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이후 한국 종교 위기 오나..2021년 종교 갤럽조사

전부길 기자
  • 입력 2021.07.0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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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종교인이 증가
종교에 대한 비호감도는 상승
사회적 영향력은 쇠퇴

(ⓒ게티이미지 뱅크)

[이모작뉴스 전부길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은 여러 방면에서 사회 변혁을 이루어 내었다. 급속한 디지털로의 전환, 비대면 업무, 인터넷 쇼핑, 재택근무, 재택수업 등 많은 부분에서 이전과는 다른 사회로 진보되고 있다.

종교적인 부분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종교는 특성상 집회를 가지는 것이 특징적인데 코로나 감염 위험 때문에 집회에 제약이 있다 보니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특정종교의 일부는 법의 통제를 벗어나 집회를 갖다가 대규모 연속감염 사태를 일으켜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져다 주기도 했다.

아직 코로나 통제 상황에서 종교 활동이 정상화 되지 못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유종교인의 감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갤럽이 2021년 3~4월 전국(제주 제외)의 만 19세 이상 1,500명에게 현재 믿는 종교가 있는지 물은 결과 40%는 '있다', 60%는 '없다'고 답했다. 종교를 믿는 사람(이하 '종교인')은 남성(34%)보다 여성(56%),청년층(20대 22%)보다는 고령령층(60대 이상 59%)일수록 많았다.

종교인 비율은 1984년 44%, 1989년 49%, 1997년 47%에서 2004년 54%까지 늘었으나 2014년 50%, 이번 2021년 조사에서는 40%로 줄었다.

2000년대 이후 종교인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청년층에 있다. 2004년의 20대 중에서는 45%가 종교를 믿었지만, 2014년 20대는 31%, 2021년 20대에서는 그 비율이 22%에 불과하다. 30대의 종교인 비율 역시 2004년 49%, 2014년 38%, 2021년 30%로 감소했다. 이러한 20·30대의 탈(脫)종교 현상은 종교 인구의 고령화와 전체 종교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청년층의 무종교는 늘어가는 반면에 기존의 유종교 고령자는 사망 등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특이한 사항은 19-29세 2000년 이전에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종교를 갖는 사람이 늘어났지만 2004년에 45%였던 유종교자가 10년이 지나 30대가 되었을 때는 오히려 38%로 낮아지고 있다. 2000년 이전에는 19-29세만 그런 경향이 있었지만 올해 조사에는 모든 연령층에서 감소하고 있다. 이는 종교 이탈자가 늘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물론 사망 등의 자연감소도 있지만 전 연령대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고 종교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치명타를 입은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올해 조사에서 50대가 43%인 반면 그 자녀세대가 22%로 나타남은 출생에 따른 자연증가율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가 핵가족화 되면서 부모가 종교를 가졌다고 자녀들이 종교를 자연스럽게 갖는 것이 아님을 나타낸다.

(종교 분포 1984년~2021년. 자료=한국갤럽, 그래픽=김남기 기자)

유종교인의 비율은

종교의 분포는 개신교가 17%, 불교 16%, 천주교 6%로 개신교와 천주교를 합한 기독교계가 거의 23%를 차지하고 있어, 인구 4명 중에 한명이 기독교인이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연령별로 보면 불교인 비율은 2-30대 5% 내외, 40대 11%, 50대 이상에서는 25% 내외로 고령층에 집중되어 있다. 불교에 비하면 개신교인은 50대 이하 10%대, 60대 이상 23%이며, 천주교인은 전 연령대에서 3~8%의 분포로 비교적 고른 편이다.

종교 분포에는 지역별 특성도 있다. 불교인 비율은 부산, 울산, 경남이 32%이고, 대구, 경북이 24%로 높고, 개신교인 비율은 영남 이외 지역은 모두 20%대 초반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높았다.

1984년 이래 불교인 비율은 16~24%, 개신교인은 17~21% 사이를 오르내리며 엎치락뒤치락했고, 천주교인은 매번 조사에서 6~7%였다.

2010년 이후에는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연령이 더 세분되어 조사하였다. 성인 인구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1985년 35%, 1995년 28%, 2005년 21%로 감소했고, 2014년 이후로는 20%를 밑돈다. 반면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1985년 24%, 1995년 26%, 2005년 32%, 2014년 41%, 2021년 49%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1984년 조사 당시의 성인 인구에서 20대는 베이비부머 세대로, 가장 큰 인구 수를 차지했고, 사회생활 시작이나 결혼 등이 주로 20대에 이뤄져 초반과 후반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출생률 저하로 20대 인구가 줄고, 평균 초혼 연령은 높아져 지금의 20대 초·후반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니다.

(자료=한국갤럽)

무종교인의 호감가는 종교는

현재 종교를 믿지 않는 무종교인이 가장 호감을 느끼는 종교는 불교 20%, 천주교 13%, 개신교 6% 순으로 나타났다. 2021년 현재 종교 분포가 불교 16%, 개신교 17%, 천주교 6%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종교인의 천주교 호감도는 교세보다 높고, 개신교 호감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무종교인의 호감 종교는 2004년과 2014년에도 불교〉천주교〉개신교 순이었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 종교에 대한 호감도는 모두 과거보다 하락했다.

무종교인 중 '호감 가는 종교가 없다'고 답한 사람은 2004년 33%에서 2014년 46%, 2021년 61%로 늘어나 사회 발전에 비례하여 종교 호감도는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유종교인은 대부분인 90% 이상은 현재 자신이 믿는 종교를 가장 호감 가는 종교로 꼽았다.

(그래프=한국갤럽)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커지고 있는가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응답은 1980년대 약 70%까지 올랐으나 2004년 54%, 2014년 47%로 줄었고, 2021년에는 3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반면, '감소하고 있다'는 응답은 1980년대 약 10%였으나 2021년에는 28%로 많아졌다. '과거와 비슷하다'는 10% 미만에서 54%로 늘었다.

한국인이 느끼는 사회적 종교의 영향력은 2014년까지 확장세, 2021년 지금은 답보·축소 쪽으로 기울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종교인과 비종교인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응답을 종교별로 보면 개신교인은 2014년 59%에서 2021년 26%로, 불교인과 천주교인은 약 50%에서 20% 내외, 비종교인은 40%에서 15%로 줄었다.
이는 전반적으로 유종교인들 자신이 종교의 영향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교계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협력보다는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 그 결과 사회와 괴리된 모습을 보여 대중으로 하여금 실망감을 갖게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종교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도움 준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도움 준다’는 응답이 2014년 63%에서 2021년 38%로 하였다. ‘도움 주지 않는다’는 38%에서 62%로 늘어 7년 사이 종교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긍·부정 인식이 반전했다.

(그래픽=한국갤럽)

2021년 한국갤럽 통계에서 보듯이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유종교 인구가 줄고 있다. 그 줄어드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04년에서 2014년까지 10년 사이에 종교 인구(19세 이상 성인 기준)가 54%에서 50%로 4%p 줄었는데 2014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사이에는 50%에서 40%로 10%p까지 줄어들었다.

종교 인구가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교인의 타락? 종교의 후진성? 각 종교마다 상황이 다르고 이유가 다르겠지만 종교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 하나의 사회 현상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서양 근대의 역사를 합리화 과정으로 규정했다. 사회적 행동들이 종교의 규제보다는 정부의 감시와 법률 및 제도적 규제 가운데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제 종교가 점차 사회적 영역에서 설 자리를 잃게 것이 합리화라고 보았다.

미국의 종교사회학자 피터 버거는 이를 세속화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그가 말하는 세속화는 사회와 문화의 영역들이 종교의 제도나 상징의 지배로부터 이탈되는 과정이다.

그러면 과학이 발달하고 이성이 모든 판단의 기초가 되는 시대에 종교는 종말을 맞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국민의 65%가 현재 종교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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