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반격] 함박웃음 절로 짓게 하는 광대...시니어 찐강사 ‘신희진'

서성혁 기자
  • 입력 2021.05.14 15:22
  • 수정 2021.06.0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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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웃음 절로 짓게 하는 광대

[시니어 찐강사 신희진]
(신희진. 사진=신희진 제공)
(신희진. 사진=신희진 제공)

 

[이모작뉴스 서성혁 기자] ‘시니어 찐강사’ 신희진은 외로운 어르신을 위해 광대를 자처했다.

그녀는 작년 3월, 암 판정을 받았다.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아무도 없을 때 소리 내어 울었다. 하지만, ‘시니어 찐강사’ 그녀는 수업할 때, 어르신들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장구를 쳤다. 마치 광대 같았다.

광대는 사람들 앞에서 잇몸을 만개한 채 웃음을 전달한다. 그녀의 함박웃음이 어르신들에게 옮겨간다. 그녀가 음악에 맞춰 장구치며 춤추는 것이 꽤나 매력적이었다.

자기소개를 한다면?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에게 장구와 춤, 노래로 즐거운 기분과 신나는 웃음을 주는 ‘시니어 찐강사’이다. 현재, 어르신을 대상으로 주간보호센터‧요양원‧복지관 등에서 일하고 있다.

(빈대떡신사 노래에 맞춰 장구를 치며 춤을 춘다. 사진=신희진 제공)
(빈대떡신사 노래에 맞춰 장구를 치며 춤을 춘다. 사진=신희진 제공)

시니어강사가 어떻게 됐는지?

  7년 전까지 회사 경리로 근무했었다. 지루한 일상이 반복되는 게 싫어 퇴사했다. 나는 예전부터 장구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춤추며 스트레스를 날리곤 했다. 내가 좋아하는 춤과 노래를 어르신들과 함께 즐기자는 마음으로 ‘시니어강사’가 됐다.

강사가 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다 민간자격증 발행과 강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인, ‘울산힐링평생교육원’을 알게 됐다. 이곳에서 ‘장구강사’, ‘실버체조’, ‘웃음치료’, ‘레크레이션’ 네 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시니어강사가 하는 일은?

  어르신들 앞에서 공연 위주로 강의를 진행한다. 장구수업은 노래를 틀고 그 리듬에 장구를 치며 춤을 추는 것이다. 숟가락난타는 숟가락을 이용한다. 숟가락으로 손과 허벅지 등을 치는데, 이게 박자 맞추는 소리가 캐스터네츠 같아 어르신들이 즐기신다. 이밖에도 전래놀이와 신체활동놀이, 실버체조 등을 하며 어르신들과 즐겁게 활동한다.

(어르신들 앞에서 앵두나무처녀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신희진 제공)
(어르신들 앞에서 앵두나무처녀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신희진 제공)

장구치는 강사가 된 계기는?

  나는 예전부터 사람들과 함께 박자에 맞춰 춤을 출 때, 흥이 나는 분위기가 좋았다. 나는 어린 시절 피아노를 3년간 배운 적이 있다. 가만히 앉아서 치는 건 나에게 맞지 않았다. 회사에서 경리로 지루하게 앉아서 일할 때 또한 그랬다. 하지만, 안무와 노래가 들어간 장구의 리듬에 몸을 맡길 적이면, 그것을 즐기니 흥과 웃음은 절로 났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보고자, 장구를 이용한 직업을 갖기로 마음먹었다.

 비대면수업을 위한 온라인 강의 활용법을 어떻게 배웠나?

  작년 10월경 한국의 강사 400명 정도가 모인 교육진흥원 단톡방을 알게 됐다. 여기서 나는 네이버‧구글‧카카오 등 애플리케이션 활용법과, 미리캔버스로 PPT, 카드뉴스, 블로그 꾸미는 방법을 배웠다. 또한, ‘모두홈페이지’라는 플랫폼에서 개인홈페이지 창작, 글쓰기와 SNS‧언론 홍보마케팅, 강의제안서 만들기, 유튜브동영상 편집 등 많은 것을 배웠다.

PC와 스마트폰 활용이 능숙해지니, 비대면 수업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 에피소드?

 

(그녀는 장구만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난다. 사진=신희진 제공)
(그녀는 장구만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난다. 사진=신희진 제공)

에피소드 #하나. 요양병원 어르신들의 젊은 날 회상

가수 이미자의 섬마을선생님(발표년도 1966)과 여자의일생(발표년도 1968)은 어르신들이 18번 곡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절로 외워 그 노래에 맞춰 자주 수업을 한다. 언젠가 팔이 약간 불편한 어르신이 주름진 손으로 자기의 무릎을 치며 울고 계셨다. 나는 속상한 일이 있는지 물었다. 어르신은 “옛 모습이 회상돼, 노래를 부르며 울게 됐어. 나도 젊었을 시절이 있는데”라며 푸릇한 시절을 회상하는 듯했다.

에피소드 #둘. 주간보호센터의 어르신들

주간보호센터에서 수업을 마치고 정리 중이었는데, 노인 한 분이 내게 다가오셨다. “노인네인 우리를 즐겁게 해줘서 고마워” 이 한마디에 나는 뭉클했다. 이때 ‘이 수업은 나와 어르신 모두가 즐겁게 참여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이 센터엔 한 주에 한 번 가지만, 어르신들이 “장구 선생 언제 와”라고 몇 번이고 물어봤다고 한다.

에피소드 #셋. 나를 놀라게 하는 어르신

강의로 장구를 치던 중, 한 할머니가 앉아 계시다가 갑자기 웃으며 달려오시더니 엉덩이를 치고 가셨던 기억이 있다. 실버체조 중에 엉덩이를 좌우로 흔드는데, 움직임이 커서 그런지 그랬던 것 같다. 악의 하나 담기지 않고 귀여운 아이를 보곤 엉덩이를 톡 치는 느낌이었고, 사랑이 담긴 듯했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40대 초반이 되며 늦게나마 재취업을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선택이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작년에 암 수술 이후 어르신들 앞에서 다시 섰을 때 감회가 새로웠다. 다시금 일상의 소중함을 느꼈다. 나를 항상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웃는 어르신들이 있으니 시니어강사로 자리매김 한 것 같다.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 이미 진입해 실버‧바이오 산업이 뒤따라 올 수밖에 없고, 시니어강사를 더욱 필요로 할 것이다. 미리 트렌드를 읽고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계속 유튜브나 자료를 보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길러야 한다.

(노래 '나성에 가면'에 맞춰 춤을 춘다. 사진=신희진 제공)
(노래 '나성에 가면'에 맞춰 춤을 춘다. 사진=신희진 제공)

마지막으로 그녀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일은 앞으로 비전이 있다”고 단언하며, “사회에서 약자의 대변인이 돼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모든 생명은, 늙고 시들어가고 썩는다. 약해지고 더 이상 쓸모없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릇 사람은 무르익는다고 말하는 것이 나은 듯하다. 점차 무르익어 과거를 되새기고, 추억하며 경험을 쌓는다. 그리고, 그 길을 밟는 자들에게 건네주는 것이 마치 자연의 순환과도 같다. 배우고 가르침에는 나이가 없었다. 그렇게 그녀와 노인들은 감동과 웃음 그리고 각자의 경험을 함께 나누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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