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세기의 사나이’, 만화적 상상력과 탄탄한 서사의 결합

박애경 기자
  • 입력 2019.02.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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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부터 3월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

【이모작뉴스 박애경 기자】 125년을 산 주인공의 삶을 통해 파란만장한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경쾌한 시선으로 그려낸 연국 <세기의 사나이>가 오는 22일부터 3월 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 오른다.

2018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연극부문에 선정된 <세기의 사나이>는 기네스북 최장 생존기록인 125년을 산 주인공 박덕배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1910년 경술국치부터 시작된다. 서자 출신 덕배, 양반 자중, 그 집의 노비였던 민국. 신분은 다르지만, 친형제보다 더 절친했던 세 사람은 조선이 쇠망하면서 서로 다른 인생의 길을 걷게 된다. 의열단이 되겠다고 집을 나간 의붓동생을 찾기 위해, 위안부로 끌려갈 처지에 있는 딸을 지키기 위해, 각기 남과 북을 지지하는 자중의 쌍둥이 아들을 화해시키기 위해 덕배가 동분서주하며 달려드는 곳은 공교롭게도 모두 역사의 현장이다. 독립선언문 낭독과 3·1 운동, 윤봉길 의사 의거, 홋카이도 비바이 탄광 매몰 사건, 우카시마 호 폭침 사건, 3·8선 분단,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까지. 그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처럼 우연히,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역사의 현장에 선다.

주인공의 삶이 암울한 근현대사와 함께 흘러가지만 공연은 어둡거나 심각하지 않다. 오히려 황당함, 난감함, 아이러니, 블랙코미디, 때로는 진지한 드라마로 표현된다. 그는 자신이 서 있던 현장이 어떤 의미였는지 대부분 알지 못한다. 그의 모습은 언제나 역사의 한가운데에 있지만 스스로 역사의 주체라고 느끼지 못하는 우리와 닮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세기의 사나이>는 전통적인 역사극과는 차별화된 관점을 보인다. 영웅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소시민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시도는 우리가 실제로는 역사를 움직이는 주체임을 자각하게 한다.

연극 <세기의 사나이>는 무대에서 보는 한 권의 경쾌한 만화책이며 웹툰이다. 125년을 산 박덕배의 이야기는 흥미롭고 발칙한 상상력으로 채워져 끊임없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무대에서 보여주기 어려운 역사적 장면들을 기발한 만화적 스펙터클로 표현한다. 연극 <세기의 사나이>는 역사를 다루었던 기존의 연극이 지향하던 사실성에서 과감히 벗어난 작품이다. 만화적 상상력과 탄탄한 서사의 결합, 지금까지 무대에서 보지 못했던 만화적 기법을 활용한 순발력 있는 무대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양식의 연극으로 다가갈 것이다.

‘조선제왕신위’, ‘루시드 드림’, ‘어느 마술사 이야기’를 쓴 차근호 작가의 희곡작품을 극단 ‘명작옥수수밭’이 완성시켰다. 배우 김동현, 오민석, 이갑선, 김왕근, 유승일, 박종태, 최지훈, 최영도, 김승환, 문경태, 임정은, 박현수, 김형섭, 김민규, 이창민, 전소영, 김설빈, 정수연, 조수지, 서상원, 박석원, 정아람, 민태홍이 출연해 생동감 있는 연기를 펼친다. 이밖에 무대 심채선, 조명 성미림, 영상, 최종찬, 만화가 조성훈, 의상 김민경, 음악 김동욱, 소품 박현이, 사진 이강물, 디자인 노운 등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연출 최원종은 그동안 장르적으로는 코미디를, 소재적으로는 젊은 세대의 출구 없는, 저항을 포기한 현실을 매우 리얼하게, 심도 깊게 드러내는 작품들을 해왔다. 하지만 2016년 겨울과 2017년을 통해 우리는 그런 젊은이들이 어떻게 세상으로 나와 역사의 증인이 되는지를 보았고 경험했다. 지난 촛불혁명에서 경험했듯 ‘놀이를 통한 균열, 균열을 통한 변화’야말로 이 사회에서 개인이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억압과 불합리한 역사에 맞서는 21세기형 저항 스타일일지 모른다. 그리고 연극은 그 속성상 놀이이다. 비슷하게 말을 맞춰보면 ‘놀이를 통한 균열, 놀이를 통한 변화’라는 공식도 성립이 된다.

<세기의 사나이>는 게임처럼 경쾌하게, 놀이처럼 유쾌하게 이 비극의 현대사 이야기를 풀어내어 이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세대에게 유쾌함과 희망, 그리고 연극이라는 흥미로움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제공=아트리버
자료제공=아트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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