊고 도전적인 80세 모드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19세 해롤드에게 해 준 이야기들이 마음에 깊이 남는다.

“사람들은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해. 이 두 가진 인간만이 가진 특성이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간이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거야”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기 시작하는 거야.
죽음이 뭐 그리 이상할 게 있어? 죽음은 놀라운 일이 아니야.
죽음은 삶의 일부지. 죽음은 변화일 뿐이야.”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연극 <해롤드와 모드>는 대치동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5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연극 '해롤드와 모드'. 촬영=천건희 기자)
(연극 '해롤드와 모드'.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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