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투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체르노빌 1986”...시사회 탐방

전부길 기자
  • 입력 2021.06.25 14:38
  • 수정 2022.04.2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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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재난 영화
다닐라 코즐로브스키가 감독겸 주연
병원 타일까지도 세심한 고증
절제된 화면
록의 전설 고려인 빅토르 최의 음악 삽입
2차 폭발을 막아라
영웅 뒤에 숨은 것은?
진정성과 사실성이 주는 감동

(영화 포스터.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모작뉴스 전부길 기자]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35주년,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 폭발 사고를 그린 현재진행형 원전 재난 블록버스터 “체르노빌 1986”이 한국을 찾아왔다.

영화는 러시아에서 제작되었으며 현지 박스 오피스 1위, 190개국으로 수출되었고 한국은 오는 6월 30일 영화 팬들을 만난다.

  체르노빌을 소재로 만든 영화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다룬 영화는 지금까지 몇 편이 있었다.

러시아에서 2013년에 제작되어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었던 체르노빌: 원전 대폭발(Inseparable)”은 재난 영화라기보다는 로맨스 영화로서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2013년에 제작된 다이하드의 다섯 번째 시리즈인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A Good Day to Die Hard)”는 체르노빌의 옛 원전 터를 무대로 하여 나름 관객들의 주목과 흥미를 끌었다. 이 영화도 오락영화로 분류된다.

2016년 개봉된 한국 영화 판도라(Pandora)”는 체르노빌이 소재는 아니나 원전 폭발을 다룬 영화다. 강진으로 인하여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하여 나라 전체가 대혼란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2018년 로드리고 바리우소, 세바스찬 바리우소 감독의 캐나다 영화 체르노빌도 있다,

2019년 미국 HBO에서 방영한 5부작 미니 시리즈 체르노빌HBO 드라마 3대 걸작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실제 사례를 신중하게 극화해낸 뛰어난 각본과 배우들의 호연, 스케일, 연출까지 갈채를 받았다. 방사능의 위험을 제대로 묘사하면서도 진실 은폐의 위험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었다.

2011년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체르노빌 사고처럼 바로 다수의 사망자를 발생시키지는 않았으나, 지속적으로 누출된 방사능 물질의 총량은 체르노빌 사고에 못지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약 126만 톤 이상을 태평양에 쏟아버리려는 해양방출 기본방침을 결정하고 공식 발표하였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해가 없다고 잡아떼고 있다.

주인공 코즐로브스키와 아킨쉬나

주연배우이자 감독인 다닐라 코즐로브스키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한 러시아 연기파 배우이다. “체르노빌 1986”에서는 소방관 알렉세이 역을 맡아 최악의 사고 속에서 사랑과 용기를 보여주는 주인공 역을 맡는다. 사랑하는 연인 올가와 그의 아들 알렉스를 위해 목숨을 담보로 위험에 뛰어든다.

(주연배우이자 감독인 다닐라 코즐로브스키.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여주인공 오크사나 아킨쉬나는 천상의 릴리아를 통해 유럽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 주목받는 배우이다. 평범한 그녀의 삶이 대형 사고를 통해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보여 준다.

(여주인공 오크사나 아킨쉬나.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1년 반전부터 세심한 촬영 준비

체르노빌 1986”은 제작진이 무려 촬영 시작 1년 반 전부터 세트 제작을 시작했고, 80년대 러시아의 상황을 담기 위해 소품 하나, 의상 하나까지도 신경을 썻다고 한다. 소련제 자동차, 앰블런스와 소방차, 버스까지 다방면으로 수집하여 폭발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특히 영화 속 대형 병원의 모습은 80년대 모습 재현을 위해 문과 타일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고증을 거쳐 작업을 진행해 만든 러시아에서 보기 힘든 영화이다.

같은 계획으로 지어진 발전소에서 촬영

영화 속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건물은 러시아 쿠르카토프 마을에 있는 지금도 가동 중인 쿠르스크 원자력 발전소에서 촬영이 직접 진행했고. 실제로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와 같은 계획으로 지어졌던 건물이기 때문에 마치 86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를 그대로 재연한 느낌마저 든다.

영화의 가장 큰 스케일의 소방 장면은 미화하지 않고 디테일과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소방관들과 소방 장비로 촬영되었다고 한다. 사건 규모를 화려하고 크게 포장하기 보다는 소방관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은 영화의 진정성과 사실성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침수된 통로 장면을 찍기 위해 제작진과 배우들이 다이버 인증을 받기 위해 몇 달 동안 이론과 실습을 배웠다고 한다. 스턴트 다이버가 영화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감독겸 주연배우인 코즐로브스키의 이 영화에 대한 애정과 뚝심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영화 스틸.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고려인 빅토르 최의 음악 삽입

러시아 록의 전설 그룸키노의 리더인 한민족의 피를 가진 고려인 빅토르 최의 ‘The Last Hero'가 영화에 편입되어 반가움을 더해 준다.

"체르노빌 1986" 줄거리

헤어샵에서 일을 하는 올가에게 옛 남자 알렉세이가 나타난다. 난처해 하는 올가를 따라가 알렉세이는 자신의 진심을 전하려 한다. 피하려는 올가를 따라 무작정 집으로 들어가고 들어간 집에는 뜻밖에 남자아이가 있었다. 알렉세이는 직감적으로 그 아이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챈다. 세 사람은 여행을 떠나자는 알렉세이의 제안에 여행을 떠나려 하지만 문제가 생긴다.

1986426일 오전 124, 올가의 아들 알렉스는 친구들과 체르노빌 원전을 구경하다가 원전이 폭발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원전의 폭발이었다. 올가의 아들은 방사능에 피폭된다.

(영화 스틸 컷.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엄청난 위험에 노출된 줄도 모르는 마을 사람들은 방사능에 피폭되어 쓰러지고 환자들로 넘쳐난다. 더 위험한 2차 핵폭발을 막기 위해 정예요원들이 구성된다. 이 구성에 소방관 알렉세이도 포함된다. 알렉세이는 올가와 그의 아들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몸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에 알렉세이는 자신을 희생하며 가족과 사람들을 구하는 일에 뛰어든다.

사고 후 2차 폭발을 막기 위해 방사능 오염수에 뛰어든 정예요원 3인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절정이다. 사고 직후 녹아내리는 노심과 방사성 물질이 원전 지하 냉각수와 만날 경우 물이 한순간에 증발해 증기 폭발을 일으키리라 예측되었다. 3인의 요원들은 직접 방사능 오염수에 뛰어들어 펌프를 가동해 지하수를 보호하며 전 세계로 퍼질 수 있었던 방사능 오염을 막아냈다. 실제로 체르노빌은 2차 폭발을 막아 유럽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사건을 막았다.

영화의 결말은 분명 성공했기에 희망적이어야 하지만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상상 이상의 후유증을 낳았다. 사망자만 3500명이고, 40만 명 이상 암과 기형이 발생했다. 2천개 마을이 방사능 피해를 받았고 원전주변 30km 내 주민들은 강제 이주를 당했다. 3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후손들은 피해를 받고 있다.

아쉬운 부분

대부분의 재난영화는 거대한 스케일과 스펙타클한 액션으로 관객을 압도하여 그 속에 빨아들이는 흡입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재난 영화임에도 실화에 충실하였지만, 기대했던 장엄함이나 스릴은 크지 않아 음식으로 말하면 조금 싱겁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다. 어떻게 보면 생사를 오가는 현장 속에서도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하게 현장을 담아내려고 하는 감독의 절제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뒤집어 말하면 너무 사실에 매이다 보니 스토리의 빈곤을 가져온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영화 스틸 컷.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마지막을 향해 달린다. 앞부분을 장식하던 남녀 주인공들이 다시 만난다. 올가는 알렉세이와 재회의 순간 갑자기 알렉세이의 뺨을 호되게 올려 부친다. 10년의 감정이 녹아있는 마음의 표현이다. 그리운 이들과의 재회가 영화의 마지막까지 연결되면서 영화의 주요 스토리가 액션 스릴러에서 멜로 드라마로 바뀌어 버린다. 블록버스터와 멜로가 이 영화에서만은 잘 비벼지지 않은 비빔밥 같은 느낌이 난다.

(영화 스틸 컷.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체르노빌은 실화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픽션이라면 좀 더 장르에 맞게 액션과 스릴감을 주는 각본과 연출이 돼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그러나 그 아쉬움보다는 허구가 아닌 실제 사건에 기반하여 실제를 보여주려 애쓴 흔적이 있기에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영화 스틸 컷.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2차 폭발을 막기 위해 오염수가 가득한 원자로에 뛰어들면서 엔지니어인 발레리가 묻는다.
왜 발전소가 터졌나
그게 중요해요라고 알렉세이가 되묻는다.
영화는 원전 폭발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묻지 말라고 한다.
이 말은 사고 35년이 지난 지금도 그 국가가 하는 말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책임이 있는 국가에서 만들어진 영화에 체르노빌 참사의 책임과 진실은 사라지고 로맨스와 영웅만 존재한다. 위대한 영웅 뒤에 숨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영화 스틸 컷.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극장에서 체르노빌의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 원전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영화의 감독과 주연을 맡은 다닐라 코즐로브스키는 한국 개봉을 앞두고 한국의 관객 여러분들도 공감하고 흥미를 느낄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인사를 전해왔다.

기대...

아들 알렉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630일에 알 수 있다.

! 이제 체르노빌 1986”을 감상하러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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