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事] 예수님, 부처님 오신 날 훼방질해요.

윤재훈 기자
  • 입력 2021.05.25 11:36
  • 수정 2021.05.2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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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부처님 오신 날 훼방질해요.

 

“인간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종교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구극(究極)은,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 종교를 믿는 것 아닌가? ”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어린 시절, 찬 바람이 몰아치던 겨울날, 높은 탑에 반짝이는 크리스마스의 오색 트리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 그것은 크나큰 볼거리였다. 나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교회에 갔다. 그날 가면 그 시절 귀한 빵과 우유를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충무동 교회였던가, 하얀 바탕에 옛 일본식 목조건물로, 어린아이 눈에는 참 소박하고 아름다운 교회였다. 단상 위에 계시는 목사님은 근엄하셨고 안경을 쓴 우리 또래의 딸은 예뻤다. 대부분 그런 인연으로 아이들은 교회에 다녔다.

종각 옆에 있는 안과에 갔다가 부처님 오신 날이 생각나, 10분여 거리에 있는 한국 조계종의 본찰, 조계사에 구경을 갔다. 초입부터 거리는 북적였으며 늘어서 있는 불기구 가게마다 탁자를 내어놓고, 소소한 팔찌나 목걸이 등 잡화를 팔고 있었다. 나도 믿거나 말거나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들었다는 팔찌를, 만 원 주고 샀다.

(부처님 오신 날. 촬영=윤재훈)
(부처님 오신 날. 촬영=윤재훈)

조계사 입구에는 부처님의 ‘자비’을 바라는 몇 명의 걸인과 노인들, 하반신이 불편한 두 사람이 도르래 판 위에 엎드려 힘들게 기어가며 구걸을 한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보이는 사람들, 그나마 올 한 해도 잘 넘기고 있는 모양이다. 사람들도 이날만은 마음이 더 넉넉한지 보시들을 더 하는 것 같다.

(옛날에 시골 마을에 공부하다가 돈 사람들이 많았다. 촬영=윤재훈)

디오게네스를 닮은 것 같은 한 사내는 자신의 생각을 쓴 커다란 피켓을 머리에 이고, 21세기의 거리에서 선글라스를 멋지게 쓰고 있다. ‘세상사(世上事) 쓸 것 없다’라는 듯 우리에게 ‘무욕(無慾)’을 가르침을 주며,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스님들과 불자들이 피켓을 수거하고 있다. 촬영=윤재훈)
(스님들과 불자들이 피켓을 수거하고 있다. 촬영=윤재훈)

조계사 입구부터 어마어마한 사람들로 붐빈다. 이날은 뜻이 있는 신부님도 목사님도 교무님도, 천도교 교령님도, 이슬람도, 힌두교 신자도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해 준다.

“하늘에는 평화, 땅에는 축복”, 마당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거대한 연등의 바다였다. 저 평화로움처럼, 세계는 종교에 의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종교만 아니면 이 세계에 전쟁도 없을 듯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오색의 물결은

“그야말로 불국토(佛國土)요, 화엄(華嚴)의 바다였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가 무엇일까? 생사의 번열(煩熱) 속에 일희일우(一喜一憂) 하는 우리에게, 삼세(三世)는 하나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계사 대웅전. 촬영=윤재훈)
(조계사 대웅전. 촬영=윤재훈)

“내 몸이 부처다. 깨달으면 부처요, 깨닫지 못하면 범부(凡夫)다.”

“부처는 마른 똥 막대기이며, 인연의 끝에서 헤매이지 마라.”

“나무아미타불, 옴마니 밧메홈,

눈 밝은 납자(衲子)들의 성불을 기원합니다.”

피켓을 흔들면 몰려가는 사람들. 촬영=윤재훈)화가 난듯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저마다 피켓을
(피켓을 흔들면 몰려가는 사람들. 촬영=윤재훈)

화가 난듯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저마다 피켓을 하나씩 흔들며 조계사로 몰려가고 있다. 그것을 들고 엄마 아빠 뒤를 따라가는 젖먹이 아이 둘의 발걸음이 애처롭다. 나도 궁금하여 그들을 따라갔다.

부처님이 오신 생일날 축복해줄 줄 알았더니, 난데없이 조계사 앞 계단 위로 올라가 고성을 지르며, “예수 천국 불신 지옥” 같은 말들을 난사한다. 아무 관계도 없는데, 왜 와서 방해하는 것일까? 구원은 교회에만 있고 우상은 부숴버려야 한다고 악을 쓴다. 그러면 십자가는 거룩한 예수님상은 우상이 아닌지 잘 모르겠다.

(엄마 아빠를 따라 나온 아이들일까? 촬영=윤재훈)
(엄마 아빠를 따라 나온 아이들일까? 촬영=윤재훈)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며 조사를 죽여야 한다”고 금강경에서 말했다. 한 마디로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내 마음에 우상을 부숴버리고, 스스로 성불에 이르라는 말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만이, 무언가 독립체로 깨달음에 이룰 수 있다는 말일 게다.

(하늘에서 본 부처님 오신 날.)
(하늘에서 본 부처님 오신 날.)

세계의 전쟁사는 ‘종교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교 때문에 세계는 한 번도 편한 날이 없었으며, 끝없이 인류를 파멸 속에 몰아넣었다. 부정한 성직자들에 의해 끝없는 탐욕으로 점철되었으며, 그들의 사리사욕에 찬 잘못된 말들에 의해, 인류의 피바람을 요구했다.

“인간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종교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구극(究極)은,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 종교를 믿는 것 아닌가? ”

(그들의 “행복한 대한민국 만들기”는 과연 어떤 것일까? 촬영=윤재훈)
(그들의 “행복한 대한민국 만들기”는 과연 어떤 것일까? 촬영=윤재훈)

씁쓰레한 마음을 안고 지하철역으로 걸어오니, 그 근처 사거리에 자리를 잡고 계속 스피커를 올리며 악을 쓰고 있다. 그들의 플랭카드에 써둔 “행복한 대한민국 만들기”는 과연 어떤 나라일까. 평화로운 부처님 오신 날, 그 앞에 젖먹이 아이까지 데리고 와서 악을 쓰며 악담을 퍼붓는 것일까? 잘못된 종교, 잘못된 성직자들의 말은 인류를 넘어 개개인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

더욱 스피커를 올리고 노래를 부르며 비난을 증가시키고 있다. 저 마음속에 어떤 ‘예수님 사랑, 인류애(人類愛)’가 솟아날까?

어린 시절 어린애들처럼, 하루종일 저렇게 훼방을 놀 모양이다. 아니 순박한 아이들도 저렇게 훼방질을 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무슨 자랑스러운 일인지, 유튜버에 생중계까지 하고 있다. 사회의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도 자신들이 믿는 종교 앞에서는 다 괜찮은 모양이다.

“왜, 종교을 하는 걸까?

무엇을 위한 것일까?

신은 어디에 있으며, 오직 자신만을 위한 종교인가?”

“부처님 오신 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생각해 본다? 인류의 전쟁사는 항상 종교전쟁이었다. 언제나 선량한 사람들의 피를 요구했다. 그러나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 만이 종교는 필요한 것이다.

 

"종교가 근심이다. "

 

(종교가 근심이다. 촬영=윤재훈)
(종교가 근심이다. 촬영=윤재훈)

“종교만을 위한 종교는,

그 재단 위에 돈만 요구하는 성직자는,

21세기에 더욱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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